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일상을 보내다 보면 문득 어린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어린 시절 하루종일 밖에서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 싸웠다가도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 풀어졌던 기억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그런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할 영화이다.
영화는 40줄에 접어들어서도 대필작가로 활동하는 히사를 비추며 시작한다. 팍팍한 현실에 지친 히사의 삶을 그려내다가 히사의 눈이 고등어 통조림으로 향할 때 어린 시절 그의 추억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히사에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매일 두 종류의 런닝을 번갈아 입고 다녔고 책상에 지우개 대신 침을 묻혀가며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타케"다. 반친구들 모두를 왕따 시키는 듯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독특한 녀석이라 히사또한 타케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돌고래를 보러 가자며 그 녀석이 말을 걸어왔다.
이 영화는 히사와 타케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귀엽게 그려내고 있다. 반에서 겉도는 타케가 처음에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돌고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다녀오며 둘은 서로가 꽤 잘 맞는 친구임을 알았고 여름방학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코 히사와 타케의 엉뚱함이다. 순수하면서도 단순하고 조금 바보 같은 두 친구가 벌이는 일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또 그런 두 친구를 도와주는 주변 어른들 또한 영화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한여름 친구와의 추억을 그렸다는 점에서 "기쿠지로의 여름", "썸머 필름을 타고"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세 영화 모두 소소한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이런 이야기로 재미와 감동을 그려내는 것이 일본 영화가 갖고 있는 강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친한파 초난강이 출연하기 때문에 넣은 서비스컷으로 추정되는 한국 음료캔도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사고 치기 전까지는 한국의 언론에도 초난강이 많이 나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래서 지금 미드나잇 스완,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의 두 영화가 개봉하는데 내한 소식이 없는 게 더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린 시절 타케가 초밥대신 만들어 주던 세상에서 제일 맛있던 고등어 통조림 초밥. 그리고 어른이 돼서 다시 맛본 고등어 통조림 초밥의 맛. 다르게 느껴지는 고등어 통조림 초밥의 맛처럼 성인이 되며 우린 분명 어린 시절과는 많은 점이 달라져있을 것이다. 그러나 맛은 다르게 느껴질지라도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타케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도 어린 시절 따뜻했던 추억들이 있을 것이고 어쩌면 그 추억들이 힘든 현실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쿠키영상이 있으니 영화가 끝나고 바로 일어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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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뽐뿌 (링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