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언론 간담회 때 미야케 쇼 감독님께서 일본의 동시대 감독들은 3.11 트라우마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는 해외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었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이 동일본대지진에 대해 보다 직접적으로 그려냈고 요근래 접한 일본 영화들은 그래도 살아야 한다. 묵묵히 오늘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또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영화 "이윽고 바다에 닿다"가 얼마 전 개봉했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애니메이션 장면으로 시작한다. 물에 잠긴 철도길을 보며 돌아갈 수 없는 여자와 하얀 꽃으로 변해 버린 사람을 보여주며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람들 사이에 쉽게 끼지 못하는 마나에게 인형처럼 예쁜 외모로 모두의 관심을 받는 스미레는 운명처럼 다가왔고 둘은 곧이어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그들을 바라보았으나 마나와 스미레 두 사람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강요하지 않았으며 가장 편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스미레를 신비한 이미지로 그려내고자 고심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캠코더를 들고 촬영하는 습관이 있고 어느 것에도 구속되고 싶지 않아 했으며 상황에 맞게 얼굴을 바꾸는터라 정작 그 누구도 스미레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엄마조차도 스미레가 떠난 후에야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말을 남겼으니 스미레가 얼마나 가깝고도 먼 사람이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설정은 마나가 스미레를 쉽게 보내주지 못하는 행동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함께 있었지만 그 사람을 다 몰랐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미련이 남아 보내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남은 사람들의 모습도 밀도 있게 그려져 있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점장님이었다. 사고나 범죄로 예상치 못하게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은 그 후유증으로 계속해서 자기도 모르게 죽은 사람의 고통을 체험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계속해서 해당 고통을 검색하고 곧이어 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점장님의 자살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으나 영화 전반에 비추어보았을 때 아무래도 동일본 대지진으로 죽은 가까운 누군가를 따라간 것으로 보였다. 또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영상을 찍고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는데 그 모습은 이런 후유증을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였다.
잔잔한 분위기와 우리는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 이해할 수는 없는 그들의 슬픔, 그리고 키시이 유키노가 일본적인 영화라 표현한 영화 표현 자체의 성격 때문에 국내에서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표현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모든 이야기가 진행된 후 다가온 여운도 상당했기 때문에 난 이 영화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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