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애플tv 콘텐츠 각축전
글 선수현 기자 | 2021.12.04
웹 콘텐츠 홍수 시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지옥〉 등이 흥행 연타를 기록하는 가운데, 다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도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하며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OTT 플랫폼 경쟁이 콘텐츠 전쟁으로 번진 것.
다양한 플랫폼이 장르와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기발한 콘텐츠를 야심차게 속속 제작, 대항마 넷플릭스 독주를 견제하며 가입자 유치에 나서는 모양새다. 텔레비전으로 볼 수 없던 다양한 작품이 공개되며 취향에 맞는 콘텐츠 플랫폼의 선택권도 넓어지고 있다. 한 작품을 보기 위해 플랫폼에 가입하는 양상도 적지 않게 펼쳐진다. 입소문을 타고 각각의 플랫폼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볼거리를 모아봤다.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은 미깡 작가의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동갑내기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술 한 잔으로 고단한 현실을 유쾌하게 풀어가는 오늘날 30대 여성들의 이야기는 자유롭고 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해방감과 쾌감을 전했다. 대학 시절 첫사랑과 사회 초년생의 고단함, 실직과 이직, 부모와의 사별 등을 다루며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을 요즘 스타일로 풀어냈다.
이선빈·한선화·정은지 주연의 <술꾼도시여자들>은 요즘 세대가 겪는 고민을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트렌디한 감각과 완성도 높은 콘텐츠 힘을 보여줬다. <유미의 세포들> <해피니스> 등이 티빙 공개와 TV 방영을 동시에 한 것과 달리 <술꾼도시여자들>은 오로지 티빙을 통해서만 볼 수 있도록 제작됐다. 그럼에도 입소문을 타고 <술꾼도시여자들>을 보기 위해 티빙을 찾는 이용자가 늘었다. 해당 콘텐츠 공개 후 티빙 유료 가입자는 네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1980년대를 호령한 체육스타가 임기 말 허수아비 문체부 장관에 오르며 시작된다. 하필 대북 특사가 된 시점에 남편이 납치당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북 비공개 회담 추진이 물거품된다. 사태를 수습하려 할수록 일은 점점 더 꼬인다. 드라마 속 풍자 장면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정치블랙코미디다.
2019년 SK텔레콤, KBS, MBC, SBS가 함께 설립한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 종편, 케이블 등의 콘텐츠와 영화, 해외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제공하며 탄탄하게 입지를 쌓아 왔다. 특히 11월 12일 공개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본격적인 정치 풍자 드라마로 웨이브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신선한 소재에 실험적인 전개가 더해지며 공개 첫 주 대비 시청 시간 두 배 증가 등의 기록을 세웠다.
쿠팡플레이 <어느 날>
를 리부트하며 화제를 모은 쿠팡플레이가 11월 27일 첫 번째 오리지널 드라마를 공개했다. 김수현, 차승원 주연의 <어느 날>. 평범한 대학생에서 하룻밤 사이 살인 용의자가 된 주인공과 진실보다 돈을 우선하는 삼류 변호사의 치열한 생존을 그린 작품이다. 영국 드라마 <크리미널 저스티스>를 한국 시각으로 리메이크하며 사법 제도에 대한 허점을 꼬집었다.
<어느 날>은 ‘하드코어 범죄 드라마’ 장르로 과감한 사건 묘사와 영화적인 미장센이 돋보인다. 여기에 김수현의 강렬한 연기와 조용한 카리스마를 뿜어낸 차승원의 조합만으로도 강렬한 기대를 모았다. 한 순간 궁지에 몰린 인물의 섬세한 변화,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가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쿠팡플레이는 로켓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시즌(SEEZN) <크라임 퍼즐>
천재 프로파일러가 증거 없는 살인 사건의 범인임을 자처해 15년 형을 받고 교도소에 들어간다. 수감 첫날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데, 그의 전 연인이 그에게 배운 프로파일링으로 점점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프로파일러를 맡은 윤계상이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을 펼치며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들과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누가 봐도 범인이 아닌 인물이 일부러 교도소를 찾은 듯한 느낌을 주는 <크라임 퍼즐>은 윤계상, 고아성 주연의 드라마로 올레TV가 제작했다. KT 콘텐츠 플랫폼 시즌과 TV 채널 SKY를 통해 공개됐다. 살인을 자백한 범죄심리학자와 그의 전 연인이자 담당 수사관이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는 형사의 진실 추격 과정을 담았다. 한치 앞도 안 보이던 사건이 점점 조각을 맞춰가며 하나의 범죄 퍼즐을 완성한다.
Apple TV 〈Dr.브레인〉
천재 뇌과학자가 끔찍한 비극을 겪고 가족이 미스터리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된 이야기를 그린 SF 스릴러다. 화재로 사망한 아들이 살아있다는 단서를 얻은 주인공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죽은 자의 뇌에 접속해 그들의 기억 속 단서를 따라간다. 죽은 자의 뇌에 접속하면서 기억뿐 아니라 감정과 신체 능력까지 복사한다. 심지어 고양이 뇌를 스캔하면서 고양이의 동체시력을 얻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홍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여온 김지운 감독과 이선균, 이유영, 박희순, 서지혜의 만남으로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애플TV가 올해 초 한국 시장에 첫 선을 보임과 동시에 첫 번째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한 작품으로 전 세계 100개 이상 국가에서 공개됐다. 애플TV는 가입 후 7일 무료 체험을 제공, 애플 기기 구입 시 3개월 무료 이용할 수 있다.
디즈니+ <로키> <호크아이>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심슨 가족 시리즈 등 다양한 영화와 TV프로그램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초기 전략은 마블 시리즈 팬을 흡수하는 데 집중한 모양새.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로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탈출에 성공한 로키가 세상의 시간을 어지럽힌 죄로 TVA에 체포된 후, 살기 위해 또 다른 시간 속 로키를 잡아야 하는 미션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로키>는 공개와 동시에 무려 89만 가구가 시청하며 디즈니플러스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중 역대 최고 프리미어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호크아이>는 지난 10년간 어벤져스의 멤버로 MCU를 이끈 호크아이가 히어로 인생 최대의 난제 케이트 비숍과 함께 크리스마스 최고의 미션을 마주하는 그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담긴 첫 솔로 시리즈이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어벤져스’의 원년 멤버 호크아이의 과거, 현재, 미래에 걸친 잊지 못할 숨겨진 이야기를 담았다. 호크아이로 지난 10년 동안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활약한 제레미 레너가 한층 더 깊어진 캐릭터의 입체적인 면모를 선였다. 외신 휘프 미디어에 따르면 <호크아이>는 공개 전부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