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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고기 끊은 지 2주, 혼자 못 걷던 그녀에게 생긴 놀라운 변화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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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6.14 17:56 16,88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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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끊은 지 2주, 혼자 못 걷던 그녀에게 생긴 놀라운 변화

[환경 다큐 보따리] 넷플릭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21.06.14 15:44최종업데이트21.06.14 15:44

 

다큐멘터리 감독 킵 앤더슨(Kip Anderson)과 키건 쿤(Keegan Kuhn)은 논쟁을 좋아하는 사람들 같다. 두 사람이 짝을 이루어 감독한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2014)>는 논쟁적인 작품으로 분류된다. 


<카우스피라시> 이후 킵과 키건이 의기투합하여 제작한 또 다른 작품이 있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2017)>이다. 이 작품은 <카우스피라시>와 주제의식 면에서 거의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육식의 치명적 문제점을 지적하되, 사회 및 공동체의 구조적 건전성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문제를 언급한다.  
 
우선 <카우스피라시>는 육식산업(목축업과 낙농업)을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전 지구적 음모'의 차원에서 그 심각성을 다룬다. 그 과정에서 몇몇 환경단체들을 향하여 그들이 자본주의체제와 일정 정도 타협하고 있는 게 아닌가,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그럼으로써 작품 자체의 주장점과 그 근거는 물론, 환경운동단체들이 취하는 대중적 홍보전략에 대한 동의와 반론을 동시다발적으로 자극한다.
 
다음으로 이 작품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육식산업이 인류의 건강(신체&정신)을 몹시 위협하는데도 그 위협이 은폐되고 있으며, 그게 사실 육식산업과 의약산업의 이윤추구 때문임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다큐멘터리의 영어제목 "What the Health"가 우리말로 옮겨지며 '자본의 밥상'이라는 단어가 선택됐는데, 주제의식에 비추어볼 때 이는 꽤 괜찮은 번역 같다.

'몸을 죽이는 자본주의 밥상'이 제기하는 문제점
 

영화 타이틀 화면(스크린샷)

▲ 영화 타이틀 화면(스크린샷) ⓒ 넷플릭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이 제기하는 논쟁점은 대략 세 지점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것들이 모두 자본주의체제의 불의한 증상들라는 것이다. 첫째는 육식의 생산과 유통, 둘째는 의료와 약품, 마지막으로 GO 및 NGO 문제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위의 세 분야가 모두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비인간적으로(개체로서의 인간에게 대체로 위험한 쪽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요지는, 위 세 분야가 만들어내는 협력이 '공동 선'과는 전연 무관한데, 그것들이 자본주의 체제 친화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육식의 생산과 유통 분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식품산업으로서 이윤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분야에서 이윤을 낼 수 있는 기본조건은 육식 소비자의 존재다. 육식 소비자가 줄어들면 육식 상품 판매가 줄어들고 덩달아 이윤도 줄어든다. 따라서 육식이 암과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곧잘 은폐된다. 오히려 육식 상품(우유 및 유제품 포함)에 대한 광고는 대개 우호적이다.  

고름이 섞여 들어가기 쉬운 생산라인을 거쳐 시장에 납품되었는데, 우유는 늘 건강식품으로 선전된다. 단백질 필수 섭취량은 날마다 권장되지만, 항생제 성분이 잔류하는 살코기에 대한 문제제기는 훨씬 드물다. 바다 생물들이 함유한 수은, 양식장 물고기들이 품은 화학물질들이 인간의 몸에 들어와 축적되는 현상에 관해서도 충분히 적합하게 알려지지 않는다. 왜? 육식 소비자가 감소하면 안 되니까! 육식 소비자의 감소는 이윤감소를 부르고, 이윤감소는 해당산업의 도산을 부를 테니까 말이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육식 소비자 숫자를 유지하려는 끈질긴 노력이 육식산업계 단독으로 수행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의료 및 약품 분야 또한 자기 분야의 이윤추구를 위하여 육식산업계와 협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의료 및 약품 분야가 (산업계처럼 노골적이진 않지만) 근본적 질환예방에 도움이 되는 육식 금지보다는, 증상치료에 집중하면서 치료약을 팔아 수익성을 유지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당뇨병은 탄수화물 다량 섭취 때문이라기 보다는 인체 안에서 육식의 여파로 일어나거나 가속화된 인슐린 체계의 교란이 더 큰 원인인데 의사들은 그런 내용을 환자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편이라고, 다큐는 비판한다. 또 골다공증이나 골절사고가 우유(칼슘) 섭취량이 탁월하게 높은 유럽인들 사이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통계자료를 보여주면서, 그럼에도 우유 섭취량을 줄이라는 권고를 받는 환자가 의외로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스크린샷: (위) 골다공증 발생률은 우유 섭취량과 비례한다. 반비례가 아니다. 뼈를 튼튼히 하기 위해 우유를 마시는 게 좋다는 상업광고는 일종의 '신화'일 수 있다.  (아래) 소아과의사가 우유의 문제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 스크린샷: (위) 골다공증 발생률은 우유 섭취량과 비례한다. 반비례가 아니다. 뼈를 튼튼히 하기 위해 우유를 마시는 게 좋다는 상업광고는 일종의 '신화'일 수 있다. (아래) 소아과의사가 우유의 문제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 넷플릭스ㅜ

