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bl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생 영화급으로 좋아하는 bl영화들이 있는데 그 영화들은 대개 내가 소수자라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 밉다. 너희들의 인식을 바꾸겠다는 영화가 아닌 bl이라는 소재로 다른 이야기를 진행한 영화들이다. 당장 떠올려보면 싱글맨정도가 생각난다. 그리고 내 관심을 끄는 영화들의 개봉 소식이 전해졌다. 몇 개의 bl영화 중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와 "에고이스트"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번에는 먼저 만나본 영화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는 bl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그게 주는 아니다. bl을 좋아하는 할머니와 여고생의 우정이 더 크게 다뤄지는 영화로 그들이 좋아하는 것의 설정을 바꿔도 크게 무리 없이 흘러갈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래서 혹시 bl에 거부감이 있어도 무난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 "유키"는 서점을 둘러보다가 그림이 예쁜 만화책을 한 권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책을 집에서 펼쳐보고 나서야 bl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유키는 묘하게 그 만화책에 빠져들었고 품절된 권에 대한 문의를 통해 서점 아르바이트생 "우라라"와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우라라는 인간관계에 서툰 여고생이다. 방과 후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bl만화책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 영화는 유키와 우라라가 만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용기가 부족해서 하지 못했던 것을 시도해 보며 유키는 어린 시절 못 내본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소심해서 용기 내는 것에 소극적이던 우라라는 도전해 보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우라라가 만화를 좋아하지만 그림을 잘 못 그린다는 설정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대개 이런 영화는 주인공이 그림을 잘 그리는데 주인공이 뭔가 열심히 그린 듯 하지만 어설픈 그림을 그린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림이 어설프기 때문에 유키와 우라라가 함께 도전하던 장면이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그 나이대 느낄 수 있는 비교에서 오는 질투도 귀엽게 잘 그려졌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하는 우라라의 모습이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와 "우연과 상상"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눈길을 사로잡던 후루카와 코토네의 모습도 반가웠다.
회사에 있다 보면 상사분들이 나이 들었다며 이 나이에 꿈이 어디 있냐. 우리는 운동도 골프 같은 것만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대화들을 들을 수 있다. 내가 아직 그 나이가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그 나이대가 얼마나 몸이 힘들고 아픈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내가 몇 살이 되건 유키처럼 또 욕심 많은 지금의 나처럼 계속해서 도전하고 꿈꾸고 성장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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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뽐뿌 (링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