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거장 켄 로치 감독 "이번이 마지막 영화지만…혹시 모르지"
"디 올드 오크"로 15번째 칸 초청…노동계급·이민자 우정 그려 ""나, 다니엘 블레이크"·"미안해요, 리키" 이후 임무 안 끝난 느낌" "앞으로 장편 영화를 찍기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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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장편 영화를 찍기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영국을 대표하는 거장 켄 로치 감독은 1936년생, 만으로 87세다. 영화와 함께한 세월도 60년이 넘는다. 보통의 감독이라면 진즉 은퇴하고도 남을 때이지만, 로치 감독은 신작 "디 올드 오크"(The Old Oak)를 들고 돌아왔다.
이 작품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로치 감독은 시사회 후 열린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기억력 감퇴, 시력 악화 등 노환을 고백하고 "이 영화가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며 은퇴를 암시했다.
칸영화제 폐막일에 만난 그는 인터뷰에서도 "내 장편 영화를 또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나도, 당신도, 그 누구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른다"면서 "일단 내일부터 겪어 보자. 게다가 내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가 있지 않으냐"며 웃었다.
로치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무려 15번째다. 그보다 더 많이 경쟁 부문에 진출한 감독은 없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세계에서 단 9명만이 황금종려상 2회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로치 감독은 상보다는 칸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라며 "칸은 영화에 열정적인 사람들을 만나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강조했다.
로치 감독은 불평등, 노동 문제, 복지 사각지대 등을 주제로 한 영화를 꾸준히 다뤄 "블루칼라의 시인"이라 불린다. "디 올드 오크"에서는 쇠락한 산업도시 주민과 이민자로 시선을 옮겼다. 로치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긴 2편을 포함해 여러 작품을 함께한 각본가 폴 라버티가 시나리오를 썼다.
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2019)를 마친 후에도 "임무가 끝나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주인공처럼 어떤 노동자들은 아파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죠. "미안해요, 리키" 주인공처럼 긱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 유급휴가 권리가 없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조직화한 노동자 계급이 해체되고 공동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디 올드 오크"의 배경은 영국 북동부의 한 탄광 마을이다. 석탄 산업 호황과 함께 번영을 누렸던 주민들은 술집에 모여 신세를 한탄하는 처지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석탄 산업 쇠퇴 후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에 빠졌던 노동자들과 황폐한 마을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는 오래된 산업이 죽고, 공동체마저 죽는 것을 목도해왔습니다. 1980년대 당시 영국 정부는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탄광을 폐쇄했죠. 노동자들이 강력하고 급진적인 노동조합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우파 정권이 들어서자 마거릿 대처 총리는 위협이 되는 노조를 파괴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실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에요."
"디 올드 오크"와 앞선 두 영화의 차이점은 외부에서 온 또 다른 약자, 어찌 보면 영국의 노동자보다 더 약자인 난민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로치 감독은 이들의 "을 대 을 갈등"을 짚는 것에서 나아가 약자 간의 연대에 관해 이야기한다. 술집 주인 TJ(데이브 터너 분)가 난민 여성 야리(에블라 마리)와 우정을 쌓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다. 과거 탄광 노조 활동을 한 TJ는 누구보다 연대 의식의 중요성을 아는 인물이다. 노동 문제든, 혐오와 차별 문제든 결국 열쇠는 연대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로치 감독은 "연대는 인종차별을 포함한 모든 차별의 해독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노동자 계급 투쟁에서도 연대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개인은 힘이 없지만, 집단의 힘은 엄청나기 때문이죠. 제가 처음에 영화계에서 일할 때만 해도 영화인들은 가장 먼저 노조에 가입했어요. 그걸 자부심으로 여겼고요. 하지만 그런 위대한 유산이 이제는 파괴돼버렸습니다."
그는 노조가 약화한 틈을 파고들어 "정부가 가난을 무기 삼아 노동자들을 길들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분노와 문제의식은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게 해준 힘으로 작용했다고 그는 말했다. 또 87세의 나이에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도 덧붙였다.
""저 연급 수급자 일 좀 더 시키라"고 하는 사람들 덕도 있었죠. 하하. 하지만 제가 아직도 영화를 할 수 있는 건 오직 운, 운, 운 때문이었습니다. 창의적이고 저를 지탱해주는 좋은 팀을 만났잖아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는 물리적인 힘이 필요한 일이에요. 저는 코스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점프를 하다 넘어지는 늙은 경주마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아마 저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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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뽐뿌 (링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