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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38년간 연쇄살인마 파고들었던 기자, 더 충격적이었던 건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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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5.14 11:53 14,19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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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간 연쇄살인마 파고들었던 기자, 더 충격적이었던 건

[다큐멘터리에 들어서면] 넷플릭스 다큐 <샘의 아들들: 어둠 속으로>

21.05.14 10:07최종업데이트21.05.14 10:07

 


모리 테리 '샘의 아들'이 범인인 연쇄살인 사건을 끝까지 추적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 모리 테리 '샘의 아들'이 범인인 연쇄살인 사건을 끝까지 추적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 넷플릭스

 
2015년, 탐사보도 전문기자 모리 테리(Maury Terry)가 사망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38년간이나 연쇄살인마 사건(일명 '샘의 아들')을 끈덕지게 파고들었던 '의지의 언론인'이었다. 2021년, 그 같은 테리의 인생역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샘의 아들들>이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테리가 수집한 자료들을 주요 얼개로 삼은 작품으로서, 4편의 에피소드(60분 안팎)로 구성되어있다.

끝까지 정주행하는 데에 자그마치 4시간이나 필요하지만,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몰입도도 높다. '샘의 아들'과 '개 희생제의'에 공히 연루되어있다는 혐의를 받는 사탄숭배 오컬트 조직(the Children, Process교회 등)에 관한 으스스한 묘사는 굉장한 설득력을 보인다. 또, 부드러운 비음이 살짝 가미된 낮은 목소리 내레이션도 매력적이다. 이 낮은 목소리는 이미 세상 떠난 테리의 생각과 기분을 적절히 재구성해 실감나게 재현해낸다. 
 
무려 38년 동안 테리가 집중했던 '샘의 아들' 사건은 1976년 여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1년 남짓 뉴욕 전체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쇄살인 사건의 다른 표현이다. 모든 사건에서 범행흉기로 44구경 권총이 사용됐기 때문에 사건이 한창 진행중일 때에는 '44구경 살인마(.44 Caliber Killer)'로 범인을 지칭했다. 

그러다 사건이 종결됐을 때 범인의 별칭은 '44구경 살인마'에서 '샘의 아들'로 바뀌었다. 살인마 데이비드 버코위츠(David Berkowitz)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샘(Sam)'이라는, 1천 살 먹은 신령스러운 개의 명령을 받들어 살인을 저질렀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합리적 의심을 품은 사람들
 

데이비드 버코위츠 연쇄살인범(일명 '샘의 아들'로 불리움)

▲ 데이비드 버코위츠 연쇄살인범(일명 '샘의 아들'로 불리움) ⓒ 넷플릭스

 
버코위츠가 재판에서 종신형을 받아 감옥에 수감되면서 샘의 아들 연쇄살인마 사건은 종결되었다. 뉴욕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았고, 살인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주차위반 딱지) 때문에 범인을 검거하는 행운을 누렸던 뉴욕 경찰은 대중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으며, 뉴욕시장은 재선에 무난히 성공했다. 
 
그런데, 연쇄살인범의 수사-체포-재판-수감의 과정을 지켜보며 합리적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 중에는 버코위츠가 쏜 총알을 맞았으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생존자도 있었고, 버코위츠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부모들도 있었으며,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테리도 있었다. 그들은 체포된 버코위츠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기본사실 자체를 의심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의심한 초점은 '버코위츠가 과연 단독범일까?' 하는 점이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공범의 존재감을 확신했다. 그 확신의 근거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근거는 목격자 및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제작된 몽타주(들)와 실물 버코위츠가 달라도 너무 다르게 생긴 점이었다. 연쇄살인 범행이 1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가까스로 살아난 피해자들의 증언과 주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범인의 몽타주가 여러 번 제작 혹은 수정되었는데 버코위츠는 그 몽타주들과 닮은 데가 없었고, 사건 주변인물 중 몽타주와 더 닮은 사람들이 존재했기에, 대번에 합리적 의심을 일으켰다. 게다가, 범죄현장 인근에서 버코위츠를 실제로 본 목격자들은 버코위츠의 이동경로와 이동시간 등에 대한 경찰의 수사발표 내용에서 모순을 지적하고 나섰다. 
 

연쇄살인범 몽타주 중 하나: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그려진 연쇄살인범(진범인 데이비드 버코위츠와 닮지 않았음)

▲ 연쇄살인범 몽타주 중 하나: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그려진 연쇄살인범(진범인 데이비드 버코위츠와 닮지 않았음) ⓒ 넷플릭스


버코위츠에게 공범이 있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 두 번째 근거는 범행자백 과정에서 버코위츠가 언급한 신령스러운 개—'샘'에 얽힌 사이비 밀교스러운 내막이었다. 

