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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각 가정에 변기를 제공했더니... 이후 벌어진 놀라운 변화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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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6.27 13:18 25,62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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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가정에 변기를 제공했더니... 이후 벌어진 놀라운 변화

[리뷰] 넷플릭스 <브레이브 블루 월드: 물의 위기를 해결하라>

21.06.27 12:20최종업데이트21.06.27 12:20

  

넷플릭스 <브레이브 블루 월드> 스틸 컷

▲ 넷플릭스 <브레이브 블루 월드> 스틸 컷 ⓒ Netflix


 
우리는 흔히 과학기술 개발이 자연생태를 파괴하거나, 최소한 환경보호를 저해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을 상당히 많이 목격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사회에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대체로 자연환경은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과학기술을 최소로 사용할수록 자연환경에 더 좋을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가까운 예로, 강원도 설악산 국립공원을 보호하려면 케이블카 설치기술을 그곳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 천성산 도롱뇽 멸종을 막으려면 아무리 안전하게 터널을 뚫을 수 있는 건설 관련 최신기술이 있다 해도 그걸 그곳에 덜컥 실행하는 건 고려해보아야 한다. 환경영향 평가 같은 과정이 필요한 이유도 과학기술의 무분별한 적용을 막기 위한 것이리라. 
 
그런데, <브레이브 블루 월드: 물의 위기를 해결하라(아래, 물의 위기)>는 얼핏 보기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과학기술의 개발과 발전이 자연을 철저히 돌보는 데에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으니 열심히 열정적으로 과학기술을 개발시키고 발전시키자는 것. 

<물의 위기>의 상영시간은 50분인데, 50분 동안 내내 물의 위기 해결을 위해 전세계에서 이미 고안, 제작되어 실행 중인 긍정적 과학기술의 여러 면을 기분좋게 관람할 수 있다. 인간이 맨날 자연환경에 해로운 짓만 저지르는 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보는 동안, 인간이 맘만 먹으면 자연환경에 꽤 이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기쁜 일, 희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내가 인간이란 종족에 속하는 사실에 대해 상당히 흡족한 느낌도 올라온다. 아닌 게 아니라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고 또 볼 때마다 솔직히 깊은 뜻에서 죄의식을 느끼게 되는 때가 많았는데, 그 죄의식에서 대번에 확~ 해방되는 느낌을, 이 다큐멘터리 관람에서 얻을 수 있다.
 
물론 중요한 초점은 과학기술의 '개발'이 아니라 그것의 '목적'에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인간이 무엇을 위하여 과학기술을 개발&발전시킬 것인가, 그것이 이 영화의 기본질문이다. 그 기본질문 위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이 의미있게 과학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자연환경을 파괴하거나 훼손하지 않은 채 생태적 인간으로 '친환경의 종족'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이 영화는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물의 위기>는 배우이자 래퍼인 제이든 스미스의 사례(수돗물에서 '납'을 걸러내는 기계장치를 플린트라는 마을에 설치함)에서 시작해 아프리카 대륙의 사례로 넘어간다. 아프라카 대륙엔 물이 부족한 동네가 많다. 그런데, 케냐의 한 여성 과학자가 공기중의 습기를 흡수가공해 물을 합성하는 딱정벌레의 기술을 원용해 '물 만드는 기계'를 만들어냈다. 딱정벌레를 유심히 관찰한 끝에 얻어낸 성과다.
 
케냐의 한 남성 과학자는 각 가정에 변기를 제공하고, 주 1회 배설물을 수거함으로써 마을의 위생상태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런데, 다만 위생상태 개선만이 그의 목표는 아니었다. 그의 목표는, 기후위기에 부담을 주지 않는 친환경 연료 개발이었다. 그는 태양열로 배설물을 살균처리한 후 그것을 연료로 재생산하는 기계를 제작했다. 이 기계가 생산한 연료는 케냐 가정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숯보다 열효율이 3배 좋다. 그뿐 아니다. 그것의 탄소배출량이 0(zero)인 데다, 그것을 태울 때마다 나무 88그루를 살리는 셈이므로 매우 친환경적인 방식이다. 이 두 과학자는 모두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에 대한 문제의식(물 부족을 어이할고?)에서 과학기술을 개발하려는 의지를 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 부족 지역에서 태어나 살면서 그들은 '공부 잘해서 얼른 여길 떠야지' 하고 생각한 것이 아니다. 자수성가 인물의 '바람직한 컴백홈'의 좋은 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의 인터뷰 장면은 감동적이다.
 
