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정약전보다 그의 동생 정약용에 주목해왔다. 그리고 여기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정약전을 주목한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정약전 선생이 저술한 자산어보의 서문을 참고하여 만든 픽션 영화다. 이야기꾼 이준익 감독님은 그 안에 몇 번 등장한 창대라는 인물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 것이다. 자산어보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바로 흑백영화라는 점이다. 사실 흑백영화는 꽤 도전적이라 할 수 있다. 특유의 답답한 느낌 때문에 흑백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 나니 우려했던 바와는 다르게 소소하게 터지는 웃음과 깊이 있는 이야기로 어느 순간 흑백이라는 것조차 잊고 볼 수 있어서 이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약전의 집안은 정조가 죽고 순조가 즉위하며 천주교(서학)를 받아들였다는 명목으로 풍비박산이 나 큰형 정약종은 참수형을, 정약전과 동생 정약용은 유배를 떠나게 되었다. 흑산도로 보내진 정약전은 그곳에서 창대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고 머리는 좋으나 여건이 안 되어 학문을 확장할 수 없던 그에게 약전은 학문의 가르침을, 창대는 약전에게 물고기에 관한 지식을 주며 서로 스승과 제자가 되어 돈독한 관계를 쌓아간다. 약전은 그 시절에 비추어볼 때 상당히 진취적인 인물이었다. 상놈에 지나지 않는 창대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그에게서 배우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그와 더불어 자신이 바라는 건 양반도 상놈도 임금도 없는 평등한 세상이라는 위험한 말을 내뱉기도 한다. 물론 약전에게도 양반으로서 한계는 보였다. 창대에게 상놈이라고 부르는 모습, 상처 주며 물고기 책이나 쓰라는 말, 밭보다 씨앗이 중요하다는 특유 양반의 말을 하는 모습 등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 모습은 자칫 잘못하면 너무 지나쳐 비현실적으로 비칠 수 있는 정약전이라는 인물의 균형을 맞춰주었다고 생각한다. 스승의 마음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다 했던가 창대는 약전의 이미 지나온 길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듣지 못했고 어느 순간 둘의 마음속에서는 다른 생각들이 피어났다. 그리고 이 마음은 자신을 거둬주고 가르침을 준 스승에 대한 배신으로 치닫고, 창대는 더 큰 부조리함을 목격하고 상처받고 나서야 왜 자신의 스승 정약전은 점잖은 책을 쓰는 정약용과는 다르게 물고기 책을 쓰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영화에서 창대가 목격한 일들은 한참 전의 일이지만 아직 현재 진행형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투명한 민주주의가 시행되고 있다 해도 부조리함은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고 억울한 일을 당해 눈물 흘리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이 영화는 정약전과 창대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나고 싶은 희망을 보여주었고 이는 마음속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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