실제로 버코위츠가 용커스 지역에 살면서 개 희생제의를 진행하는 오컬트 조직과 교류해 온 정황증거가 나타났다. 그리고 한때 오컬트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두 형제의 정체와 행적이 밝혀졌는데, 공교롭게도 그들은 버코위츠의 체포 이후 하나같이 의문사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런 데다 그들의 아버지 이름이 놀랍게도 '샘'이었다(Sam Carr). 
 
테리는 조사를 진행하는 중에 그 같은 흥미롭고 놀라운 정보가 발굴될 때마다 그 정보들을 우연의 겹침이라기보다는 오컬트 조직의 계획적 개입을 입증하는 인과관계 물증으로 해석했다. 그러다 테리는 마침내 샘의 아들은 (체포된 버코위츠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고 주장하면서 공범설을 제창했다. 추후 그의 공범설은 미국사회의 훼손과 붕괴를 최종목적으로 하는 사탄숭배 오컬트 조직의 연쇄살인 음모설로 진전해나갔다.   

음모설을 다듬고 또 다듬어 음모이론을 정립한 테리는 급기야 샘의 아들 사건 종료 후 약 10년쯤 지났을 무렵 <궁극의 악(The Ultimate Evil)>이라는 책을 펴냈다. 또 출간 이후, 그는 사탄숭배라는 독특한 주제의 책을 다뤄 시청률 좀 올려보려는 방송 프로그램들에 기꺼이 출연했다. 

경찰과 검찰은 그의 책 출간과 방송 출연 행보에 아주 잠깐 흥미를 보이며 긴장하긴 했으나, 결국은 그를 가차없이 '괴짜'로 평가했다. <궁극의 악>을 사실무근의 '대중 통속소설'로 폄하하고, 읽을 가치조차 없다고 강조했으며, 충심으로 재수사를 요구하는 테리와 테리의 동조자들을 공개적으로 무시했다. 
 
그러면, 정작 샘의 아들 버코위츠는 테리의 음모이론에 대하여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테리와의 인터뷰 당시(1993년), 감옥 안에서 기독교로 개종 후 목회활동을 펼치고 있었던 버코위츠는 연쇄살인마가 진실을 말한들 사람들이 그 진실을 믿겠느냐며 아리송한 입장을 취했다. 참고로 2021년 현재 접속가능한 '버코위츠 개인 웹사이트'에 가보면, 하느님과 성서 이야기만 잔뜩 있을 뿐, 개 희생제의나 사탄숭배 오컬트 조직에 대한 내용은 없다.
 
남은 테리의 행적으로 제작한 다큐


재수사를 시작할 명분도 명확히 제공하지 못했을뿐 아니라 연쇄살인마 당사자의 지지발언도 전혀 없는 상태로 38년 동안 몇몇 협력자들의 산발적인 도움을 받아 사건을 파헤치던 테리가 사망할 무렵, 다큐멘터리 감독 조슈아 지먼(Joshua Zeman)이 테리의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지먼 감독은, 수십 상자의 기록으로 남은 테리의 행적을 뒤따르던 끝에 <샘의 아들들>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는 사탄숭배 오컬트 집단에 관한 테리의 음모이론에 대해 대체로는 긍정적 입장을 표한다. 이는 유사한 음모이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수 있겠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는다. 테리의 충정과 열심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긴 하나, 음모이론을 구축하고 입증하려 했던 테리의 충정과 열심을 '집착' 혹은 '확증편향'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테리가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합리적 의심에서 출발해 음모이론을 수립한 데까지 나아간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가만 보면 그의 합리적 의심은 타인들(경찰·검찰·법관 및 정치가들)의 언행에 국한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그는 언론인으로서 자기자신의 음모이론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대입하지 않은 것이다. 합리적 의심의 불공정한 사용, 편파적 적용이랄 수 있겠다. 
 
우리는 네 의견이든 내 의견이든 합리적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네 의견은 합리적 의심을 받을 수 있지만 내 의견은 해당사항 없다, 라고 주장한다면 속칭 '내로남불'의 반복에 다름 아니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수천 수만 가지의 '내로남불' 사례가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테리의 문제도 말하자면 그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샘의 아들들>은 바로 그 문제를 적절히 환기하는데, 그 때문에 이 작품은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범죄수사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사사건건 '내로남불'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작된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같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 특별히 우리나라 정치인들, 언론인들, 그리고 고위공직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영화 포스터 <샘의 아들들>

▲ 영화 포스터 <샘의 아들들>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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