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14좌 정복: 불가능은 없다’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정복]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쓰는 오만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8000m급 14좌를 오르기가 너무나도 힘들어 [정복]이라고 하고 싶겠지만 인간이 자연을 정복할 수는 없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제목을 붙일 때 더 신경쓰시기 바랍니다.
[14좌 완등](完登)이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겸손하게.
약한 인간은 자연이 허락하면 그저 한 번 잠깐 오르고 (이 것도 등정/登頂일 뿐입니다.) 공포 속에서 내려올 뿐입니다.
<숲속의 새>
[일사일언] 불가능은 없다
입력 2021.12.07 03:00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14좌 정복: 불가능은 없다’가 최근 공개됐다. 네팔의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이하 님스)가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완등하는 과정을 1시간 41분짜리 필름 안에 담고 있다. 주목할 것은 그가 목표한 기간이 봄부터 가을까지 7개월이라는 점이다. 고(故) 김창호는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세계 최단 기간 무산소 완등하기까지 7년이 걸렸고, 세계 최초로 무산소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는 16년이 걸렸다. 님스는 도전과 회복의 주기를 빠르게 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인공 산소를 이용했다.
이 도전, 가능한 걸까? ‘프로젝트 파서블(project possible·가능한 계획)’이라는 팀명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대장정에 오른 님스는 2019년 4월 23일 네팔 안나푸르나를 시작으로 다울라기리, 칸첸중가,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를 오른 뒤 여름에 파키스탄 낭가파르바트, 가셔브룸 1, 2봉, K2, 브로드피크를 오르고 가을에 네팔로 돌아와 초오유, 마나슬루에 오른 뒤 10월 29일 마지막 산인 시샤팡마를 목전에 둔다. 여기서 뜻밖의 장애물을 만나는데 시샤팡마 경계국인 중국에서 이 시즌의 시샤팡마 등정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그가 과연 이 난제를 풀었을지는 영화에서 확인하길.
님스는 강한 사람이다. 구르카 용병으로 선발되어 영국 해군 특수부대에서 15년을 복무했고 히말라야 등반은 10년 전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도전의 성공 여부는 절반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산이니까.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목표를 위해 자기만의 판을 만들었다는 것이고, 산을 올랐다는 것이고, 그로써 세상에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구 등반가들의 등 뒤에서 ‘셰르파’라고 뭉뚱그려져 온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줬다는 것이다. 밍마 데이비드, 겔젠, 락파 덴디, 게스만. 7개월이 아니라 6개월 6일 만에. (스포를 했네!)
장보영, ‘아무튼, 산’ 저자·트레일 러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