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 조용필-바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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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노래]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ㆍ나이 쉰이 넘은 이들만 알 수 있는 이야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출퇴근길 승용차 안에서 애잔한 느낌으로 수백 번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가 예순 즈음에 와 있다니! 나에게는 이런 나이가 안 올 줄 알았다. 온다 해도 말 그대로 먼 훗날 시나브로 올 일이지 이렇게 화다닥 닥칠 줄 몰랐다. 이런 저런 일로 만난 사람들이 나보다 몇 살 연상인 것 같아서 한동안 존대를 했는데 오히려 내가 나이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서 허탈한 웃음이 나올 때가 요즘 부쩍 많아졌다.
 
나이가 들면서 노래 취향도 달라지는 모양이다. 10여년 전에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듣는 순간 가사와 곡조에 그대로 빠져버렸다. 그 이후로 이 곡은 친구나 지인들과 노래방에 가면 자주 부르게 되는 애창곡 즉 18번이 됐다. 또 주변에 가수가 있으면 꼭 불러보라고 한다. 이 노래를 눈감고 듣는 기쁨도 부르는 기쁨 그 이상이다

가사가 정말 시(詩)나 다름없는 노래가 제법 많지만 나는 이 <바람의 노래> 가사를 제일로 친다. 나뿐만 아니라 불혹과 지천명을 지나 이제 실패도 고난도 다 최소 한두 번씩 혹은 그 이상 겪어 보았고, 빛바랜 옛날 사진 한두 장에도 문득 떠오르는 인연과 되돌아 가고픈 그리움으로 울컥해지기도 하는 50대 후반 사람들에게 이 노래의 가사는 다 자신의 이야기일 것 같다.

나도 아직은 바람의 노래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바람이 곧 곡조이고 그 속에 노래가 스며 있을 것 같은 사실과 세월이 가면 나도 언젠가 그 바람의 노래를 온몸으로 듣게 되리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귀에 들리지 않지만 마음으로 느낌으로 듣게 될 바람의 ‘노래’는 실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눈에는 보이는 바람의 ‘빛깔’과도 비슷한 것인지 모르겠다. 마치 포카혼타스가 보고 노래했던 그 바람의 빛깔처럼.

한때 그렇게 오랫동안 만나고 정을 나누었음에도 특별히 그럴 만한 이유도 없이 얼굴 본 지가 언제인지도 모를 만치 서먹해진 사람들이 많다. 지나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감정이 상해 인연이 끊어진 사람들도 있다. 내 앞가림에 바빠 연락도 주고 받지 못한 것이 새삼 미안하고 다시 옛날 사이로 돌아가고 싶지만 막상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살아가는 동안 실패와 고뇌의 경험은 피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법인데, 작사자는 어떻게 그 해답을 사랑이라고 했는지 너무나 절묘하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다면 어떤 실패와 고뇌에 대해서도 그것을 풀어갈 답을 미리 찾아놓고 있는 셈이 된다. 결국은 더 이상 실패도 고뇌도 없어지는 마음의 승화! 바로 이 대목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가 이 노래의 절창(絶唱), 최고 빼어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노래처럼 앞으로의 인생에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연륜이 되었을 때, 세상사에 흥분이나 분노를 조절할 줄 알고 어지간한 실패나 고난이 닥친다 해도 낙담하기보다 미리 그 해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보지만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석동현 법무법인 대호 대표변호사(전 서울동부지검장)>

바람의 노래
작시: 김순곤  작곡: 김정욱  노래: 조용필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 가면 그 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 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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