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시네마 클래식]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영화’ 10편
뉴스레터 ‘시네마 클래식’은 영화와 음악계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는 ‘이야기 사랑방’입니다. 전·현직 영화 담당 기자들이 돌아가면서 취재 뒷이야기와 걸작 리스트 등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10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문화계를 결산하는 작업이 쏟아지지요. 최근 뉴욕타임스에서도 올해의 영화 10편을 게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세상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과 자기 안주, 천박함에 저항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한 작품들”이라는 수석 비평가 A. O. 스콧의 선정 기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10편의 리스트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대목이 있었지요. 제인 캠피언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와 미아 한센 러브의 ‘베르히만 아일랜드’,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 등 지난 가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가 뽑았던 ‘주관적 베스트 5′와 세 편이 겹쳤습니다. 취향의 일치점을 발견했다는 흐뭇함에 잠시 으쓱했지만, 세계 주요 영화제 수상작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작품을 중점적으로 보았으니 충분히 가능할 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실상 출제 범위가 제한되어 있었다고 할까요.
리스트를 천천히 다시 보고 있으니 이번엔 차이점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쁘띠 마망’은 인상적이긴 했지만 소품에 가깝기 때문에 한 해를 대표할 작품에 들어가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지요. 또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배드 럭 뱅잉’(감독 라두 주데) 역시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모두 도발적이고 참신함이 돋보였지만, 대표작 10선에 포함되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스콧이 10편 외에 추천한 작품에는 레오스 카락스의 ‘아네트’와 ‘그린 나이트’(데이비드 로워리), ‘신의 손’(파올로 소렌티노) ‘패싱’(레베카 홀) 등이 포함되어 있네요.
뉴욕타임스의 리스트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정도를 제외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대부분 빠져 있습니다. 반면 해외 영화제 수상작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지지요. 결국 리스트란 선정자의 취향이나 관점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리스트를 만들고 공개하는 건 취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하는 행위일지도 모르지요. 영국 가디언 등도 곧이어 연말 리스트를 발표하겠지요. 올해가 가기 전에 개인적인 리스트도 얼른 뽑아 보아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