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방송결산]전지현·송혜교 안 통하네…지상파 'K-사극'으로 자존심
등록 2021.12.18 06:00:00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2021년 방송가는 코로나19 공포에 떨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올해 연말 시상식은 대부분 무관중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은 위기론에 휩싸였지만, 막장 드라마와 사극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전지현을 비롯해 이영애, 고현정, 전도연, 송혜교 등 톱여배우들이 대거 컴백했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전 세계 'K-콘텐츠' 열풍 속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과 '빈센조'의 중국제품 간접광고(PPL) 논란은 오점으로 남았다.
◇코로나19가 바꾼 연말 시상식
지상파 3사는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7000명대 안팎을 기록하고,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늘면서 우려 목소리가 높다. 백신 2차 접종률이 80%를 넘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보다 사태가 심각해진 만큼, 방송사들은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17일 열린 KBS '가요대축제'는 2년만에 방청객을 모집했다. 25일 열린 'SBS 가요대전'도 관객 입장을 허용했다. 대신 '백신패스'를 적용했다. 방청객들은 공연 당일 코로나19 접종 완료 증명서 또는 PCR 검사 48시간 이내 음성 확인서를 제시하도록 했다. 반면 KBS·MBC·SBS '연기·연예대상'은 2년 연속 무관중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KBS와 SBS는 레드카펫 행사도 비공개하며, 홍보팀에서 사진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SBS 연기대상'은 지난해에 이어 수상자들이 각자 대기실에서 호명되면 무대 위에 오른다. MBC는 마지막주인 29~31일에 연달아 시상식을 개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태다. 상황을 지켜보다가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할 방침이다.
◇'연모' 등 K-사극 열풍
'K-사극' 열풍이 뜨겁다. 지상파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다양한 채널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사극으로 K-콘텐츠 저력을 입증했다. 박은빈 주연 KBS 2TV 퓨전사극 '연모'가 대표적이다. 남장 여자인 왕세자 '이휘'(박은빈)와 스승인 '정지운'(로운)의 로맨스를 그렸다. 지난 14일 자체 최고 시청률 12.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막을 내렸다. 올해 KBS 하반기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이다. 7주 연속 월화드라마 1위를 지켰다. 해외 인기도 뜨겁다. 연모는 방송 2주만인 10월21일 사극 최초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톱10에 진입했다. 지난 11일 4위까지 올랐다.
MBC TV 금토극 '옷소매 붉은 끝동'이 사극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성덕임'(이세영)과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인 왕세손 '이산'(이준호)의 로맨스다. 1회 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7회 10.7%를 돌파했다. 애초 16부작으로 기획했으나, 1회 연장해 17부작으로 종방할 예정이다. KBS 1TV는 5년만에 대하사극을 부활했다. 탤런트 주상욱과 김영철이 뭉친 '태종 이방원'이다. 2회 시청률 9.4%를 기록하며 사극 명가 자존심을 세웠다. 김의철 제25대 KBS 신임 사장은 "태종 이방원을 시작으로 정통 대하 드라마를 많이 선보일 것"이라며 "대하 드라마 명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전지현(왼쪽), 송혜교
◇전지현·송혜교도 안 통하네
올해 톱스타들이 대거 컴백했지만 굴욕을 맛봤다. tvN 드라마 '지리산'은 한류스타 전지현과 김은희 작가, 이응복 PD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다. 2회 자체 최고 시청률 10.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지만 전지현의 어색한 연기, 간접광고(PPL) 남발, 어색한 CG 등으로 혹평이 이어졌다. 5회부터 줄곧 7~8%대 시청률을 유지하다 9%대로 막을 내렸다. '제2 아스달 연대기'라는 평을 받기 충분했다.
특히 JTBC는 이영애를 비롯해 고현정, 전도연 등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을 내세웠지만 시청률이 참혹했다. 각각 주연을 맡은 '구경이' '너를 닮은 사람' '인간실격' 모두 시청률 2~3%대에 종방했다. 구경이는 넷플릭스 국내 톱10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영국 드라마 '킬링 이브'와 비슷하다는 평을 들었다. 송혜교 주연 SBS TV 금토극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2019년 송중기와 이혼 후 3년 여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이다. 2회 전국 시청률 8%를 찍었지만, 10회까지 6~7%대에 머물고 있다. 송혜교의 식상한 멜로 연기와 책을 읽는 듯한 어색한 문어체 대사가 몰입감을 방해했다.
◇임성한·김순옥 작가, 시청률 보증 수표
'막장 대모' 임성환, 김순옥 작가는 시청률 보증 수표임을 입증했다. 임 작가는 TV조선 드라마 '결혼 작사 이혼 작곡'(결사곡)으로 6년만에 복귀했다. 잘나가는 30대~50대까지 세대별 불륜 이야기를 그려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분노와 공감을 샀다. 시즌1은 최고 시청률 9.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찍었고, 시즌2 마지막 16회는 최고 시청률은 16.6%로 막을 내렸다. 내년 시즌3 방송을 앞두고 있다. 주역인 성훈을 비롯해 이태곤, 김보연 등과 시즌 1·2를 연출한 유정준 PD는 하차한 상태다. 시즌3는 오상원 PD가 연출하고 권혁종, 강신효, 이혜숙 등이 힘을 싣는다.
'펜트하우스'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빈부격차와 학교폭력, 입시전쟁, 가정폭력 등 가족과 사회 문제를 소재로 다뤄 공감도를 높였다. 올해 1월 시즌1이 막을 내린 후 시즌2·3가 연달아 흥행몰이했다. 시즌2는 2회 만에 2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돌파했고, 마지막 12회는 29.2%를 찍었다. 시즌3는 '알렉스리'(박은석) 분장, 헤라팰리스 붕괴 뉴스 자료화면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캐릭터가 붕괴와 개연성 부족, 자극성 논란 등도 지적됐다. 그래도 첫 회 19.5%로 시작, 마지막 14회 19.1%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역사왜곡·중국기업 PPL 오점
SBS TV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문을 닫았다. 3월22일 첫 방송에서 '태종'(감우성)은 이성계 환시를 보고 무고한 백성을 학살했다. '충녕대군'(장동윤)은 구마를 하러 온 '요한신부'(달시 파켓)에게 월병과 중국식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으로 구성한 중국식 잔칫상을 대접했다. 조선 역사를 왜곡하고, 동북공정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SBS는 시청자 원성에 사과하며 결방·재정비 카드를 내밀었지만, 악화된 여론을 바꾸지 못했다.
조선구마사는 촬영이 80% 가량 끝난 상태였지만, 3월26일 폐지를 결정했다. 당시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민원 폭주가 이어졌고, 기업들이 줄줄이 광고를 중단해 타격이 컸다. SBS는 방영권료 대부분을 선지급해 경제적 손실이 우려되지만, 사태 심각성을 인식하고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한다고 알렸다.
송중기 주연 tvN 드라마 '빈센조'는 중국 브랜드 간접광고(PPL)로 몸살을 앓았다. 8회에서 중국기업 즈하이궈 비빔밥이 등장했다. 중국 김치공정 논란 후 한중 갈등이 고조한 상황에서 한류스타 송중기가 중국식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타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tvN은 논란이 된 장면을 삭제했다. 당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중국이 김치, 한복, 판소리 등을 '자국의 문화'라고 어이없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어로 적힌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빔밥이 자칫 해외 시청자들에게 중국 음식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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