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차차차'가 넷플릭스에서 장수 인기 드라마 등극한 비결은?
유승목 기자
2021.12.17
헐리우드에서 못하는 로맨스물, 해외 시청자 홀렸다
그러나 한류 관점에서 K-드라마의 진수는 따로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옥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넷플릭스 인기 차트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때문이다. 철 지난 멜로물을 밑바탕으로 만든 세련된 전원일기에 해외 시청자들이 열광하면서 한국 드라마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단 평가다. 16일 넷플릭스의 순위집계 차트인 '넷플릭스 톱(Top) 10'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한 주간 글로벌 TV쇼(비영어) 부문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10개 콘텐츠에 한국 작품 3개가 이름을 올렸다. 오징어게임이 4위를 차지했고, 갯마을 차차차와 지옥이 각각 8위와 9위를 기록했다.
그간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는 대체로 디스토피아적 분위기에 기반한 장르물이었다. 미국과 영국에서 구축된 기존 문법을 따르지 않는 신선한 서사에 양극화 등 전 세계적으로 공통되는 문제의식을 던지며 공감대를 샀다. 오징어게임 역시 비슷한 분위기에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이미지)'적인 요소를 영리하게 섞으며 인기를 끌었다. 반면 갯마을 차차차는 장르물과 거리가 멀다. 능력있는 도시여성이 바닷가에 사는 백수 남성을 사랑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전형적인 로맨스 멜로물이다. 여기에 느릿느릿하고 소박한 시골 어촌 공진항의 모습이 담겼다.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에 한국 대표 장수드라마 '전원일기'를 섞은 드라마인 셈이다. 뻔한 클리셰로 가득한 로맨스 드라마란 지적도 나왔지만 오히려 해외 시청자들은 흥미롭단 평가다.
홍석경 서울대 교수는 "헐리우드가 가장 못하는 장르가 로맨스인 반면 한국은 멜로·로맨스에 뛰어나다"며 "아시아에선 이런 한국 로맨스물에 적응이 됐고 소비인구도 어마어마한데, 사랑의 불시착' 같은 작품들을 글로벌 콘텐츠로 유통할 수 있다면 우리만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밑바탕에 한국적인 정서가 깊게 밴 로맨스물이 한류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단 관측이다. 홍 교수는 "넷플릭스에서 생산된 장르물은 한국을 잘 알지 못해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갯마을 차차차나 연모는 한국적인 콘텐츠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게다가 이런 로맨스물은 시청자가 주인공을 투사할 때 백인중심의 문화적, 인종적 상상력을 뒤흔들 수 있단 점에서도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