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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예술은 사기다!
미술품 경매장에 피카소 작품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숨을 죽인다. 그러다 거액 낙찰이 터지면, 그제서야 환호하고 박수 친다. 뉴욕 작가 프랜 리보위츠는 “그렇게 좋은 예술품이면 왜 작품이 등장하는 순간에는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느냐?”며 ‘본말전도’ 현상을 꼬집는다.
1950~1960년대 초반 궁핍했던 추상 화가들은 동네 식료품점이나 주류 판매점에서 돈 대신 그림으로 물건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랬던 작품들이 수십 년 뒤 한 점 당 수백만달러에 팔려나갔고, 위작 유통이라는 블랙 마켓이 형성됐다. 중국 선전에서는 가짜 그림 스튜디오가 지금도 성업 중이다.
예술이 돈이 될 때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은 이 뿐 아니다. 상류층의 편법 상속과 비자금 창구로 변질된 건 해 묵은 얘기. 요즘 예술은 ‘메타버스(meta+universe·초현실)’ 영역까지 진출해 ‘창조 경제’를 구현하고 있다.
이달 초 뱅크시의 판화 작품 ‘Morons(멍청이들)’ 판본 500여 개 중 하나가 ‘디지털 파일’로 원본 가격의 4배인 38만달러(약 4억3000만원)에 팔렸다.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라는 ‘원본’ 보증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파일’을 가상 화폐 이더리움을 받고 팔았다고 한다. 지난 11일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NFT 작품이 6900만달러(약 780억원)에 판매됐다.
누구나 복사·붙여넣기 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개 콘텐츠에 ‘신기술’로 소유권을 박제했을 뿐인데, 수십억~수백억원이 우습게 오간다. 3년 전쯤부터는 피카소 4만분의 1 조각, 이우환 300분의 1 조각 등 미술품을 가상 화폐로 분할 구입하고, 작품 대신 소유권 보증서를 받는 이들도 늘었다고 한다.
[기사보기] 조작할 수도 없고, 분실 위험도 없고… ‘디지털 원본’ NFT 시장 급팽창
[기사보기] 피카소 1/40000 조각, 이우환 1/300 조각····그림 공동 소유하는 2030
미국 영화 감독 알렉스 라미레즈 말리스는 얼마 전 자신의 방귀 소리 1년치 분량을 NFT 경매에 내놓으며 기묘한 광풍을 꼬집었다. 말리스와 함께 방귀 소리를 팔고 있는 예술가 그레이슨 얼은 “NFT를 구입하면 마치 당신이 혁명가라도 된 듯 기술적 참신함을 갖춘 느낌을 받겠지만, (NFT는) 기존의 낡은 예술 시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원래 예술이란 반이 사기입니다.속이고 속는 거지요.사기 중에서도 고등 사기입니다.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게 예술입니다.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이 남긴 말
개요 다큐멘터리 l 캐나다 l 90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예술’은 모르겠고, 베끼는 ‘기술’은 역시 중국이 甲
⭐평점 IMDb 7.0/10 🍅로튼토마토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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