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비주얼을 대표하는 두 배우가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영화 “남은 인생 10년”이 얼마 전 한국에서 개봉했다. 그리고 “남은 인생 10년”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한부 삶을 지닌 등장인물이 한정된 삶으로 슬픈 이야기를 진행할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시한부 인생 마츠리의 짧은 삶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폐동맥 고혈압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마츠리는 같은 병실 친구가 먼저 떠나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의 인생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영화 내내 마츠리는 캠코더를 손에 쥐고 있다. 이는 병실 친구가 죽음을 앞두고 마츠리에게 준 선물이기도 하다. 카즈토가 무엇을 찍냐는 말에 좋아하는 것들을 찍는다고 대답한 마츠리의 대답이 마치 짧지만 모든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는 말처럼 들려서 캠코더를 찍는 모습이 서글퍼 보이기도 했다.
마츠리와 카즈토는 동창회에서 만났다. 서먹한 두 사람이었지만 어떤 계기로 죽고 싶어 하는 카즈토를 보며 마츠리는 화가 났고 이러한 마츠리의 예상치 못한 반응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살고 싶은 마츠리와 죽고 싶던 카즈토가 만나 서로의 인생을 채워주는 장면이 이 장면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카즈토는 마츠리로 인해 다시 열심히 살기 시작했고 마츠리는 카즈토로 인해 삶의 나머지 부분을 가장 행복하고 사랑받는 기억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이 영화는 마츠리와 카즈토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아픈 마츠리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모습도 그려내고 있었고 오히려 카즈토보다 가족들의 관계에 더 집중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중에서도 결혼하고 나서도 동생을 위해 헌신하는 언니의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언니로 나온 쿠로키 하루는 “온다”에서도 고마츠 나나와 함께 등장하기도 했다.
사실 큰 반전이나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이야기는 예상가능한 범위에서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그 잔잔함이 나쁘지 않았다. 한때 연기력 논란이 있던 두 배우가 이 영화에서 많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 때문에 둘의 감정에 몰입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삶의 방향이 바뀌어서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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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뽐뿌 (링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