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넷플릭스에 대한 오해와 대응법
-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 2021.11.25
드라마 '오징어게임' 그리고 '지옥'의 연이은 세계적 인기에 더욱 관심이 고조된 넷플릭스에 대한 오해도 많다. 한쪽에서는 극단적인 찬사가, 다른 한쪽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찬사열차 행렬에 브레이크를 건다. 예컨대 넷플릭스가 신선한 작품을 자유롭게 안정적으로 제작하도록 한다는 주장에 맞서 모든 저작권을 가져가기에 종속화가 심할 것이라는 주장이 비등하다.
물론 일본과 중국 시장이 각 혐한과 한한령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넷플릭스는 구세주 같았다. 제작비도 없이 간접광고 협찬으로 메우라는 국내 방송사보다 훨씬 조건이 좋아 보였다. 불리한 조건의 방송사에 대한 입장이 바뀌고 거래처가 다변화됐다. 심의에 대한 우려가 없고 즉각 세계 각국에 동시에 공개할 수 있으며 시즌제, 짧은 러닝타임과 편집의 자유, 시청률 부담이 없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오픈된 마인드를 가졌다지만 이는 틀린 말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많은 사람이 보는 콘텐츠를 원하지 않는다. 가입자 중 10%가 보는 내용을 좋아한다. 이럴 때 강렬한 열망과 팬덤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에 장르성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 지상파에서 애초 이런 시청자만 염두에 두고 드라마에 제작을 지원하고 편성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극적, 폭력적인 장면이 많으면 넷플릭스행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또한 지상파가 외면한 신선한 소재만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세계에 통하더라도 '10%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또한 제작비가 많고 리스크가 크면 넷플릭스가 낫다. 안정적인 수익보장이라면 애써 넷플릭스로 갈 필요가 없다. 간섭을 일절 안 한다지만 화질은 매우 중시에 사전에 이를 꼼꼼히 따지고 수정작업을 수없이 시킨다.
다 알려졌듯이 추가 수익배분은 물론 2차 저작권을 넷플릭스가 소유하기에 영화를 제작하거나 해외 리메이크로 진출할 수 없다. 드라마 조회수나 시청시간도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수익배분 요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음악저작권의 경우 넷플릭스가 재방할 때마다 제작사가 저작권협회에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저작권료를 주지 않는다. 제작비를 국내 방송사 등에 비해 좀 더 주기에 바람직해 보이지만 제작비는 2010년 초보다 3배 이상 올랐다. 즉 한국의 제작물가를 올려놨기에 드라마 제작구조는 양극화가 심해진다. 무엇보다 시즌2에 들어갈 때 동기부여가 안된다. 더구나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시즌2 제작에 들어가게 됐을 때 반드시 황동혁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는 계약은 없다.
넷플릭스는 전폭적 지원과 일사불란한 진행을 보여주지만 의사결정이 한국에 비해 느리다. 제작일정이 급한 드라마들은 넷플릭스보다 국내 방송사가 낫다. 더구나 사전제작의 모순도 있다. 한국 드라마는 '쪽대본'이란 오명을 썼지만 시청자의 취향와 욕구,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모바일문화에서 강점이 된다.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는 철저히 사전제작이기에 즉각적인 피드백이 어렵다. 넷플릭스 때문에 한류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계약기간이 10년인 것처럼 모든 콘텐츠를 넷플릭스 등이 독점하면 제작사들이 선순환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선판매 계약을 하고 제작비를 마련한 뒤 만든 드라마를 국내 방송사업자에 국내 방영권만 판매하는 방식은 적절하다. 선판매는 20~60%지만 오리지널 판매는 10~20%밖에 안 된다. 일본에서는 2차 저작물권을 제작사가 갖는다. 시즌2부터는 인센티브도 있어야 한다. 또한 디즈니플러스처럼 수익배분을 하려는 글로벌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를 활용하고 방송사-플랫폼 사이 합종연횡도 필요하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제작사에 재투자할 수 있게 프랑스처럼 매출액의 20~25%를 제작비로 지출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방송사와 OTT, 정부의 관련제도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