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보다 빠르다"...상승세탄 디즈니플러스, 韓 콘텐츠 효과 '톡톡'
이영아 기자
2021.01.06
월트디즈니의 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일 한국 시장에 진출한 후 '엉터리 자막', '설강화 역사왜곡' 등 다양한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이를 딛고 꾸준한 이용자 유입을 이뤄내고 있는 것. 심지어 넷플릭스가 한국에 안착한 속도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격 수급을 늘리고 있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고객 확대 효과를 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모바일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디즈니플러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iOS+안드로이드)는 202만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11월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뤄낸 성과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안착한 속도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2017년 '옥자'를 시작으로 기회를 모색하다 2019년 '킹덤'이 흥행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바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2019년 1월 안드로이드 MAU는 135만명으로, 디즈니플러스의 지난해 12월 안드로이드 MAU(131만명)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서비스 출시 4년차 성적과 디즈니플러스의 출시 2달치 성적이 비슷한 셈이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이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엉터리 자막' 논란이 대표적이다. 번역기를 돌린 듯한 어투의 자막이 나가고 화면상 자막 위치가 바뀌는 등 자막의 오번역이 잦아 몰입감을 떨어트린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심지어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 '설강화'는 방영 시작과 동시에 역사 왜곡 논란까지 일어났다. 드라마 설정이 민주화 운동을 폄훼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방영중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고, 하루도 안 돼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디즈니플러스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으로 풀이된다. 디즈니플러스는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을 시작으로 '블랙핑크: 더 무비'와 '설강화' 등 한국 콘텐츠 수급을 늘려왔다.
특히 '설강화'의 경우 논란을 딛고 글로벌 차트 정상을 휩쓸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설강화는 한국에서 '톱10 TV 프로그램(쇼)' 차트 1위에 랭크됐다. 이 작품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아시아 5개국에서 공개되고 있는데, 평균 순위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 1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지난 1일 10위에서 3위로 순위가 수직 상승한 바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 수급을 더욱 늘려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키스 식스 센스 ▲무빙 등이 공개가 예정돼있다. 월트디즈니는 2023년까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50개 이상의 오리지널 라인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해 콘텐츠 제작 예산으로 전년 대비 32% 늘어난 330억달러(약 39조3000억원)를 편성했다.
전문가들은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콘텐츠 수급이 적절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지 이용자들을 만족시키는 로컬 콘텐츠 수급을 꾸준히 늘려간다면 충분히 반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흥행을 통해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체감했기에 디즈니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