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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아무튼, 주말] ‘지옥’은 1.5배속으로 완주했는데… “영화관 가니 배우들 말 너무 느리더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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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11.27 06:58 3,24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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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지옥’은 1.5배속으로 완주했는데… “영화관 가니 배우들 말 너무 느리더라”

속주행부터 한국어 자막까지
OTT 시대가 바꾼 관람 문화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전 세계 드라마 순위 1위를 차지한 드라마 '지옥'. /그래픽=김현국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전 세계 드라마 순위 1위를 차지한 드라마 '지옥'. /그래픽=김현국

“주말에 ‘지옥’ 완주하려고 1.5배속으로 봤습니다.” “‘10초 건너뛰기’ 기능으로 하루 만에 정주행 끝냈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한 드라마 ‘지옥’ 후기가 이어진다. 지옥은 ‘부산행’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50분 내외의 에피소드 6개로 시즌1이 구성돼 있다. 시즌1을 끝내려면 적어도 6시간 정도를 들여야 한다.

그러나 같은 드라마를 봤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에는 1.5배속이라는 ‘마법’, 10초 건너뛰기라는 신박한 기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빠른 배속’은 원래 재생속도보다 1.2~2배 빠르게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온라인으로 인강을 듣는 수험생들 사이 통하는 비법(?)이었다. 봐야 할 강의는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니 속도를 올려 이를 극복하는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 플러스 등 구독형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라는 콘텐츠의 홍수가 펼쳐지면서 콘텐츠 관람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OTT가 바꿔놓은 관람문화

얼마 전 코로나로 1년 만에 영화관을 방문한 직장인 박모(35)씨는 “배우들이 말을 너무 천천히 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박씨는 대부분의 온라인 콘텐츠를 1.5~1.7배속으로 본다. 박씨는 “유튜브를 통해 게임이나 골프 방송을 주로 보는데, 봐야 할 콘텐츠가 너무 많아 이를 따라잡으려면 빠른 배속이 필수”라며 “이렇게 봐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보는 건 감상이 아니라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 뿐’이라고 핀잔 주는 사람도 있지만 박씨는 “책을 속독해서 읽으면 그건 읽은 게 아니냐”며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속도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학생 윤지영(23)씨는 1시간짜리 드라마를 완주하는 데 정지 버튼을 최소 3번은 누른다. “15분 지나면 일단 한 번 누르고, 30분 지나면 잠깐 화장실도 가고. 얼굴은 아는 데 이름이 헷갈리는 배우가 있으면 찾아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영화관에선 이게 안 돼 답답하더라고요. 2시간을 겨우 버텼네요.”

직장인 김모(38)씨도 최근 6세 아이를 처음 극장에 데려갔다가 30분이 채 안 돼 나왔단다.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영화 콘텐츠라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김씨는 “아이가 재미없으니 잠깐 멈추고 다른 걸로 넘겨달라고 하더라”며 “지금껏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으로 콘텐츠를 접한 아이는 극장에서도 ‘잠깐 멈춤’이 될 줄 알았던 모양”이라고 했다.

◇한국 드라마도 ‘자막’ 켜고, ‘빈지뷰잉’ 즐겨

‘빨리 보기’뿐 아니다. 한국 드라마임에도 ‘자막’을 켜놓고 보는 사람도 많다. 전 세계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는 각국의 언어로 자막을 제공한다. 한국어도 마찬가지. 특히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 상영을 목표로 한 영화들이 넷플릭스로 흡수되면서, 자막을 틀어놓고 본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극장용으로 제작한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볼 경우 대사가 사운드에 묻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영화 ‘승리호’는 애초 극장용인 ‘5.1채널 돌비 애트모스’로 음향을 작업했다. 코로나로 급하게 넷플릭스 상영으로 방향을 틀면서, 대사 전달이 잘 안 돼 ‘자막’을 켜놓고 봤다는 사람이 많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신수연(35)씨는 “처음엔 대사가 잘 안 들릴 때만 자막을 켜놓고 봤다. 그런데 스토리 이해도도 훨씬 높아지고, 늦은 시간 소리를 크게 켜지 않고도 볼 수 있어 편하더라”고 했다. 신씨는 최근엔 대부분의 드라마를 자막을 켜놓고 본다. “요즘엔 오히려 자막이 없는 정규 방송을 볼 때면 주변에 ‘방금 뭐라고 했어?’라고 묻는 일이 많아 답답하다.”

한꺼번에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몰아보는 빈지뷰잉(binge-viewing)도 넷플릭스로 인해 과속화된 문화다. 빈지(binge)는 폭음·폭식이란 뜻의 영어 단어. 마치 폭식하듯 드라마를 몰아본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등 OTT는 1회부터 마지막까지 전 회차를 한꺼번에 올려 놓는 게 특징이다.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5초 뒤 자동으로 다음 에피소드가 재생되고, 회차마다 똑같이 등장하는 오프닝 등은 ‘건너뛰기’가 가능하다. “오징어 게임 보느라 밤새웠어”와 같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창작자·배우들은 반대하기도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 게으르고 취향도 없는 자들을 위해 모든 서비스를 해줘야 하나?”

2019년 넷플릭스가 속도 조절 기능 도입을 예고하자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등을 연출한 피터 램지 감독이 한 말이다. 램지 감독 외에도 “이건 끔찍한 생각이다. 나와 내가 아는 모든 감독은 반대할 것”(페이턴 리드 감독), “우스꽝스럽고 모욕적인 기능”(저드 애패타우 감독) 등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속도 조절 기능이 작품성을 훼손한다며 우려를 표한다.

지난해 8월 방송된 ‘신박한 정리’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당시 배우 윤은혜는 지인이 1.2배속으로 드라마를 본다고 하자, “누군가 내 연기를 1.2배속으로 보면 싫을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넷플릭스 측은 “재생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오디오의 음향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등 여러 기능을 도입해 콘텐츠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청각장애인협회(NAD)와 미국시각장애인연합(NFB)은 모두 이 기능을 반겼다”며 “청각 장애가 있는 사용자는 자막 속도를 늦추는 옵션이 유용하다고 했고, 시각 장애가 있는 사용자는 오디오 빨리 듣기를 선호했다”는 테스트 결과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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