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밀리던 토종 OTT, ‘SNL·술도녀’ 등 킬러 콘텐츠로 꿈틀댄다
쿠팡플레이, SNL로 지난해 이용자 6배↑
웨이브·티빙도 두 자릿수 성장
KT 시즌만 부진, 디즈니+에도 추월
넷플릭스 등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공세 속에서 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가 약진하고 있다. 이용자 유입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킬러 콘텐츠들을 선보인 덕이다. 하지만 KT가 지난해 8월 ‘국내 최고 OTT 도약’을 목표로 야심차게 독립 출범시킨 OTT 시즌(Seenzn)은 주요 OTT 사업자 중 유일하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2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해 12월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한 달 동안 1번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국내 점유율 2위 웨이브는 지난해 1월 419만명에서 12월 474만명으로 13% 증가했다. 티빙은 같은 기간 264만명에서 417만명으로 58% 늘었다. 넷플릭스(26%)보다 높은 성장률이다.
쿠팡플레이는 590%라는 가장 두드러진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52만명으로 그동안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9월 200만명을 넘어 12월엔 359만명을 확보했다. 지난해 9월 오리지널 콘텐츠로 출시한 예능 ‘SNL 코리아’가 ‘인턴기자’ 등 인기 코너를 앞세워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대선 국면에서 ‘정치 예능’으로 발전하면서 킬러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것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또 월 2900원(이달부터 4900원)으로 경쟁사 대비 저렴한 요금제 덕분에 콘텐츠 인기가 이용자 증가로 즉각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와 티빙도“안정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으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작품을 독점 공급하는데 그중 ‘펜트하우스’ 시리즈 같은 인기 드라마의 수혜를 입었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HBO를 포함해 NBC유니버설, CBS, MGM 등과 제휴해 일부 해외 콘텐츠도 독점 공급받고 있다. 웨이브는 또 “지난 7일 오리지널 드라마 ‘트레이서’가 방영된 직후 이달 유료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라고 전했다.
티빙은 모기업인 CJ ENM 차원에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콘텐츠 핵심 유통채널로 부상했다. 지난해 6월 선보인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 등이 킬러 콘텐츠로 꼽힌다. 티빙은 관계자는 “환승연애는 공개 한 달 만에 유튜브 공식 클립 영상 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섰다”라며 “방영 직후 MAU를 9% 끌어올린 3분기 최대 화제작이었다”라고 했다.
3사가 사업 규모를 불릴 동안 KT의 시즌은 오히려 이용자 수가 감소했다. 시즌은 ‘국내 최고 OTT’가 되겠단 야심을 갖고 지난해 8월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KT의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컨트롤타워 조직인 ‘스튜디오지니’의 후방지원을 받으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량 수급,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MAU는 출범 당시(216만명)보다 17% 감소한 181만명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한 디즈니플러스(12월 202만명)에게도 한 달 만에 추월당했다.
시즌은 콘텐츠 제작에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한다. 티빙과 비슷한 규모다. 지난해부터 ‘어나더 레코드’ ‘크라임 퍼즐’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쏟아내고는 있지만 킬러 콘텐츠라는 결정적인 한방이 아직 없다는 게 현재 시즌의 한계로 꼽힌다. HBO 등 해외 방송사와 손잡은 웨이브, 네이버와 손잡은 티빙과 달리 외부의 인기 콘텐츠를 독점 공급받을 파트너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시즌 관계자는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실적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라며 “올해 ‘소년비행’을 포함해 15개 이상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고, 외부 콘텐츠 기업들과도 파트너십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즌의 경쟁자들은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웨이브는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콘텐츠 확보에 1조원을 투자하겠단 계획과 관련해, 첫해였던 지난해 1000억원대를 집행했던 것보다 많은 2000억원대를 올해 집행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 글로벌 진출도 추진 중이다.
티빙은 CJ ENM 차원에서 지분 교환을 통해 협력하고 있는 네이버의 인기 웹툰을 드라마 독점작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달 ‘백수세끼’, 이달 ‘내과 박원장’을 시작으로 ‘유미의 세포들’ ‘방과 후 전쟁활동’ 등이 올해 라인업에 올랐다. 또 일본과 대만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라인과 손잡고 현지 진출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라인과의 협업 방식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CJ ENM은 영화 ‘라라랜드’ 제작에 참여한 할리우드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츠’를 전날 인수, 해외 콘텐츠 제작을 통해 티빙을 지원한다. 티빙 자체의 콘텐츠 투자 규모는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4000억원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15개)보다 10개 많은 25개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25개를 올해 선보인다. 투자 규모 역시 지난해 5500억원보다 확대한다. 디즈니플러스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로컬(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민식 주연의 ‘카지노’(가제)를 올해 라인업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