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등장인물
1)
막장(or치정)과 非막장을 구분짓는 비공식 기준中 하나는 등장인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느냐 여부입니다. 막장은 그냥 시어머니, 며느리, 벙찐 남편, 이런 식으로 인물을 배치해놓으면, 제네들 눈에 쌍심지키고 싸우겠구나 또는 눈빛만 봐도 알수있는 러브라인, 저넘 보나마나 나쁜 놈이네... 하고, 시청자들이 알아서 이해합니다. 하지만, 非막장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겉으론 보이지 않는 인물의 내면, 과거, 이해관계 등을 어느 정도 설명을 하고 나서야 갈등구조가 재미를 만들어가기 시작하죠.
<어나더 라이프> 첫회부터 쌍심지키고 싸웁니다. 니키 함장이 상부에서 꽂은 낙하산이라고... 퇴물이라고... 프로페셔널은 하수구에 쳐박아놓고, 아마츄어 그 미만의 징징거림으로...... 부함장이 대놓고 반란을 일으키고, 새파란 20대 대원들이 삿대질해가며 반항합니다.
게다가... 반란은 갈등구도의 정점에 위치했을때 가장 재밌습니다. 희대의 망작 ABC <인휴먼>도 인물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반란으로 얻은 권력의 힘은 얼마나 될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첫회부터 쿠데타를 일으키는데...
<어나더 라이프> 역시 첫회에 반란으로 시작합니다.
2)
니키 함장. 위험을 각오하고 역경을 헤쳐나가는 유능한 지휘관의 늠름함을 기대하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 솔직히, 그렇지 않은 지휘관이 주인공이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근데, 니키 함장이 그렇습니다. 안전빵을 추구해요.
황당한 기술력 묘사
1)
우주에서 온 뫼비우스의 띠 형태의 괴물체, 그리고 그 괴물체가 만들어낸 다이아몬드 같은 타워. SF에서는 이게 "갓!!!~~~짱" 중요합니다. 지구의 과학력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타워의 기현상, 또 그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지구인들의 모습, 외계 문명에 대한 경이와 함께 찾아오는 불안감, 위협감 등등 그 정체를 알아내고자 하는 처절한 이유가 보여져야합니다. 그런데 부함장은 무작정 "외계인의 위협"을 부르짓습니다.
2)
판타지에 가까운 기술력이 아닌 현실에서 어느정도 발전된 정도의 기술력으로... 마치 콜럼버스가 서쪽바다를 향해 나아가듯, 그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를 광활한 우주를 향해 떠나는 우주 탐사, 이제 가면 온제 올지 모를 위험한 임무에 투입된 대원들, 그 비장함은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의 온 몸에 전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어나더 라이프> 속 지구의 기술력은 FTL 엔진을 가진 수준. 게다가, 시리우스 행성까지 거리가 8.6광년인데 한달만에 갔다는건 빛의 속도의 약 100배.... 아광속이 가능한 수준(까진 봐줌)으로 왕복 20년의 임무가 아니라, 6개월짜리 임무라니.... 위협감의 증폭이나 비장함은 그닥 찾아볼 수 없네요. 고작 7개월 늘어난다고 징징징~
3)
근데, FTL 엔진을 가진 수준이면 이미 몇년짜리 임무를 통해 시리우스 행성 탐사도 끝냈...아니, 타워에서 송출되는 신호의 종착지까지도 충분히 탐사를 마쳤을 기술력. 그걸 초행길이라고... 암흑물질에 의한 착시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탐사선이 날라갔다고 하니... 비유하자면, 25노트급 핵잠수함으로 신대륙 찾으러 가다가 암초에 부딪히는 거랑 비슷...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