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 무너진 고증부터 신파까지 난국 [OTT리뷰] |
2021. 12.28(화) 09:48 |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승리호'를 통해 한국형 SF의 희망을 봤다면 이번엔 반대다. 무너진 고증과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신파까지, 한국형 SF의 한계를 보여준 '고요의 바다'다.
국내에서 SF는 유독 비주류 장르로 꼽혀왔다. 장르 특성상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지만 이를 찾는 관객의 수가 적다 보니 제작사 입장에선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만들 이유가 없었고 자연스레 관객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SF로 성공한 작품이 단 하나도 없다 보니 제작사들도 선뜻 용기를 낼 수 없었다. SF의 불모지로 불리던 국내 시장에 활로를 연 건 올해 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다. 스토리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200억 원의 적은 예산으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훌륭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한국에서도 SF가 가능하다는 걸 입증해냈다. 국내에서 선보인 첫 SF 영화라는 점 역시 관객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극본 박은교·연출 최항용)는 이런 좋은 분위기를 이어받게 됐다. 이번엔 SF 스릴러다. 여기에 '부산행'의 공유, '킹덤'의 배두나 등 이미 전 세계적인 검증을 마친 배우들의 출연은 기대감을 한껏 드높였다. 하지만 '고요의 바다'는 '승리호'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가기엔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고요의 바다'의 문제점은 초반부부터 있다. 고증에 빈틈이 있다 보니 시작부터 몰입을 방해하는 것. SF에서 고증은 그 어떤 장르보다 중요하다. 상상 속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만 그려낸다면 작품 속 주인공과 설정에 통 몰입할 수 없기 때문. 일례로 우주엔 매질이 없기에 영화 '그래비티' 속 주인공들은 날아오는 파편들의 소리를 듣지 못했고, '인터스텔라'의 주인공들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중력에 의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걸 경험하게 됐다. 이런 과학적인 설정이 기반에 깔려있기에 관객들은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반면 '고요의 바다'에서는 고증을 살리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일단 팀원들이 탑승한 우주선이 그렇다. 달에는 양력을 일으킬 만한 공기가 없기에 비행이나 착륙을 위한 날개가 필요치 않다. 그럼에도 이들이 탑승한 비행선은 우주 궤도를 돌기 위해 설계된 우주왕복선의 형태를 띠고 있어 의문을 자아낸다.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는 방법도 문제다. 달의 궤도에 진입한 우주선은 매우 빠른 속도로 비행하고 있기에 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된다. 때문에 아폴로 11호의 경우에도 달을 13바퀴 돈 뒤에야 착륙 지점인 고요의 바다에 당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요의 바다' 속 우주선은 주 엔진도 아닌 추력만으로 미끄러지듯 달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한다. 이 밖에도 발해 기지 안에서 버튼 하나로 작동하는 인공 중력, 단 수 일 만에 38km를 주파해 달에 도착한 구조선의 모습 등의 오류가 존재해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고증적인 문제를 빼놓고 보더라도 '고요의 바다'엔 아쉬움이 많다. 줄에 묶여 튕겨져 나갔는데도 아무 문제 없이 미션에 복귀하는 한윤재(공유)를 비롯 월수가 바이러스라는 걸 인지했음에도 여전히 헬멧을 벗고 다니는 팀원들, 물에서 벗어나 갑자기 우주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된 루나(김시아) 등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지며 물음표가 그어지게 한다. 잊힐만하면 등장하는 신파는 가뜩이나 산만하고 느린 전개를 더 어지럽힌다. 특히나 딸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공유의 모습은 이미 우리가 '부산행'에서 접한 것과 같기에 기시감까지 느껴진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아쉬운 작품인 건 분명하다. 월수와 루나라는 소재를 동시에 가져가려 욕심을 내다보니 SF, 스릴러 두 장르의 특색 모두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완성도로 씁쓸한 끝 맛을 남기고 간 '고요의 바다'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