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공포영화들은 어두운 배경과 점프스케어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선사해 왔다. 그런데 미드소마는 이를 모두 뒤집고 색다른 공포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미드소마는 스웨덴에서 진짜로 행해지고 있는 축제로 한 해중 가장 낮이 긴 하지를 기념하는 행사이다. 진짜 존재하는 축제를 보고 이런 기괴한 스토리를 떠올렸다는 점에서 아리 애스터 감독이 얼마나 특이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 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고 그와 동시에 스웨덴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여부도 궁금해졌다.
대니는 하루아침에 동생의 자살로 인해 온 가족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픔과 더불어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은 남자친구도 신경 쓰였다. 그러다 그들은 친구 펠레의 권유로 스웨덴 하지 축제인 "미드소마"에 참가하게 된다. 특히나 이번 축제는 90년 만에 돌아오는 특별한 날인지라 마을 내부 사람들도 대니와 친구들도 더 들뜰 수밖에 없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인생을 18주기로 나눠서 따로 생활하고 있었다. 18세까지는 봄 36세까지는 여름 54세까지는 가을 72세까지는 겨울. 이 설명을 들은 대니는 그럼 72세 이후엔 뭘 하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그때까지 그들은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해 알지 못했다.
영화는 두 최고령의 노인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공포물로서의 성격을 확실히 한다. 72세가 되면 그 이후의 삶은 없는 것이고 죽은 이들의 이름을 새로 태어나는 사람이 이어받아 삶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기이한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크리스티안에게 들이대는 마을 주민이 생긴 후 룬문자가 새겨진 조각이라던지 유독 붉은 음료, 털이 들은 음식이 크리스티안을 계속해서 괴롭혔고 친구들은 한 명씩 사라졌으며 근친은 안 한다던 말과는 다르게 의도적으로 근친을 시켜 신의 말을 전한다는 등의 앞뒤가 안 맞는 말도 계속해서 늘어났다.
나는 대니를 향한 사람들의 대비되는 태도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곁에 있어주지만 더 이상 대니에게 마음이 없어 전혀 위로되지 않는 남자친구의 태도, 애초에 대니가 따라오는 게 싫었던 친구들과 달리 호르가 사람들은 대니와 함께 울어주고 아무런 편견 없이 대니를 가족으로 받아들여주었다. 이런 태도는 갑작스레 가족을 잃은 대니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이 기묘한 마을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아리애스터의 영화답게 높은 수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 딱딱 맞아 들어가는 인과관계가 영화를 보는 내내 재미를 주었고 특히나 미드소마는 어떤 인물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힐링물이 될 수도, 호러물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축제나 전해 내려 오는 존재 등을 보고 그 상상력을 확장해 하나의 이야기로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상하는 아리 애스터의 재능이 매 작품마다 그 날개를 펼치는 것처럼 느껴져 계속해서 펼쳐갈 그만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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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뽐뿌 (링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