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옷소매’→‘이방원’, 유연해진 사극과 호응하는 젊은 시청층
입력 2021.12.20 07:03 수정 2021.12.19 18:5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퓨전 사극부터 대하 사극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사극 열풍
충실한 고증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는가 하면, 대하사극에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퓨전 사극은 물론, 무거운 분위기의 대하사극도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발을 맞추면서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
지난 10월 종영한 판타지 로맨스 사극 SBS ‘홍천기’는 9%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었다. 신령한 힘을 가진 화공 홍천기(김유정 분)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붉은 눈의 남자 하람(안효섭 분)이 그리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판타지 로맨스와 사극의 결합으로 신선한 매력을 선사했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조선구마사’ 종영 이후 SBS가 처음 선보이는 사극으로 주목을 받은 이 드라마는 가상국가 단왕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봉인된 악마를 둘러싼 판타지적 세계관, 권력 암투 등 다양한 요소들을 조화롭게 담으며 사극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이끌었다.
또 다른 로맨스 사극 KBS2 ‘연모’ 또한 기분 좋게 사극 흥행을 이어갔다. 9% 내외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 전세계 순위 TOP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사극의 매력을 전하기도 했다. 쌍둥이로 태어나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아이가 오라비 세손의 죽음으로 남장을 통해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연모’는 휘(박은빈 분)와 지운(로운 분)의 애틋한 로맨스에 남장여자 왕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조화롭게 담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홍천기’와 ‘연모’는 배경이 가상인 것은 물론, 판타지 또는 로맨스에 방점이 찍힌 퓨전 사극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진지하게 다루며 의미를 전달하는 정통 사극과는 기획의도부터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에 이 작품을 향한 젊은 시청층의 관심을 오롯이 사극을 향한 관심이라고만 풀이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현재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송혜교의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제친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은 역사적 사실을 무게감 있게 다루면서도 애틋한 로맨스를 적절하게 가미하면서 젊은층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정조 이산(이준호 분)과 궁녀 덕임(이세영 분)의 풋풋하면서도 달달한 로맨스가 극의 중심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영조(이덕화 분)와 이산의 애증 가득한 관계와 디테일한 고증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마마’ ‘자가’ ‘마노라’ 등 정확한 호칭법이 온라인상에서 회자가 되는가 하면, 왕위 계승을 둘러싼 궁중 암투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면서 시청률이 더욱 상승하기도 했다. 여기에 덕임을 왕의 총애를 받는 궁녀로만 묘사하는 것이 아닌, 일에 열정을 가진 주체적 여성으로 그려내면서 덕임 캐릭터를 향한 높은 인기도 이어지고 있다.
5년 만에 부활한 KBS1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도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첫 방송부터 대규모 전투신으로 이목을 끌고, 사료를 바탕으로 캐릭터에 대한 재해석과 입체감을 부여해 정통 사극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한편 부인들의 활약상도 함께 다루며 남성 중심의 정통 사극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태종 이방원’의 인물 관계도와 설정 등이 회자되는 등 젊은 시청층이 무게감 있는 정통 사극에도 호응을 하며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이어 사극들이 흥행을 하면서 사극이 OTT 성장 속 설 자리를 잃어가는 TV 플랫폼의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들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의 퓨전 사극은 물론 묵직한 정통 사극까지 사랑을 받게 되면서, 사극 열풍이 장기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위기도 더해지고 있다. 현재 ‘꽃피면 달 생각하고’, ‘붉은 단심’ 등 또 다른 사극들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들이 사극 흥행 계보를 이으면서 TV 플랫폼만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