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티비에 나오는 둘리와 함께 우리는 자랐다. 둘리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보며 둘리에게 냉정해 보이는 고길동을 미워하기도 하고 그들의 엉뚱한 행동에 함께 웃기도 했었다. 그리고 어느새 둘리가 나온 지 4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세월이 흐르며 어느새 우리도 고길동처럼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직장인의 입장이 되었다. 어릴 땐 몰랐던 고길동의 마음을 알게 되며 고길동이 성인군자로 재평가되어 어린 시절 둘리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여전히 그리운 둘리를 추억하기 위해 둘리 뮤지엄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많은 추억을 선물해 줬던 둘리가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으로 27년 만에 우리 곁을 다시 찾아왔다. 사실 다시 둘리를 만나기 전에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이미 세월이 많이 지나기도 했고 아무래도 지금 나오는 애니와 비교가 될 것 같다는 편견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며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통하는 유머와 인물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 또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감동까지 요즘 나오는 일본 유명 애니들에 견주어보아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짜임새를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둘리에서 주목할 점은 우선 캐릭터 설정이 잘 되어있다는 점이다. 이들 각자의 개성이 모여 영화 속 이야기는 어색함 없이 마치 살아있는 인물들이 이끌어가는 것처럼 생생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그러한 관계 속에서 이들이 툭툭 던지는 재미있는 대사는 더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에 관한 감독님의 말씀도 들을 수 있었는데 둘리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실재 주변인물들을 참고해서 구성했으며 이 인물들의 구성에 큰 노력을 기울여서 어색함 없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하셨다. 영화는 하필이면 고길동의 집에 별난 애들이 계속해서 떨어지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 지점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둘리 하나만으로도 지긋지긋해하는 고길동에게 또치 도우너까지 더해지며 고길동은 폭발했고 둘리와 친구들이 어린 마음에 서운함을 느끼며 미래로 가서 어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또한 귀엽게 느껴진다. 그들이 도착한 별에서 펼쳐지는 내용 또한 깨알 같은 재미가 산재해 있었다. 모두의 추억 속에 그 존재감을 굳건히 하고 있는 가시고기, 우주 해충의 모습도 반가웠고 갑자기 성인군자로 재평가되며 검성 고길동으로 급부상한 고길동의 멋진 모습까지 어린 시절 재미있게 봤던 그 추억 속 장면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인식한 부분인 뮤지컬 장면도 주목할만했다. 몇 군데에서 등장인물들이 춤을 추며 노래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이 굉장히 잘 짜여 있고 노래 또한 중독성 있고 신나는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 예전에 이런 구성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놀랍기도 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님과 함께 질문을 주고받는 기자 간담회 시간도 가졌다. 질문은 주로 고길동 재평가, 현재 한국 애니 상황 등에 관한 질문이 나왔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며 여전히 열악한 한국 애니 상황에 안타깝기도 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둘리가 그렇게 흥행했는데도 제작이 끝난 후 5년 동안 빚을 갚아야 했고 다른 애니도 이러한 현실 때문에 제작이 늦어지고 투자도 못 받아서 한국 애니가 발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둘리의 다른 극장판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좋지 못하여 무산됐다는 점도 아쉬운 지점이었다. 그러나 무산된 극장판을 거기서 끝내지 않고 출판만화로 열심히 제작 중이며 내년쯤 선보일 것이라는 작가님의 말씀에 새로운 둘리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요즘 재평가되는 고길동에 대한 질문도 많았는데 고길동 외전은 없을 것이고 작가님에겐 다 똑같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누가 빌런이고 이런 생각보다는 그냥 있을법한 인물로 그렸을 뿐이라는 답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 어린 시절 둘리를 보던 사람들은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부모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극장으로 가 어렸을 때의 추억을 아이와 함께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아이가 없더라도 어린 시절 즐겁게 해 줬던 추억 한편에 자리 잡은 둘리를 만나 다시 그때의 추억에 젖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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