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주식에 투자를 해서는 안 됩니다.
해외 주식 투자하시는 분은 보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중국을 믿나” 美 공매도 투자자들의 경고 [왓칭]
다큐멘터리 영화 ‘차이나 허슬'
中 기업들이 벌이는 거대한 사기
“美 증시 상장 中 기업 조심하라 ” 서학개미 주의보
자율주행 드론택시로 유명한 중국 업체 ‘이항(Ehang·億航)’의 추락으로 한동안 서학개미들이 들썩였다. 중국 드론업체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이 업체에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다. 지난 2월 미국 공매도 투자업체가 이항에 대해 부정적인 리서치 보고서를 공개했고, 하루 만에 주가가 63% 하락했다. 급락 전날 국내 투자자의 이항 주식 보유 잔액만 5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항의 주요 거래처인 상하이의 ‘쿤샹’이란 회사가 유령 회사에 가깝고, 이항 본사와 공장을 찾았더니 드론 택시를 생산할 만한 설비를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항 측은 즉각 “보고서에 오류가 있다”며 반박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사기 행각이 가능한 걸까. 2017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차이나 허슬 : 거대한 사기’가 미국 금융계와 중국 기업들의 추악한 공모를 자세히 다룬다. 공매도 투자업체 GEO 인베스팅 설립자 댄 데이비드와, ‘루이싱 커피’ 등을 폭로한 ‘머디워터스’ 설립자 카슨 블록 등 공매도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의 사기를 폭로하는 내용이다. 해외 주식에 큰 돈을 투자할 계획이라면, 특히 그 대상이 중국 기업이라면 한 번쯤 보길 추천한다. 넷플릭스에서 오는 3월 29일까지만 스트리밍 가능하다. 이후 삭제된다.
◇”월스트리트가 쓰레기를 금으로 포장했다”
이 사태는 모든 정보가 베일에 싸인 중국 기업이, 미 증시에 상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큰 신뢰를 얻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중국 시골의 쓰러져가는 공장이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기대주’로 올라선 방식은 너무나 단순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투자처가 필요했던 미국 금융계는 빠르게 성장하는 황금의 땅, 중국으로 눈을 돌린다. 문제는 중국에 직접 투자할 방법이 없고,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회계 감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 이들이 찾아낸 돌파구는 ‘역합병’이다. 이미 상장됐지만 가치가 없다시피한 미국 기업을 중국 기업이 인수해 우회 상장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400개가 넘는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상장됐다. 이중 80%가 기업공개(IPO) 대신 미국 유령 기업과 역합병하는 수법을 썼다. 영화는 이를 “쓰레기를 금으로 포장했다”고 묘사한다. 일반적 절차인 회계감사와 공개 검증은 전혀 없었다. 중국 기업이 조작해 내민, 그럴 듯한 재무제표만 있었다.
투자은행들은 성대한 설명회를 열어 적극적으로 쓰레기 주식을 팔기 시작한다. 들어본 적도 없는 중국 회사들을 ‘전도유망한 회사’로 소개하며 “내년엔 수익이 50~75%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스눕독 등 유명 가수를 불러다 콘서트를 여는가 하면, 존경 받는 유명인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다. 뉴욕의 작은 투자은행 ‘로드먼&렌쇼’가 대표적이었다. 이들은 당시 설명회에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 콜린 파월, 헨리 키신저, 웨슬리 클라크 등 명사들을 초청해 연설을 하도록 했다.
◇”이 이야기에 ‘착한 사람’은 없다”
“혼탁함이 그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예요”. 미국의 대표 공매도 업체 ‘머디 워터스(Muddy waters)’ 설립자 카슨은 이 단어에서 회사 이름을 따왔다고 밝힌다. 중국에서 평범한 셀프 보관소 사업을 하던 그가 공매도 업계에 뛰어든 계기는 단순했다. 그의 아버지가 투자하려던 중국 제지 회사 ‘오리엔트 페이퍼’를 직접 찾은 게 시작이었다.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연간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중국 전역에 고품질 종이를 제공한다던 회사는, 트럭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좁은 시골길 한가운데 있었다. 기계들의 절반은 고장이 나 작동하지 않았고, 대차대조표에 적힌 500만 달러 어치의 원자재 대신 썩은 골판지 더미가 있었다. 충격을 받은 그는 ‘머디워터스 캐피탈’을 설립해 오리엔트 페이퍼에 대한 3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강력 매도’ 의견을 냈다. 다음날 주가는 수직 하락했다.
또 다른 공매도 업체 GEO 인베스팅스 설립자인 댄 데이비드는 머디 워터스의 사례를 보고 공매도에 뛰어들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비료회사 ‘차이나 그린 에그리컬쳐’ 앞에 344일 간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매출을 추정했다. 매일 트럭이 드나들어도 모자랄 공장에 운전수는 한 명뿐이었고, 드나드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이후 연 매출을 10배 이상 부풀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말한다. “이 이야기에 좋은 사람은 없다. 나를 포함해서”. 금융 탐정 같은 집요한 조사로 중국 기업들의 혼수모어 식 사기 행태를 밝혀내지만, 동시에 공매도로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 덕분에 돈을 버는 셈이다. 최근 ‘게임스톱’ 사태 등이 이슈가 되면서 국내에선 공매도의 인식이 ‘악(惡)’에 가깝다. 그러나 다큐는 주가 조작을 잡아내는 공매도의 순기능도 함께 비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의자 차지하기 게임 같아요. 음악이 멈췄을 때, 주식을 들고 혼자 남겨진다면 피해자가 되는 겁니다”.
미국에선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 역합병 기업의 사기로 140억 달러의 개인연금과 퇴직기금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화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믿는 평범한 개인 투자자들을 비춘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의 높은 수익률에 끌렸어요. 제 자산의 50%를 투자했지만, 상장 폐지돼 거래할 수도 없게 됐죠”
“68세입니다. 아내와 저를 위해 충분한 은퇴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은행이 매수를 추천했고요. 주당 9달러에 2만 6000주를 매수했지만, 겨우 주당 12센트를 건졌습니다.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중국 회사가 아예 없었을지도 모른다고요”
“중국에서 가장 큰 사료 회사에 투자해 10만 달러 이상 손실을 봤습니다. 시장을 믿었고, 정부가 시장을 규제한다고 믿었는데… 속았죠”
화는 딜로이트 등 회계법인들과 투자은행들이 중국 역합병 편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다. 당시 투자은행 회장, 담당 변호사, 직접 주식 홍보에 나선 은행원 등이 등장하지만 모두 항변하기 바쁘다. “그 회사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분명히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변호사가 기업의 장부나 기록을 보지는 않는다. 어떤 로펌도 그런 일은 안 한다” “우린 사기 회사를 걸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시장을 투명하게 유지한다며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이, 사실은 그런 일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들은 그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수수료를 챙길 뿐이었다. 법 밖에 있는 중국 기업들과, 법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며 오로지 자신의 일만 하는 월스트리트 전문가 중 누가 더 나쁠까? 어느 쪽이든 거의 처벌 받지 않았다.
고위험 투자를 즐기는 한국의 ‘서학개미’들이 한 번쯤 볼만한 영화다. 영화 속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건 복권 사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고 해서 기업의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막연한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개요 다큐멘터리 l 미국 l 1시간 24분
등급 15세 관람가
특징 ‘이래도 중국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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