올빼미는 조선시대 16대 임금인 인조와 그의 아들 소현세자의 이야기 사이에 낮에는 맹인이지만 밤에는 볼 수 있는 가상의 인물을 넣어 만든 픽션이다. 올빼미 속 인조는 유약한 왕이다. 반정을 통해 잡은 자리라 혈통에 문제가 있고 청의 침략으로 삼배구고두를 하며 생긴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 트라우마 때문인지 구안와사까지 겪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청을 엎고 돌아온 아들 소현세자를 인조가 반기지 않으면서 둘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인물은 "경수"라는 맹인으로 설정되었다. 경수의 설정이 흥미롭다. 제목이 올빼미인 것에 맞게 경수의 눈은 낮에는 전혀 보이지 않고 밤에는 사물을 구별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초반에는 경수가 궁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요소로 사용되었고 중반 이후에는 낮과 밤의 시간을 제한적으로 사용하여 숨 막히는 장면을 효과적으로 연출하여 스릴러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특히 불이 꺼지면서 살인을 목격하는 장면은 영화의 성격이 변하는 지점으로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아버지,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소현세자의 아들 경선군 석철과 경수 동생의 나이를 같게 설정한 점도 흥미로웠다. 그러한 설정이 경수가 목숨을 걸고 석철을 지키고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하려는 마음을 관객이 납득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왕 역할을 맡은 유해진 배우였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기는 하나 기존에 쌓아온 개그 이미지가 강해서 과연 그 역할이 잘 어울릴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와는 다르게 유해진 배우는 마치 자기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인조를 연기해 주었다. 유약하지만 왕의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광기에 가까울 정도의 집착을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류준열 배우의 연기도 정말 좋았다. 보이지 않는 연기도 좋았고 경수라는 인물의 아직 욕망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이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자신의 이익을 좇는 자들로 인해 철저하게 망가져버린 소현세자의 가족을 보여주고 있었다. 당장 앞에 보이는 이익으로 인해 옳은 것을 행하지 못하고 휩쓸리는 모습들은 공포스럽기까지 했고 경수가 처음 궁에 들어갔을 때 들었던 궁에서는 보고 들어도 모른 척하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잘 짜인 구성으로 인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던 영화이다. 스릴러적인 요소도 잘 표현되었고 이야기를 빌드업하는 과정도 지루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어서 늘어지는 부분이 없었다. 게다가 훌륭한 연기까지 곁들여져 상영시간 내내 눈을 떼지 못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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