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토리
학교 폭력에 희생되고 있는 아들을 위해 바이러스를 개발한 과학교사 때문에 학교와 사회에 바이러스가 퍼져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학생과 교사, 마을로 퍼진 후 벌어지는 각 인간들의 행태를 통해 사회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2. 또 좀비물인가
저는 "또 좀비물이야?"라고 생각하며 1월 28일 출시된 후 몇 일간은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해외에서의 반응이 괜찮다는 기사를 보고 설 연휴 기간에 한 두 편씩 보다가 결국은 다 보게는 되었습니다.
한국 특유의 빠른 좀비가 등장하고 감염이 되어도 좀비가 되지 않고 의식이 살아 있는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나는 등은 특이했지만 무조건 물어뜯고 소리와 빛에 따라 움직이는 기존의 좀비들과 큰 차이가 없어 신선함은 덜 했습니다.
3. 저의 평가
3.1 한국 작품들의 특징
오징어 게임, 지옥, D.P. 등 호평을 받은 한국의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작품들을 통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으며 이를 통해 감동을 이끌어 낸다는 점입니다.
이번 '지금 우리 학교는'도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는 하나 학교 폭력, 따돌림, 이기주의, 허세, 약육강식, 무능, 편의주의, 박애, 사랑, 우정, 협력, 배려 등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면서, 10대 임신, 입시, 학교문제 해결 방식의 문제, 빈부 격차와 계급문제 등도 다루고 있습니다.
학교 안과 밖을 오가며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려다 보니 쓸데 없는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스토리의 전개가 산만하고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정치인의 허세, 대피하면서도 모두를 구하고자 하는 의협심 넘치는 형사, 현장을 중계하는 유튜버, 고뇌하는 군인 등,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나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학교 내에서의 스토리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어 단순하고 지루했습니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긴박감과 긴장감도 한국 작품들의 특징인데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이 점은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6화나 8화 정도에서 마무리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오징어 게임 제6화에서 느꼈던 감동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청자들이 좋게 보는 분들이 많으나 이러한 패턴이 계속된다면 곧 외면 받게 될 것입니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과 같이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감동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아쉬움이 큽니다.
힘이 세고 강한 좀비들이 유리창을 깨고 들이 닥치지 않는 점 등, 스토리 전개에서 이해되지 않는 점도 있었으나 그 점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3.2 미성숙한 학생들의 문제 해결
어른들이 구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협의하면서 문제를 해결해가며 그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을 키워가는 모습들은 보기에 좋았습니다.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살리는 교사와 학생들을 통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자신만 살아 남으려 했던 학생들의 말로가 어떠한 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교사들의 역할을 좀더 확대하여 미숙한 학생들을 이끌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큽니다.
3.3 학교의 민낯을 드러낸 용기
여러 가지 아쉬움들이 많은 작품이기는 하나 학교내에 존재하는 각가지 문제들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합니다.
폭력, 디지털 성폭력, 집단 이기주의, 무관심, 왕따, 빈부격차, 차별과 혐오, 문제해결 방식의 문제, 등등을 그대로 나타낸 작가의 용기는 돋보였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학생들의 흡연이 심각한 수준이고, 학생들의 임신문제도 곪아 있으며,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교장의 문제 인식과 처리 방법도 학내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편, 작가는 이러한 팩트들을 드러내고만 있고 이 걸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이러한 문제들을 타파하기 위해 헌신하거나 저항하려는 생각이 없는 걸로 보였습니다.
제가 작가라면 교장의 처사에 저항하는 교사를 만들거나, 어린 나이에 흡연을 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 지, 그리고, 공부해야 할 시기에 임신과 낙태, 출산 등을 겪을 때의 고민과 고통 등을 사전에 알려 주기 위해 온 힘을 쏟는 교사 1명쯤은 등장시켰을 겁니다.
작가가 더 큰 용기를 냈었다면 좋았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작가를 꿈꾸신다면 작가의 의무를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는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이웃의 아픔에 같이 아파할 줄 아는 따스한 마음도 가져야 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겸손해야 하지만, 이웃의 잘못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용기도 지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3.4 저의 평가는 ★★☆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