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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우먼 앤 머더러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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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9.30 07:26 12,03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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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나 범죄 아닌 피해자와 여성을 향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우먼 앤 머더러>

21.09.29 17:16최종업데이트21.09.29 17:17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먼 앤 머더러> 포스터.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먼 앤 머더러> 포스터. ⓒ 넷플릭스

 
영미 지역의 연쇄살인범은 '흔하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악명 높은 사례를 많이 보고 들었다. 책,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수많은 콘텐츠에서 다양한 시선과 관점으로 연쇄살인범들의 살인 행각에 관한 이야기들을 접했기 때문이다. 반면, 영미과 함께 '서양'이라고 부르는 유럽 지역의 연쇄살인범은 거의 보고 들은 바가 없다. 선진적인 문화와 시스템 덕분에 실제로 잘 일어나지 않는 걸까,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는 것 뿐일까. 이번에도 범죄 다큐멘터리의 명가 넷플릭스에서 손을 걷어 붙였다. 

1990년 중반, 프랑스 수도 파리에 느닷없이 젊은 여성을 노린 범죄가 연달아 일어난다. 처음에는 당연히 연쇄살인이라는 점을 특정할 수 없었지만, 한 건 두 건 발생하며 피해자의 상처가 거의 동일하다는 점을 비춰 연쇄살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논란의 중심이 되는 범인의 DNA를 수집할 수 있었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델이나 배우처럼 매우 예쁘고 성격도 밝으며 별 걱정 없이 잘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범인은 일괄적으로 그들을 강간하고 살해했는데, 여타 유명한 연쇄살인들처럼 말할 수 없이 엽기적이거나 특별하기 이를 데 없는 사연이 있거나 사회병리학적 문제와 심히 연관되어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먼 앤 머더러>는 조금은 다른 관점과 시선으로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보려 한다. 

어느 연쇄살인 사건에 관련된 여성들

제목이 '우먼 앤 머더러'인 만큼, 작품은 범인보다 사건에 관계된 이들에 먼저 집중한다.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 색다르게 와 닿았다. 그중에서 가장 비중 있고 또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가장 맞닿아 있는 인물이, 안 고티에다.

그녀는 1995년 피해자 엘렌의 어머니로, 딸이 살해당한 후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발 벗고 나섰다. 경찰이 수사하지 못한 부분에 나서고 언론도 이용하며 경찰을 압박하는 동시에 여론을 움직였다. 마르틴 몽테이는 여성 최초로 강력범죄팀 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녀는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 중 파리에서 사망한 다이애나 비 사건을 맡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결국 다시 연쇄살인 사건을 맡아 처리하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강력범죄 전담 기자 파트리시아 투랑쇼도 있다. 그녀는 남자 기자들만 득시글거리던 강력범죄 전담 기자단에 당차게 파고 들어가 정장차림에 하이힐 차림으로 당당하게 앞가림을 톡톡히 해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측의 변호를 맡은 이도 여성으로, 솔랑주 두익이 그녀다. 그녀는 재기 넘치는 말로 범인을 한순간에 굴복시키고 자백을 받아 낼 수 있었다. 사건과 관련된 여성들의 다방면 만점 활약으로 프랑스 역사상 손꼽히는 연쇄살인 사건이 말끔히 해결될 수 있었다. 

프랑스 파리의 연쇄살인, 그리고 기 조르주

사건의 전말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 수사 과정에서 범인의 DNA가 추출된 상황 그리고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점이 특정된 상황, 이쯤이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범인을 잡고 사건을 빠르게 종결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연쇄살인 사건이라고 특정할 만한 사건이 그동안 거의 없었다는 점과 개인의 자유를 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프랑스라는 나라의 특성상 DNA 데이터베이스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기에 추출된 범인의 DNA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경찰 측에선 범죄인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자 했지만 사회적으로 극심한 논란이 일며 빠르게 진행할 수 없었고, 검사관이 수작업을 하며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피나는 노력 끝에, 결국 1998년 3월 '기 조르주'라는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30대 중반의 남자로, 프랑스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어려서 버려진 후 여러 임시보호를 거쳤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마지막 임시 보호 가정에서 의붓누나의 목을 쇠파이프로 누르는 걸 양부모에 걸려 파양되었다. 

작품은 한 시간 반의 러닝타임을 정확히 반으로 나눠 앞 부분에선 연쇄살인 범죄를 들여다보고 뒷 부분에선 재판 과정을 들여다본다. 우여곡절과 논란과 노력 끝에 잡힌 연쇄살인범 기 조르주, 2001년 드디어 재판이 시작된다. 프랑스 전역에서도 많은 관심이 쇄도했고, 이례적으로 재판에 피해자 유족들이 대거 참여했다. 악마의 몰락을 직접 목도해야 했던 것이다. 

시선과 관점, 공감과 감동까지

기 조르주는 경찰한테 모든 걸 세세하게 털어 놨다고 한다. 자신의 범죄 행각을 낱낱이 직접 자백한 것이다. 하지만, 왠일인지 재판에 들어서니 모든 걸 부인했다. 아마도 변호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리라. 이미 범죄 현장에서 범인의 DNA가 나온 상황, 문제는 피고가 7명의 연쇄살인 중 DNA가 나오지 않은 사건에서 발뺌하면 뒤집을 만한 근거를 마련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기지를 발휘하는 원고 측 변호사 솔랑주 두익, 그녀는 피고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양손잡이 얘기를 꺼낸다. 피고가 자신이 오른손잡이라고 말한 점과 증인이 범인을 두고 왼손잡이라는 말한 점을 들어, 피고가 양손잡이 아니냐고 밀어 붙인다. 피고는 아니라고 잡아 떼는데, 피고의 동작을 주의 깊게 살폈던 변호사가 피고가 양손잡이라는 점을 정확히 파고 든다. 피고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양손잡이라는 점을 시인하고는, 대노하더니 점잖고 여유 있던 모습이 사라지고 포악성을 드러냈다. 

이후 휴정과 개정이 이어지고 한동안 입을 열지 않던 기 조르주는, 지난 1995년 그에게 폭행당하고 죽임을 당할 위기에서 탈출한 생존자 엘리자베트가 출두해 말을 건네자 모든 걸 내려놓고 모든 범죄 사실을 시인했다. 프랑스의 수도이자 세계 수도 중 하나인 파리에서 20세기 말에 일어난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을 끝내 버린 것도 '여성'이었던 것이다.

남성 경찰과 남성 관계자들은 젊은 여성들이 강간당하고 살해당한 사건의 엄중함은 잘 알고 있을 테지만 심정적으로 완벽하게 공감하고 동화될 순 없었을 테다. 그 시선이 피해자 아닌 범인에게 쏠려 있었을 게 분명하다. 반면, 이 사건의 주요 여성 관계자들은 모두 시선이 범인 아닌 피해자에 보다 더 가닿아 있었다. 그 공감력이 결국 범인에게까지 가 닿아 직접 자백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안 고티에 여사가 범죄 아닌 범인을 대한 관점과 시선은 감동을 자아 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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