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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히틀러, 독일인의 절대 지지 어떻게 이끌었을까 (여수넷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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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독일인의 절대 지지 어떻게 이끌었을까

 [리뷰] 히틀러:파시즘의 진화

 

입력 2022.07.19 10:10  
수정 2022.07.19 11:20

 

  • 기자명

정병진 

  

▲히틀러 다큐 의 한 장면  ⓒ넷플릭스
▲히틀러 다큐 의 한 장면  ⓒ넷플릭스


넷플릭스 다큐 <히틀러: 파시즘의 진화>(Hitler: The Whole Story, 1977)를 보았다.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는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이자 독일 나치즘을 대표하는 파시스트이다. 그는 대체 어떤 자이기에 독일인들을 매료시켜 절대 지지를 이끌어냈을까? 또한 무모하게도 홀로코스트(Holocaust,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나치스의 유대인 대학살)와 세계대전을 벌이기에 이르렀을까?
 
히틀러는 단지 자아도취와 과대망상에 빠진 정신 이상자 또는 사이코패스(Psychopath, 반사회적 인격 장애)였을까? 놀랍게도 그는 채식주의자였고 술·담배·도박·여자를 탐닉하지 않았으며 정신 이상자도 아니었다. 히틀러를 '악마화'하긴 쉽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는 또 다른 가면을 쓴 히틀러의 출현을 막지 못한다. 
 
다큐 <히틀러: 파시즘의 진화>는 히틀러의 생애 중에 남은 영상을 연대기 순서대로 편집해 설명한다. 특히 히틀러가 나치스당을 기반으로 '총통'에 오른 뒤 자민족 우월주의, 반공주의, 반유대주의, 권위주의 이념에 따라 철권 통치를 하고 세계대전으로 치달아 자살에 이른 과정을 다룬다.
 
그는 18세에 오스트리아 빈에 가서 화가가 되고자 미술학교(국립미술아케데미) 입학을 두 차례나 시도하였으나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였다. 그 뒤 일정한 직업이 없이 오페라와 연극을 보러 다니거나 도심의 화려한 백화점이나 가게 같은 건축물의 멋에 매혹되어 살았다. 훗날 히틀러가 적극 활용한 대중 기획 연출 기법은 오스트리아 빈 시절에 오페라와 연극, 건축물 등에서 익힌 감각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단으로 향하는 히틀러 1934년 9월 뉘른베르크 전당집회 때 망자를 추념하고자 제단으로 향하는 히틀러와 힘러, SA 수장 루츠 ⓒ넷플릭스
▲제단으로 향하는 히틀러 1934년 9월 뉘른베르크 전당집회 때 망자를 추념하고자 제단으로 향하는 히틀러와 힘러, SA 수장 루츠 ⓒ넷플릭스


히틀러는 외모상 유약해 보이고 사교성도 그리 많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시민권자였던 그는 징집에 응하지 않다가 체포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신체검사에서 너무 유약해 군복무를 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히틀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바이에른주 지원병으로 자원 입대해 연락병 생활을 하면서 2급(1914)과 1급(1918) 철십자 훈장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시민권자가 왜 독일군에 자원 입대하여 목숨 걸고 싸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더욱이 장교도 아니던 그가 군복무 시절 철십자 훈장을 두 개나 받았다는 경위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히틀러에게는 뛰어난 재능이 하나 있었다. 대중을 휘어잡는 웅변술이었다. 그는 '열정과 분노'의 단순 명쾌한 연설로 청중의 호응과 갈채를 이끌어내곤 하였다. 그의 연설을 들은 무수한 청중은 '전율'을 느끼며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여 심각한 경제난과 대량실업 따위로 큰 실의에 빠져 있었다. 이런 시기 독일인들에게 독일 민족의 우수성을 설파하며 강력한 독일을 외쳐대는 히틀러의 출현은 마치 구세주와 같았다. 독일인들은 히틀러를 통해 국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희망을 얻었다. 
 
그는 전역한 뒤 독일국가사회주의당(나치스당)에 입당해 보잘 것 없던 그 비밀정당을 대중 정당으로 크게 발전시켰다. 그 비결 중 하나는 확신에 찬 명료한 논지로 청중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곤하던 그의 웅변이었다. 그는 정당 연설회 참석자들에게 돈을 받아 정당 재정에도 보탬이 되기도 할 정도였다.  
 
이 다큐는 히틀러의 뛰어난 웅변술이 타고난 재능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그는 매번 연설문을 새로 썼다고 하며, 전속 사진사(하인리히 호프만)의 사진을 보면서 자세와 몸짓을 교정하였다. 열정과 이성이 조화를 이룬 연설을 하고자 부단히 노력하였고, 청중의 반응과 그들에게 미칠 영향도 연구하였다. 히틀러는 대중 연설로 군중의 마음을 얻어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 모두를 가진 '총통'의 자리에 오르기에 이른다. 그는 "군중대회는 인간 사고를 무력화한다"라는 사실을 알았다.
 
군중은 개인적으로 아무리 비판적인 지성을 지녔다고 해도 군중대회에서는 지도자에 좌우되는 '단순함'에 빠져들게 마련이었다. 이는 오늘날 알려진 군중심리의 네 가지 특징인 "경신성(피암시성), 충동성(변이성), 과장성(단순성), 편협성(전횡성)"에 대해 히틀러가 어느 정도 감지하고서 그것을 적극 활용하였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그는 "집회 시기, 규모, 입장을 둘러싼 군중까지 철저히 관리"하였다고 한다. 

▲ 독일 곳곳을 돌며 연설 중인 히틀러 ⓒ넷플릭스
▲ 독일 곳곳을 돌며 연설 중인 히틀러 ⓒ넷플릭스


히틀러는 웅변 재능 만큼은 탁월했으나 잘못된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다. 그는 공산주의를 증오하면서도 그보다 더 악랄한 파시스트로 살았다. 일종의 유사 종교의 교주 같은 삶이 아니었나 싶다. 히틀러는 스스로를 유럽과 세계를 구원할 '백기사' 같은 존재라 여겼다고 한다.

그가 자신을 절대 신뢰하며 날마다 열광하던 독일인들을 보면서 그런 착각에 빠진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주변에 고언을 할 사람 하나 없이 절대 권력을 쥔 자가 스스로 성찰하여 돌이키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작가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는 말한다.

"독재국가에서는 진실을 마음대로 바꾸고, 과거를 되돌려 역사를 다시 쓰고, 사실을 왜곡하고 삭제하고 거짓을 첨가하는 게 합법적이다. 프로파간다가 정보를 대체한다."

절대 권력자로 부상한 총통 히틀러 중심의 독일에서 감히 그를 비판한다는 건 죽음을 각오해야 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시민들은 나치스 정권에 '절대 복종'과 '절대 충성'을 강요당했고 그대로 따라야 안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언론은 앵무새처럼 정권의 말만 되풀이할 뿐,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프리모 레비에 따르면 "아는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질문하지 않으며, 질문한 사람에게 대답을 하지 않는다"라는 게 히틀러 시대 독일인들의 불문율이었다.
 
세계 각 나라 역사상 독재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히틀러를 닮았다. 그들은 대중의 공포·탐욕·권력욕·질투를 자극하고 통제하여 권력을 잡았다. 이 와중에 고통당하는 건 애꿎은 서민들이고 망가지는 건 민주주의다. 특히 귀에 쏙쏙 들어오게 단순 명료히 말 잘하는 선동가들을 조심할 일이다. 그들은 청중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며, 그 혀끝에는 치명적인 독이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여수넷통뉴스(http://www.netong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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