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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침묵을 거래하는 손]-거대 자본과 정치권력의 언론통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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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8.09 10:19 11,22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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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호건 섹스영상 다큐를 더불어민주당이 봐야하는 이유 [왓칭]

미국 유명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미국 유명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1.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사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법’을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이 법안은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언론사에 피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보도 과정에서 고의나 중과실이 없었다는 ‘입증 책임’을 피소된 언론사가 지도록 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언론봉쇄법, 언론징벌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 ‘취재원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얼마 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채널A 이동재 기자 사건은 최근 사실상 MBC와 정부·여당의 ‘권언유착’ 사건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BC 보도로 채널A와 공모한 의혹에 휩싸였던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집권 세력과 일부 검찰, 어용언론·단체·지식인이 총동원된 유령 같은 거짓선동·공작·불법적 공권력 남용이 철저히 실패했다”며 “권력 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재원 강요 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7월 16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오종찬 기자
 '취재원 강요 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7월 16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오종찬 기자

우리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에 기초한다. 언론을 제한하면 자유를 잃는다.

토머스 제퍼슨, 1786.

집권 세력 입맛에 맞지 않는 성가신 언론사를 길들이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우리는 그동안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언론이길 포기하고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한 일부 기자 무리를 통해, 순치(馴致)된 언론이야말로 건강한 민주주의의 적(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민주당이 최근 내놓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전처럼 사냥개 부려 손 보던 간접적인 방식에 그치지 않고, 사법제도 틀 안에서 확실하게 재갈을 물리는 장치라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 언론단체들은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反) 민주적 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민주당에 ‘민주’가 없어서 ‘민주없당’이라고 불린다는 얘기는 과언이 아니었다.

[양상훈 칼럼] 민주(없)당, 정의(없)당, 정의(판)連이 득세하는 나라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이런 시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다큐멘터리 한 편이 있다. 2017년에 넷플릭스가 공개한 오리지널 다큐 ‘침묵을 거래하는 손(Nobody Speak: Trials of the Free Press)’이다. 거대 자본과 정치 권력의 언론 통제를 파헤친 이 작품은 권력자가 특정 언론을 파괴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송을 지원하고, 실제로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루고 있다.

◇헐크 호건 섹스 비디오가 불 붙인 언론 자유 논쟁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의회는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언론의 자유에 관한 세기의 소송은 뜬금없게도 유명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본명 테리 진 볼레아)의 얘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호건은 지난 2012년 자신의 성관계 동영상을 보도한 인터넷 언론사 ‘고커(Gawker)’를 상대로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폭로 전문 매체 고커는 그간 소문과 캡처 사진으로만 떠돌던 호건의 섹스 비디오를 입수해 공개해 버렸다. 호건이 친구의 부인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갖는 영상이었다.

유명인의 성관계 동영상을 그대로 보도하는 행위는 한국이라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 2002년 미국 뉴욕에서 창업한 가십 매체 고커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표방하며 ‘올바른 언론’의 개념을 비웃는 기사, 관습과 통념을 뛰어넘는 ‘선 넘는 기사’를 쏟아내는 곳이었다. 고커는 캐나다 토론토 시장의 코카인 중독을 특종 보도했고, 코미디언 빌 코스비의 약물 성폭행 의혹을 처음 알렸으며, 톰 크루즈가 신흥 종교 사이언톨로지의 최고마케팅경영자(CMO)로 활동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그럼에도 호건 섹스 동영상 보도는 고커 잘못이 명백했다. 사회 상규를 정면으로 거스른 이 사건을 놓고서, 미국 사회에선 언론의 자유 대(對) 사생활 침해에 관한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다. 재판 과정에서 고커 미디어의 손을 들어준 판사도 있었다. 호건 동영상이 보도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법이 무엇을 보도하고, 무엇을 보도하지 말지를 선별하기 시작하면, 결국 언론 통제 권한을 권력 집단에게 넘겨 주게 된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헐크 호건이 고커 미디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판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헐크 호건이 고커 미디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판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던 호건은 무슨 영문에선지 초호화 변호인단을 동원, 4년에 걸친 재판을 치밀하게 이어 나갔다. 섹스 동영상이 처음 폭로됐을 땐 팟캐스트에서 영상에 관한 농담을 스스럼없이 던졌던 그였다. 호건은 재판 2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 한 건을 돌연 취하하기도 했다. 고커 측이 법률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설계한 전략이었다. 치열한 공방 끝에 법원은 2016년, 고커 미디어에 1억4000만달러(약 1635억원)의 배상금을 부과했다. 호건의 완벽한 승리. 고커는 파산을 신청했다.

고커 미디어 설립자 닉 덴턴.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고커 미디어 설립자 닉 덴턴.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실리콘 밸리 억만장자가 거기서 왜 나와


‘헐크 호건 대(對) 고커 미디어’ 사건은 최근 국내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정당화하는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섹스 비디오를 보도해 파산한 인터넷 매체보다 더 큰 비난을 받는 사건의 몸통, 배후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 거물이자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실리콘 밸리 거물이자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재판이 끝난 뒤 뉴욕타임스(NYT)는 소송 배후에 실리콘 밸리 거물인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있다는 것을 보도했다. 사실상 호건을 꼭두각시로 앞세워 고커 미디어와 대리전(戰)을 펼친 것이었다. 틸은 지난 2007년 고커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폭로한 것에 앙심을 품고, 호건의 소송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커는 그간 실리콘 밸리 억만장자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경영 실패담과 비화들을 거침없이 폭로해 온 눈엣가시였다.

언론사를 문 닫게 한 배후로 지목된 틸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고커는 악랄하고 반사회적인 깡패”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거물 기업인이 금권을 동원해 언론사를 파산시켰다는 점에서 강한 비난이 쏟아졌다. NYT·워싱턴포스트(WP)·뉴요커·파이낸셜 타임스(FT)·가디언 등 영미권 유력 언론사들은 “고커를 옹호할 수 없지만, 피터 틸의 행위는 더욱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고커의 잘못보다, 오히려 틸의 계략이 민주주의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고커 미디어는 2018년 파산 경매에서 뉴욕의 한 미디어 기업에게 팔렸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5년 만에 사이트를 다시 열었다.

지난달 28일 고커닷컴이 폐쇄된 지 5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인터넷 캡처
 지난달 28일 고커닷컴이 폐쇄된 지 5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인터넷 캡처

틸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실리콘 밸리 유명 인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 이후 백악관 인수위원회에도 들어갔다. 트럼프는 명예훼손법을 개정해 언론사 고소를 쉽게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임기 내내 CNN·WP 등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로 규정하며 대립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5년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가 2015년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헐크 호건 소송에서부터 트럼프와 언론의 충돌까지 다루고 있는 이 다큐는 다분히 논쟁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이다. 선을 넘나드는 인터넷 언론과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거대 권력 문제를 조명해 시청자를 끊임 없이 혼란스럽게 만든다.

한국 같았으면 진작에 고커 편집장이 구속되고 남았을 사안인데, 사법부가 언론의 자유 문제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도 신선하다. 소송 배후로 지목된 거물 기업인에게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십자포화가 쏟아지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 트럼프가 언론인을 겁박하고 으름장을 놓는 모습은, 우리나라 정부·여당의 행태와 매우 흡사하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 다큐를 추천하는 건 그래서다. 작품 중간 중간, 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평중 칼럼] ‘언론징벌법’ 파시즘으로 가는 길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개요
 다큐멘터리 l 미국 l 2017 l 1시간35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더불어민주당과 트럼프의 절묘한 싱크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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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넷플릭스 '침묵을 거래하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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