반면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은 자기가 태어난 지역에서 아주 먼 곳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팔 걷고 나선 케이스다. 그는 아프리카 잠비아의 가정들이 수도시설을 갖추고자 할 때 필요한 돈을 대출해주는 재단을 설립해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다. 수도시설을 설치하는 데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면, 설치 후 깨끗한 물을 마시게 된 잠비아 가정들은 대출금을 성실히 갚는단다(대출 상환율 99%). 맷 데이먼은 대출과 상환 사례들을 지켜보면서 인간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인간은 누구든, 어디에 살든, 얼마나 가난하든, 자선의 대상이 아니라 정직한 시민이라는 사실을 잠비아 사례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 개발의 사례는 개인 과학자나 재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의 위기>는 정부나 지자체가 마을 혹은 도시 단위로 과학기술을 개발 및 적용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시카고의 경우 오염수에 들어있는 '인(원소기호 P)'을 완효성 비료로 재사용하는 시설을 만들어 가동중이다. '인'이 많이 들어있는 물은 수중 생태계 성장을 촉진해 물의 부영양화를 가져온다. 물이 부영양화되면 물 속에 이런저런 건더기들이 생긴다. 소위 걸쭉한 '녹차라테' 같은 게 되어버리는 거다. 부영양화의 결과로 생겨난 생물체들이 하수관에 엉겨붙으면 하수관이 막히게 되는데, 그렇다고 하수관을 강력소독제로 깨끗이 청소하면 귀한 물질 '인'까지 다 없어지는 결과가 온다. 그 '인'을 아까워하던 끝에 과학자들은 열심히 공부해 그 '인'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말 그대로 지성이면 감천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오염수 안에 조류를 '양식'한다. 연어 등 물고기들을 가두리 양식하듯, 오염수(폐수)를 먹여 조류를 키우는 것이다. 그런 다음 조류들에게서 산소를 뽑아낸다. 메탄가스도 추출해낸다. 이 메탄가스를 자동차연료로 활용하고 있는데 자동차는 아주 훌륭하게 잘 굴러간다. 한편 덴마크는 오염수에서 아쿠아포린 단백질을 뽑아내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 단백질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인체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었다. 인체를 잘 들여다보니, 이 단백질이 인체 안에서 다른 물질의 흐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단백질의 기능을 오염수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니까, 그들은 정수 필터 같은 것을 사용해 물을 정화하는 방식을 넘어, 분자 수준에서 원천적으로  물을 정화하는 방식을 개발해낸 것이다.  
  

넷플릭스 <브레이브 블루 월드> 스틸 컷

▲ 넷플릭스 <브레이브 블루 월드> 스틸 컷 ⓒ Netflix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물의 위기>는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체마다 물을 재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도 보여준다.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경우 자기네 회사가 불가피하게 만들어내는 오염수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냥 물을 버리고 말지, 하는 게 아니라 정수하여 재사용할 방법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그리하여 공장 안에 정수장치를 설치했다. 기술개발을 하지 않아서 문제지, 막상 기술개발하려고 맘먹고 연구하니, 방법이 나타나게 되었다. 또, 인도의 한 섬유회사도 각종 화학물질 범벅인 오염수 배출을 줄이고 90%가량의 오염수를 재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실행중이다. 주변 마을사람들의 고통에 눈감지 않고, 그들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예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기술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란다. 
 
그런데, 이렇게 정부나 기업같이 큰 단위로만 과학기술 개발과 적용을 실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물의 위기>는 각 가정 단위로도 물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도의 한 아파트 단지는 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빗물 처리 시스템을 설치하였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이제부터 신축되는 집에 필수로 정수시설을 갖추기로 결정했다. 이때 네덜란드가 개발해 주택에 적용한 기술이란, 다름 아닌 인체의 소장(작은창자)이 활동하는 방식을 원용한 것이었다. 소장이 어떤 방식으로 물을 흡수하고 재사용하는지에 대하여 공부를 해서, 그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기계장치를 개발해낸 것이다. 
 
50분짜리 짧은 다큐멘터리이지만, <물의 위기>는 과학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생각의 변화를 촉구한다. 자연의 지혜로운 방법(딱정벌레의 물 만드는 방법, 인체의 아쿠아포린 단백질의 활약, 인체의 소장이 물을 재사용하는 방식 등)을 배워서 과학기술을 개발할 때, 그것이 충분히 의미가 있고,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재삼재사 강조한다. 나아가,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이런 방향으로 과학기술 개발에 마음을 쓰도록 시민들이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물의 위기>가 강조하듯, 우리 모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물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다. 물은 달리 대체할 것이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모든 과학기술 개발을 무조건 반생태 & 반환경으로 반대하거나 배척할 필요는 없다. 기술 개발의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게 급선무다. 칼이 범죄자 손에 들어가면 강도짓에 쓰이겠지만, 요리사 손에 들어가면 멋진 요리도구가 되는 것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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