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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OTT 콘텐츠 까발리고 떠들다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입력 2022.01.08 15:40

 

노지민 기자

2022.01.08


선택적 구독·해지 경향, OTT 자체 추천 영향력은 적어
“영화 영역에서 다양성 확실히 느껴” “TV 편성의 위기”

 

지난해 미디어 업계 키워드로 ‘OTT’를 빼놓을 수 없다. OTT 대중화가 콘텐츠 제작·유통 관행부터 소비 패턴까지 전방위적 변화를 이끈 가운데, ‘오징어게임’ ‘지옥’ 등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는 이른바 ‘K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이면엔 국내 산업계의 ‘글로벌 OTT 종속화’ 우려가 전해진다. 수익·성공에 유리한 콘텐츠로 제작 역량이 집중돼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와 국내 레거시 매체 중심 시절에 비해 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도 상존한다.

미디어오늘은 각계 분석을 빌려 OTT 성공 사례와 국내에 미친 영향을 따라왔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다 보니 이 콘텐츠가 아쉽고, 저 콘텐츠도 눈에 밟힌다. 할 말이 많아 입은 근질근질한데 소위 ‘관종력’이 부족한 미디어오늘 기자들을 위해 판을 깔아봤다. 복수의 OTT를 구독해온 기자들이 모여 OTT 이모저모를 나눴다. 후폭풍을 방지하고자 닉네임을 사용했다. 성별로는 여성 둘에 남성 둘, 연령대로는 ‘MZ세대’에 속하는 평기자 넷이다.

▲모바일 OTT 화면. 사진=정민경 기자.
▲미디어오늘 기자들의 스마트폰에 담긴 OTT 화면. 사진=정민경 기자.

유료 구독형 OTT, 어떤 것들을 이용하고 있나

고독한시청자(고독):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그리고 데스크의 지시 ‘때문에’ 구독한 쿠팡플레이. 작년에 거실 있는 집으로 이사해 스마트TV를 사면서 생활이 바뀌었다.

거의볼게없다(없다): 지금은 넷플릭스만. 쿠팡플레이는 배송을 자꾸 시키게 되고, 돈을 계속 쓰게 만드는 ‘악의 구렁텅이’ 같아서 해지했다.

집중력저하현대인(현대인): 이번에 많이 정리했다. 보통 3개월 사용하다 무료기간 지나면 끊는다. 왓챠는 볼 만한 영화 다 봐서 해지했고, 넷플릭스는 한 달 만에 다시 가입했다. 동거인이 ‘넷플릭스 리스트 뒤적이는 거라도 하고 싶다’더라. 그리고 ‘돌싱글즈’도 봐야 해서 결국 넷플릭스를 다시 구독했다.

첫화면만1시간(첫화면): 넷플릭스, 티빙. 원래 한국 드라마, 영화를 안 좋아했다.

OTT 콘텐츠는 주로 어떤 경로로 찾아 보나

현대인: SKB를 쓰는데 TV 켜면 0번,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를 많이 본다. 거기서 나오는 콘텐츠를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찾아본다.

첫화면: 원래 드라마, 영화 잘 안 본다. 질질 끄는 걸 못 견디고 데스게임, 스릴러, 공포 취향이 확고하다. 정말 취향에 맞는 건 유튜브 소개 영상도 안 찾고 1회부터 마지막까지 본다. 관심이 없는데 킬림타임용이 필요할 땐 유튜브 요약, 해석본만 본다.

없다: 소개 콘텐츠는 낚이는 게 많아서 오히려 안 보고, 넷플릭스 콘텐츠 초반 부분이 재밌으면 계속 본다. 볼 게 많다보니 초반에 질질 끄는 것들은 못 보겠더라.

현대인: ‘오징어게임’ 승리요인이 그런 거 같다. 엄청 전개가 빠르고, 2배속 안 해도 한 것처럼 느껴지는 콘텐츠.

OTT 자체 추천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지

고독: 요즘은 더 그런 것 같다. 과거 추천 리스트가 요즘엔 순위로 바뀌었다. 취향 맞춤형으로 가던 게 초기라면 요즘은 내가 이걸 안 보면 뭔가 얘기도 안 통하고 좀 소외된 느낌을 들게 만들도록 순위를 강조하는 것 같다.  

없다: 예를 들어 윤계상 나온 영화를 보면 그 배우가 나온 콘텐츠가 뜨고, 강아지 나온 걸 보면 강아지 나온 걸 추천하고, 선호하는 장르나 기호 관련 없이 묶는 걸로는 소비 패턴이 정착되지 않는 것 같다.

현대인: 그래서 알고리즘 추천보다 내 취향에 맞는 큐레이터로서 유튜버를 찾는 것 같다. 알고리즘은 취향이 없는 저급한 큐레이터 느낌이랄까.

