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감쪽같이 속였다… 영국 국민MC의 두 얼굴
넷플릭스 '지미 새빌: 브리티시 호러 스토리'
입력
2022.04.15 10:00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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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훤칠한 외모에 거리낌 없는 언행이 대중을 사로잡았다. 트레이닝복만 입어도 눈길을 잡는 패션 감각이 남다르기도 했다. 50년 동안 영국 공영방송 BBC의 인기 프로그램 여러 개를 동시에 진행했고, 사회 봉사 활동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나타나면 모두가 환호했고, 누구나 손을 흔들었다. 영국 방송인 지미 새빌(1926~2011)은 국민 MC라는 수식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추악한 범죄자였다. 그의 삶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시리즈 ‘지미 새빌: 브리티시 호러 스토리’의 부제가 ‘영국 공포 이야기’라는 뜻을 지닌 이유다.
①영국인 모두가 좋아했던 인물
새빌은 신통한 사람이었다. DJ로 명성을 얻은 후 방송인으로 권세를 누렸다. 그는 슬럼프를 몰랐다. 50년 넘게 방송 활동을 하며 정상을 유지했다. 인기 음악프로그램 ‘톱 오브 더 팝스’를 42년 동안 진행할 정도였다. 재치 넘치는 입담이 그의 인기를 뒷받침했고, 소탈한 인간미가 버팀목 역할을 했다.
중년을 넘어선 기부에 앞장서는 면모가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방송으로 바쁜 와중에도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한 척추전문병원이 건물 노후화로 무너지자 발벗고 나서 모금운동을 펼쳐 4,000만 파운드를 모았다. 하루하루 자는 곳이 다르다 할 정도로 영국 곳곳 복지시설과 교화시설을 돌아다녔다.
②왕실ㆍ총리와 가까웠던 ‘기사’
새빌의 행보는 왕실과 정치권도 눈여겨보았다. 찰스 왕세자, 다이애나 왕세자빈 등과 친교를 쌓았다. 찰스 왕세자는 민심을 살필 때나 조언이 필요할 때 새빌의 의견을 들었다. 왕실은 기사작위까지 내렸다. 마거릿 대처 총리와는 절친한 사이였다. 휴가를 함께 보낼 정도였다.
권력과 가까우면서도 새빌의 소탈한 행보는 이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차를 직접 운전해 사람들과 만났다. 미혼에 바람둥이로 소문이 났는데 스캔들 한번 터지지 않았다. 기이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긴 했으나 사생활까지 깔끔하니 대중들의 사랑은 흔들리지 않았다.
③권력과 협잡이 감춘 범죄
새빌을 둘러싼 루머가 없진 않았다. 언론계에서 새빌이 소아성애자라는 말이 떠돌았으나 증거가 없었다. 한 언론인이 이를 질문해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은 무례하다고 여겼으나 또 다른 언론인은 기사를 주목했고 장기간 취재했다. 어렸을 적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던 청소년교화시설에서 봤던 새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서다.
취재는 어려웠다. 왕실과 총리와 가까운 인기인이라 피해자들은 입을 닫았다. 인터넷이 등장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피해자들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새빌이 숨진 후 1년 뒤에야 그의 범죄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피해 신고가 쇄도했다. 피해자는 600명가량이고, 대다수가 미성년자였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지미 새빌의 추악한 인생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다큐멘터리는 여러 자료화면과 증언을 통해 새빌이 저지른 일들의 단서를 쫓는다. 인기라는 권력이 죄를 어떻게 묻었는지를 통찰하기도 한다. 새빌은 “내일 망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말을 주변사람들에게 즐겨 했다. 자신의 범죄가 언제 들통날지 모른다는 강박이 있었던 듯하다. 자선사업에 몰두한 것도 죄를 덜어내기 위한 반작용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