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떡잎학교 편으로 짱구 극장판을 하나씩 보겠다는 다짐이 잊히던 무렵 닌자 편이 개봉됐고 닌자 편으로 인해 짱구 극장판을 하나씩 보겠다던 다짐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첫 타자는 [극장판 짱구는 못 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이 되었다.
영화는 아이들의 순수한 낙서가 사라지며 가라앉을 위기에 처한 낙서왕국에서 낙서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지구를 침공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의 독단적인 침공을 막기 위해 미라클 크레용을 들고 궁정화가 또한 지구에 왔으며 그가 찾던 낙서를 잘하는 아이만이 할 수 있는 크레용 용사의 자리는 짱구가 차지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우선 주목한 점은 짱구의 눈높이에서 그린 용사들이 각자 다른 성격과 특성을 지니고 있고 이들이 종이 밖으로 나와 짱구와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짱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똑똑한 친구지만 이틀 입은 팬티라는 점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브리프, 이슬이 누나를 그렸으나 그림실력의 한계로 뭔가 무섭게 그려진 이슬이 누나인 듯 아닌듯한 이슬이 누나, 틈만 나면 배신하려고 기회를 노리는 부리부리 대마왕. 이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모여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큰 재미를 주고 있었고 각자의 인물들이 하는 행동과 대사는 서로 잘 어우러져 어쩔 때는 큰 웃음을 또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영화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펼치지 않는 주입식 교육을 비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어렸을 때도 쓸데없는 짓 말고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교를 가야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고 이로 인해 입시공부에 재능이 없고 다른 쪽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들마저 모두 공부에 10년 이상을 매달려왔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과연 그 삶이 정답이고 행복한가를 생각해 보면 머뭇거리게 된다. 공부에 매진했던 모두가 좋은 대학을 전부 갈 수 있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머리가 좋아서 좋은 학교를 간 친구 또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짱구 극장판 내에서 무언가를 정교하게 묘사하는 다른 아이들과 그 사이에서 명란젖이라며 정체불명의 동그라미를 그리는 짱구의 모습이 이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엉뚱해 보이는 낙서지만 그 낙서로 자신의 세상을 펼쳐볼 기회를 아이들에게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억지로 낙서를 시키거나 무기를 그리라고 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낙서를 하며 힘을 모으는 아이들의 대비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웃음과 감동이 있는 수작이었다. 짱구와 낙서친구들이 주는 뭉클함과 감동의 여운 그리고 아이들의 낙서와 펼쳐지는 낙서왕국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잊고 있던 마음속 무언가를 건드려주는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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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뽐뿌 (링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