▲좌측 상단부터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이어즈앤이어즈' '뤼팽' '어느날' '블랙미러' 공식 이미지
▲좌측 상단부터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이어즈앤이어즈' '뤼팽' '어느날' '블랙미러' 공식 이미지

가장 재밌거나 인상 깊었던 OTT 콘텐츠는

현대인: 시리즈는 왓챠에서 본 ‘이어즈 앤 이어즈’가 가장 재밌었다. 정치·현대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인데 최근 넷플릭스 ‘돈 룩 업’과 비슷한 느낌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당선을 가정한 미래사회에서 사람들이 얼굴에 필터를 쓰고 다니는 세계의 이야기다. 만든 이가 ‘똑똑한 사람’이라 느껴지고 콘텐츠로 인사이트를 엿볼 수 있는 걸 선호한다. 두 번째로는 ‘브리저튼’, 일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면서 여가로 볼 수 있는 콘텐츠로서는 제일 적합했다. 속된 말로 2030 여성을 위한 콘텐츠라 하는데, 결국 브리저튼은 여성들의 다양한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19금 요소에만 열광한 것이라면 메가 히트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첫화면: 넷플릭스에서 ‘블랙미러’를 제일 좋아한다. 미디어와 연관돼 있고 디스토피아를 통해서 미래사회에 인간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그린 내용이 흥미롭다. 그런데 인터랙티브로 나온 ‘블랙미러’ 영화는 생각보다 재밌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다는 것이 별로였고, 선택에 따른 스토리가 디테일하지 않았다.

고독: 쿠팡플레이 ‘어느날’. 법정물을 좋아해서 재밌게 봤다. 한동안 ‘모범택시’처럼 사적복수하는 서사의 드라마가 많았는데, ‘어느날’은 단순화하지 않고 복잡한 측면을 잘 다뤘다. 기자들이 확정되지 않은 유죄를 만들어 가고, 형사가 증거만으로 범인이라고 믿는 과정 등이 인상 깊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워킹데드’도 뒤늦게 봤다. 오락물임에도 디테일한 ‘PC’가 있더라.

없다: 넷플릭스 ‘뤼팽’이 가장 재밌었다. 초반에 주인공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먼저 던져 놓으니 뒤가 궁금해지는 구성이 재밌었다.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학장의 이야기를 다룬 ‘더 체어’의 경우 기득권 남성 위주의 정교수·임원과의 싸움, 한국 사람으로선 ‘꼰대’ 문화에 공감할 수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 문제도 개연성 있게 현실적으로 그렸다.

OTT는 ‘콘텐츠 다양성’ 저해하나, 높이나

현대인: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옛날 영화를 다시 보게 하고, 사회적 메시지가 강해 영화관까지 가기엔 부담스러운 영화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대만 ‘아호 나의 아들’, 인도 ‘화이트 타이거’ 같은 영화를 통해 다양한 나라의 콘텐츠를 볼 수 있었고,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낯설고 먼’ 흑인 인권을 다룬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한국 콘텐츠가 미국스러워지는 현상을 목격했다면, 영화 영역에선 다양성을 확실히 느꼈다.

없다: 가격으로 따지면 영화관 입장권보다 훨씬 싸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본 ‘기적’ ‘모가디슈’ 같은 것들도 재밌었다.

첫화면: 가출 청소년 문제를 다룬 ‘어른들은 몰라요’ 같은 경우 넷플릭스를 통해 집에서 혼자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좌측 상단부터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화이트타이거' '술꾼도시여자들' '어른들은 몰라요' 소개 이미지
▲좌측 상단부터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화이트타이거' '술꾼도시여자들' '어른들은 몰라요' 소개 이미지

‘한국 정서’에 맞는 숏폼, 시트콤도 인기 있다

첫화면: 한국 콘텐츠 중에선 ‘술꾼도시여자들’만 봤다. 너무 재밌어서, 술을 많이 마셨다.

현대인: 고독한 미식가 여자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와카코와 술’, ‘스트리트푸드파이터’ 같은 걸 그렇게 소비했다. 꼭 대자본으로 ‘오징어게임’류만 만드는 걸 시청자가 원하는 건 아닐 수 있다.

고독: 한국 (정서에 맞는) 시트콤의 저력이 있다.

OTT가 방송사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없다: 생각해보면 방송사는 제약이 너무 많다. PPL 넣어야 되니까 스토리도 틀어지고. 시간을 맞춰놓고 만드는 것도 문제다. 빈 시간을 쓸 데 없는 대사로 채우는 경우도 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면 한 회차가 어떤 건 45분, 어떤 건 58분 들쑥날쑥하다. 어디서 끊어낼지는 창작자의 판단이다. 

현대인: 어디서 끊느냐가 사람들이 계속 콘텐츠를 보게 만드는데, TV 편성은 그 힘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만드는 요소다.

고독: OTT로 좋은 영향을 받은 면도 있다. 사전제작 같은 건 종편이나 유료방송이 밀어붙이다가 이제는 지상파도 닮아가게 됐다. 시청자로선 경쟁으로 인한 즐거움이 있다. 영향력 면에선 여러 가지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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