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가 이혼을 한다고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그들의 삶이어떠한지 전혀 모르고 있지만 누군가가 헤어진다는 소식만으로도 마음이 좋지않군요.
연간기부금규모가 5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비영리민간재단을 같이 운영한 두 사람이 부부로, 인생의 파트너로서 살아온 날들이 썩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삶은 참 힘듭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두 사람이 선택한 길에서 모두 행복했으면 합니다
[만물상] 최고의 결혼, 최고의 이혼
“만약 당신이 지금 버스에 치여 죽는다고 했을 때 ‘아, 죽기 전에 이 말을 꼭 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할 말은?” 빌 게이츠는 답했다. “멀린다에게 고맙다는 말.” 2019년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 말을 하면서 빌은 살짝 울컥했다. 진심이었을 것이다. 다큐는 빌과 멀린다가 카약을 타고 서로 노를 저으며 강을 헤쳐나가는 장면으로 3부작을 마무리한다.
▶”최고의 결혼”이라고들 했다. 세계 최고 거부와 평범한 사원의 결혼은 만남부터 미국적이었다. 입사 초기 멀린다는 외근 탓에 회사 만찬에 늦어 비어있던 자리에 앉았다. 끝에서 두 번째였다. 가장 늦게 온 사람이 끝자리를 채웠다. 아홉 살 연상 창업자 빌이었다. 여기서 빌은 데이트를 신청했다. 1년 후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국이었다면 아무리 늦어도 빌의 자리는 제일 앞이었을 것이고, 멀린다는 그 근처에도 못 갔을 것이다.
▶멀린다는 빌의 청혼을 한동안 받아주지 않았다. 그가 결혼에 헌신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빌의 모든 정신은 일에 있었다. 멀린다는 그런 정신 세계를 “혼돈(chaos)”이라고 했다. “결혼 후 빌에겐 엄청난 페르소나(사회적으로 인식되는 또 다른 자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었다. 정말 힘들었다. 난 개인적인 사람이었으니까.” 갈등의 정점에서 빌은 멀린다를 이렇게 달랬다고 한다. “우린 어디를 가든 같이 가는 거야.” 자선 단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둘은 ‘진정한 파트너'가 됐다. 그래서 이혼 소식이 더 당혹스럽다.
▶게이츠 부부는 이혼 성명에서 “우리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는 부부로 함께 성장할 수 없다”고 했다. 멀린다는 2년 전 인터뷰에서 “빌이 하루 16시간 동안 일해 결혼 생활이 힘들다”고 했다. 근본적 속사정은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성장'할 수 없어서 한다는 이혼. 이것도 ‘황혼 이혼’의 한 종류일까. 그래도 재단은 함께 이끈다고 한다.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 나오는 명대사처럼 “결혼이든, 이혼이든 다 행복을 위한 것”이다.
▶빌 게이츠는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믿는다. 코로나, 원자력발전, 소아마비, 후진국 화장실 문제까지 신기술로 도전한다. 60 중반인 지금도 일이 벽에 부딪힐 때마다 “더 열심히 일해(Work harder)”라며 자신에게 말한다고 한다. 그래도 부부 관계까지 해결하진 못했다. 넷플릭스 다큐의 마지막 코멘트가 인상적이다. “빌의 완고함이 결국 흠이 되지 않을까.” 이 다큐가 시즌2를 찍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