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아케인', 넷플릭스 달구는 콘텐츠 공통점은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11.23
잘 키운 게임·웹툰IP, 애니·드라마 등으로 콘텐츠 확장하며 성과…"잘 짜여진 스토리텔링, 투자 매력도 높아"
마니아적 요소가 강한 장르의 콘텐츠가 1, 2위를 놓고 벌이는 경쟁만큼 흥미를 끄는 건 지옥과 아케인의 뿌리다. 두 콘텐츠가 웹툰과 게임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글로벌 콘텐츠산업 화두로 떠오른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활용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잘 키운 IP'가 콘텐츠시장 전반을 먹여살리는 셈이다. 23일 OTT 순위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전날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차트 1, 2위를 지옥과 아케인이 차지했다. 지난 21일에는 반대로 아케인이 1위, 지옥이 2위를 차지하며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아케인은 오겜과 함께 가장 의외성이 큰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내로라하는 헐리우드산 드라마가 아닌 어린이들이나 좋아할 것이란 고정관념이 큰 애니메이션이 46일 간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한 오겜의 독주를 끝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공개된 아케인은 단 하루 만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아케인의 의외성은 또 있다. 창작이 아닌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란 점이다. 인기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게임으로 만드는 통념과 달리 게임IP로 애니를 만드는 역발상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아케인은 글로벌 게임사 '라이엇게임즈'가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롤 유저라면 누구나 아는 필트오버와 자운에서 벌어지는 영웅들의 사연을 담았다. 게임을 하며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이야기를 그려내자 MZ(밀레니얼+제트)세대 남성들이 넷플릭스에 접속했다. 게다가 롤을 접해보지 않은 세대나 여성도 어렵지 않게 세계관을 이해하게 돼 게임에 접속할 가능성도 열었다. 아케인은 높은 인기에 시즌2 제작도 확정했다.
웹툰의 영상화는 지옥이 처음이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K-좀비로 대박을 쳤던 '킹덤'과 '스위트홈' 모두 웹툰으로 만든 영상 콘텐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브컬처(하위문화)'에 불과했던 웹툰이 사실상 K팝과 함께 한류 양대산맥으로 떠오른 K드라마를 이끈 셈이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지옥의 흥행으로 원작 웹툰까지 인기를 끌며 해외연재 계획을 세우는 등 역주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드라마, 영화 시장 뿐 아니라 게임, 웹툰 시장에서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상화 등 IP 확장을 염두하고 제작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웹툰 작업 할 때부터 영상화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고 밝혔다. 아케인 역시 라이엇게임즈가 MMORPG가 아닌 대전물이라 별 다른 스토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6년 간 세계관을 준비해 내놓은 작품이다. 김철민 한국콘텐츠진흥원 애니캐릭터산업팀장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입장에서 웹툰, 게임에서 검증된 IP는 스토리 완성도나 세계관의 치밀함, 대중적 인지도(팬덤)가 확보돼 투자 매력도가 높다"며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도 이런 IP를 활발히 소개하는 추세로, 성공적인 작품은 시즌제 제작이나 또 다른 장르의 콘텐츠로 제작되며 콘텐츠 생태계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