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한테 배워라” 오징어게임 떼돈 번 넷플릭스, 욕 먹는 이유?
- 2021.11.19 18:51
봉준호 감독 [헤럴드DB] |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지난해 1월,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달성한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이다. 비영어권 작품을 구분하고 배척하는 미국 영화계에 던진 뼈있는 한마디다. 이미 영화, 음악 등 콘텐츠의 글로벌 장벽이 허물어진 상황에서 영어, 비영어권을 구분하는 고질적인 문화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전 세계의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가 최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순위 사이트에서 영어, 비영어권으로 언어를 구분해 순위를 집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한 주 동안 인기를 모은 영화, TV 프로그램 상위 10개의 공개하는 순위사이트를 첫 개설했다. 매주 화요일 순위를 업데이트를 방식이다. 월요일~일요일 콘텐츠 시청량을 기준으로 순위를 책정한다.
넷플릭스는 이 과정에서 순위 집계 기준을 영화(영어·비영어권), TV(영어·비영어권)등 4가지로 분류했다.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이 언어 구분없이 TV, 영화로만 순위를 제공하는 것과 차이다.
넷플릭스 역대 최대 흥행 기록을 쓴 오징어게임은 TV 비영어권 순위로 분류됐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개설된 넷플릭스 순위 사이트, 영화(영어, 비영어), TV(영어, 비영어)로 언어가 구분돼 순위 기준이 설정돼있다. [넷플릭스 순위 사이트 캡처] |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
OTT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으로 1조원이 넘는 수익을 독차지 해놓고 정작 영어, 비영어권으로 언어 선긋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중심의 배타적인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국가 간 장벽을 넘는 OTT 플랫폼으로,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 소비 문화를 이끌어왔다. ‘탈국가’, ‘탈언어’가 무엇보다 중요한 플랫폼이지만 정작 미국 중심의 고질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순위에 굳이 언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나” “돈은 오징어게임으로 다 벌어놓고 비영어라고 선 긋는 건가” “넷플릭스도 결국 미국 기업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징어게임, 기생충, 방탄소년단 등 콘텐츠 전 분야에서 ‘K-한류’의 경쟁력이 커진 상황에서 고질적인 언어 구분으로 자칫 비영어권 콘텐츠가 저평가 받는 행태가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가 영어대사가 50%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그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OTT업계 관계자는 “OTT는 국가, 언어보다 콘텐츠 자체의 역량을 평가받을 수 있는 무대가 돼야한다”며 “정작 넷플릭스 플랫폼이 콘텐츠의 경계를 만들고 있는 것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sjpar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