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K-문화’…이젠 세계가 믿고 즐긴다
등록 :2021-12-28 10:16수정 :2021-12-28 10:31
강민진 기자
2021 문화계 결산
드라마, 음악, 패션까지
K-콘텐츠 세계가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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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도 놀란 ‘K-드라마’의 힘
그야말로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한국이 만들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난 9월17일(한국시각)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뒤 4주 만에 세계 1억4200만 계정이 시청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히트작이 됐다. 작품 속 인물들의 복장과 다양한 한국 전통놀이는 문화적 따라하기 ‘밈(meme)’으로 이어졌다. 2022년 1월 미국에서 개최 예정인 골든글로브 시상식 텔레비전 시리즈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드라마와 배우가 이 시상식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옥> 역시 공개 다음 날 넷플릭스 세계 1위에 올라 <오징어 게임>에 이어 ‘믿고 보는 K-콘텐츠’의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지난 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고요의 바다>는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4위에 오르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사랑의 불시착> <빈센조> <갯마을 차차차> 등도 해외 각국의 팬들을 사로잡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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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에서 우뚝 선 ‘K-무비’
올봄 전 세계는 한국 배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영화 <미나리>를 통해서다.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1980년대 미국에 이민 간 한국 가족이 시골에서 농장을 만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의 흥행과 동시에 윤여정과 앨런 킴, 스티븐 연 등 출연배우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미나리>를 통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윤여정은 특유의 입담을 보여준 수상소감으로 화제에 올랐다. 그의 솔직한 표현과 당당한 모습은 ‘할매니얼(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인 ‘밀레니얼’의 합성어)’과 ‘윤며들다(‘윤여정’에 ‘스며들다’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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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기록 행진 ‘K-팝’
최초, 최다, 최장.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2013년 데뷔 이래 매년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며 음악계를 넘어 명실상부한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발표한 싱글 ‘버터(Butter)’는 빌보드 메인 차트에서 10주간 1위에 오르며 올해 발표된 곡 중 최장 기간 차트 1위 자리를 지켰다.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미국 주요 음악 시상식에서의 최고상 수상과 연이은 후보 지명은 전 세계에 K-팝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위상을 한층 높였다는 분석이다. 인기를 반영하듯 방탄소년단은 올해 5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트윗된 인물’로 선정됐다.
방탄소년단을 시작으로 블랙핑크, 트와이스, 에이티즈 등 K-팝 아이돌 가수들도 빌보드 차트 진입에 성공하며 K-팝의 막대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관세청은 K-팝 인기에 힘입어 한국 음반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인 2억 달러(약 2355억)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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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에 한글도 관심
K-콘텐츠 열풍으로 한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언어학습 플랫폼 듀오링고의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음악과 영화, 드라마의 세계적인 인기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의 수가 무려 76%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각종 누리소통망(SNS)에는 한글 공부와 관련한 게시글이 100만 건이나 올라왔다. 외국에서 한글을 배울 수 있는 세종학당의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세종학당의 해외 수강생은 3만4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59%나 늘었다. 재외동포와 외국인의 우리말 사용 능력을 측정·평가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는 1997년 2692명에서 2020년 약 4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 쪽은 ‘한류’와 ‘치맥’ 등 우리말에서 유래한 26개 단어를 추가했다. BBC는 이를 보도하며 “한국의 영향력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한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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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장악한 ‘K-패션’
K-드라마 속 패션에 대한 문의도 쏟아졌다. 특히 <오징어 게임>은 올해 전 세계 핼러윈 시즌을 점령했다. 영국의 패션 검색 플랫폼 리스트(LYST)가 공개한 ‘2021 패션 리포트’를 보면, 드라마 속에 등장한 초록색 운동복과 붉은색 보일러 슈트(상·하의가 붙은 한 벌의 옷)를 검색한 사람은 각각 97%와 62%씩 증가했다. 또 참가자들이 신은 한 신발 브랜드의 검색은 97% 증가하며, 가장 많이 본 스니커즈에 올랐다.
우리 전통의상인 한복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출연한 뮤직비디오 등 대중문화를 통해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1월 23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한복 디지털 패션쇼 광고 영상을 공개하며 ‘한복 세계화’에 나섰다. 브레이브걸스와 다크비, 가상인간 로지가 한복을 입고 등장한 이 영상은 전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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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떡볶이 등 세계로
K-편의점은 한류의 기지로 떠올랐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떡볶이, 닭강정 등 K-푸드의 인기 속 국내 편의점 업체들은 말레이시아, 몽골,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 중앙아시아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말레이시아 씨유(CU) 1호점에는 열흘간 현지 소비자 1만1천 명 이상이 방문했다. 하루 평균 1천명 가량이 방문한 것으로, 한국 편의점 평균 대비 3.3배 높은 수치다. 6월 동시 개점한 몽골 울란바토르 지에스(GS)25 매장 3곳에는 열흘 동안 3만 명이 방문했다. 울란바토르 성인 28명 중 1명이 들른 셈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빙수와 삼각김밥, 초코파이 등의 인기가 높았다. 몽골에서는 도시락, 김밥, 주먹밥 등의 간편식과 카페 메뉴, 치킨 매출이 전체의 49.4%를 차지했다. 특히 생우유라떼는 점포당 하루 평균 200잔이, 치킨은 열흘간 총 2천 마리 이상이 팔리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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