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 (부제: Hear Me) 리메이크 리뷰
자신의 나침반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모르기에 목표를 잃고 헤매는 취업준비생 용준. 그는 부모님을 도우며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텅 비어 있다. 배고픈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그는 오늘도 다른 이들의 허기를 채워주기 위해 도시락을 들고 바쁜 하루를 보낸다.
어느 여름날,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찾아간 배달지.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고, 습한 공기 속엔 첨벙거리는 소리와 소독제 냄새가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 마주친 여름이라는 이름의 소녀는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빛 한 점 없는 공간에 그녀의 미소가 햇살처럼 퍼진다.
이게 바로 "첫눈에 반했다"는 느낌일까? 용준의 마음속 나침반은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자기교란을 일으켜 초속 1미터로 빙빙 돌고 있지만, 그의 눈은 오로지 여름을 향해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그렇게 만난 여름. 그녀는 용준의 마음에 뜨거운 햇살을 비추듯 따뜻하지만, 그녀에게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장애가 있다. 용준은 그런 여름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바라던 삶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한없이 따스한 여름에 태어난 여름은 언제나 동생 가을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들리지 않는 소리 속에서 둘만의 세상에서 살아온 두 자매. 가을을 돌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은 여름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지배하지만. 이성은 언제나 가을을 향하고, 동생을 지키는 것이 그녀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그런 이성적인 판단 속에서도 어느새 용준에게로 시선이 머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 본 순간, 여름은 용준의 눈에서 자신과 같은 텅 빈 무언가를 보았다. 세상을 향해 방향을 잃은 듯한 그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다. 그는 마치 자신처럼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싶어하지만 길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을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이 그녀를 잡아 두지만, 감성은 시나브로.. 용준에게 향하고 있었다.
영화는 많은 말을 하지않는다. 그저 적막감 그리고 고요함 속에서 두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저 들리는 소리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며, 감정의 교류는 소리가 아닌 마음을 통해 이야기한다라는 것을 감독은 화자를 통해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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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링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