 
이어서,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단 2주간의 채식을 통해 복용하던 약을 완전히 끊게 된 환자 세 명을 인터뷰한다. 그중 한 명, 보행보조기에 의존해야만 간신히 걸을 수 있었던 제인 채프먼(Jane Chapman)은 육식을 끊은 지 2주 만에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 두 명도 육식을 끊고 나서 불과 2주 만에 극적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혹시 방송조작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스크린샷: 채식 전(위)과 후(아래)

▲ 스크린샷: 채식 전(위)과 후(아래) ⓒ 넷플릭스

 
그런 의심들이 슬그머니 올라올 즈음, 그러니까 변화된 삶을 살게 된 세 사람을 차례차례 보여준 다음, 이 다큐멘터리는 임상연구자이자 의사인 닐 바나드(Neal Barnard)의 견해를 들려준다. 그는 육식을 러시안 룰렛에 비유한다.
 

스크린샷: 닐 바나드(의사)는 육식섭취를 '러시안 룰렛'에 비유한다.

▲ 스크린샷: 닐 바나드(의사)는 육식섭취를 '러시안 룰렛'에 비유한다. ⓒ 넷플릭스

 
그에 따르면, 육식을 유지하면서도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뇨병, 암, 그리고 심혈관질환에 걸릴 확률은 확실히 올라간다. 물론 육식을 계속하면서도 러시안 룰렛 게임에서 살아남기를 바랄 수 있으며, 살아남는 사람들도 있다. 육식 인구가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 다 질병에 걸려서 고통받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닐 바나드는 강조한다. 더 좋은 방법은 러시안 룰렛의 권총에서 총알을 아예 빼버리는 것일 텐데 그것이 곧 채식이라고 말한다.  
 
채식이 질병을 예방하는 데 유익하지만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해 결성된 미국의 각종 협회(NGO)들, 국민건강을 위해 일해야 하는 정부기관(GO)들은 채식홍보에 웬일인지 미온적이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마침내 그 원인을 폭로한다.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GO와 NGO들을 후원하는 육식산업계의 막대한 자금동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가공육 제조회사의 후원을 받는 <미국암협회>는 햄이나 베이컨 같은 가공육의 위험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리기가 사실상 어렵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는 가공육에 들어 있는 성분을 제1군 발암물질로 분류할 뿐 아니라 '담배, 석면, 플루토늄'과 같은 등급으로 소개한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이윤이 인간의 생명보다 중요하고, 후원금이 인체의 건강보다 중요하며, 자금동원력이 개인의 삶의 질보다 중요하게 취급되는 '맘모니즘' 현상을 지적한다. 여기까지 보고 나면, 자본주의 사회 자체에 맘모니즘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으니, 구조적 변혁이 그 해답일 것 같다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다.
 
그런데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방향을 살짝 튼다. 개인적 선택(채식을 권장)을 강조한다. 채식하는 운동선수들의 우락부락한 근육을 보여주고, 채식을 통해 문제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보여준다. 육식에 얽힌 문제가 자본주의체제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이니 해결방안도 그에 걸맞은 구조적 해결방안이겠구나 싶은데, 그게 아닌 것이다.

어쩌면 (잘은 모르지만) 자본주의체제의 거대한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병폐가 너무 커서, 도무지 그것을 해체할 해결방안을 아직 찾지 못한 까닭일 수도 있다. 하긴 세상 모든 나라들이 거의 자본주의 사회인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책도 없이 무조건 자본주의 체제를 통째로 부정하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어떻든, 이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사자성어가 씁쓸하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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