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씨스피라시'가 폭로한 상업 어업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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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17 14:00
요즘 동물단체 활동가 사이에서 회자되는 다큐멘터리 한 편이 있다. 지난달 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씨스피라시(Seaspiracy)'다. 씨스피라시는 '바다(Sea)'와 '음모(Conspiracy)'를 합쳐 만든 용어로 상업적 어업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친 내용이다.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들은 얼마 전 실시간으로 영화를 함께 보며 채팅할 수 있는 넷플릭스 텔레파티 기능을 통해 20명의 시민들과 씨스피라시 온라인 상영회를 가졌다.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14일 씨스피라시 내용을 인용하며 바다 파괴를 중단하고 채식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쯤 되니 동물 관련 기사를 쓰는 기자로서 다큐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뭐길래 난린가 호기심도, 직업으로서 의무감도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칼럼을 쓰기 전날까지 시청을 미뤘다. 지금도 해산물까지 먹는 페스코(pesco) 단계의 채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다큐까지 보면 생선을 먹는 데도 거부감이나 죄책감이 들 것 같아서였다.
다큐는 감독 알리 타브리지가 출연, 일본 다이지 돌고래 포획 문제부터 시작해 결국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해선 우리가 어류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끈다. 먼저 실제 바다 오염은 언론과 환경단체가 부르짖는 플라스틱 빨대(전체 해양쓰레기의 0.03%)가 아니라 어망(46%)이 주 원인임을 드러낸다.
대규모 어획에는 보호해야 할 고래류, 상어류, 바다거북 등이 함께 딸려오는 부수어획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1년에 죽는 고래류만 30만 마리에 달한다. 한 어선에서 참다랑어 8마리를 잡는데 45마리의 돌고래가 부수어획으로 죽임을 당했다. 돌고래를 아낀다며, 다이지 포획에 분노하며 정작 참치를 즐기는 게 모순이라는 얘기다.
이어 지속가능한 수산∙양식이 왜 허구인지, 돌고래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참치를 잡았다는 '돌핀 세이프(dolphin safe)' 라벨 제품을 구매해도 왜 돌고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지 등을 지적한다. 그리고 왜 환경단체들이 정작 중요한 상업적 어업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돌고래를 사냥해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덴마크 자치령 페로제도를 찾지만 이곳에서도 감독이 원하는 답을 찾을 순 없었다. 다큐 속 감독이 눈을 감은 채 죽어 있는 고래의 얼굴을 쓰다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해외에서는 인용한 통계에 오류가 있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인터뷰 내용을 지나치게 편집했다는 비판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간과한 해양 생태계 문제와 식습관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되는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