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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정덕현의 끄덕끄덕]구독료 냈는데 PPL까지 보라고?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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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11.18 06:55 4,42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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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끄덕끄덕]구독료 냈는데 PPL까지 보라고?

 

  • 등록 2021-11-18 오전 6:15:00

    수정 2021-11-18 오전 6:15:00

 

송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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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최근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된 영화 <레드 노티스>는 제작비가 무려 2억 달러(약 2300억 원)라고 한다. 역대 최고 규모다. 드웨인 존슨, 갤 가돗, 라이언 레이놀즈가 한 자리에 모였으니 그 출연료만도 어마어마했을 거라는 걸 짐작하고도 남는다. 스케일도 어마어마하다. 마치 ‘007시리즈’를 보는 듯 전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인디아나 존스식의 모험이 펼쳐진다. 과거라면 영화관에 딱 어울릴 작품이 이제 안방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상황.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하필 이 시점에 넷플릭스가 이런 대작 블록버스터를 내놓은 건 여러모로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업계의 다크호스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클 것이다. 실제로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5월 구독자 1억36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수치는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 2억7000만 명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2019년 11월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반만의 성과라는 점에서 넷플릭스를 긴장하게 할만 했다. 넷플릭스가 현재의 구독자 수에 도달한 것이 10년 노력이 누적된 결과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넷플릭스가 내놓은 <레드 노티스>에 한국어 더빙 서비스가 들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드웨인 존슨이 한국말(?)을 하는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중장년층이라면 이 영화를 보며 마치 과거 TV에서 방영됐던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을 다시 보는 듯한 추억에 빠져들 수도 있을 게다. 또 새로 서비스되고 있는 <아케인>에도 한국어 더빙 서비스가 들어있다. 최근 심상찮은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케인>은 넷플릭스가 세계적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첫 번째 애니메이션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넷플릭스의 한국어 서비스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대작에 대놓고 한국어 더빙을 넣은 후 그런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걸 의도적으로 알리고 있는 데는 여러모로 디즈니플러스와의 경쟁구도가 작용한 면이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콘텐츠들 대부분이 ‘전체 이용가’인 경우가 많고 이미 방영된 영화나 애니메이션들은 한국어 자막과 더빙을 선택해서 볼 수 있게 서비스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디즈니플러스에서는 한국어 더빙이 익숙하다. 물론 넷플릭스도 디즈니플러스도 한국어 더빙이나 자막에 대한 반응들은 분분하다. 편리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팬들 중에는 제대로 된 더빙과 자막이 아쉽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요한 건 한국어 더빙이 OTT들의 경쟁을 통해 본격 서비스되는 상황을 보면서 콘텐츠 소비에 있어 갖게 되는 달라진 인식이다. 지금껏 외국 작품들은 당연히 봉준호 감독이 얘기한 ‘1인치의 장벽’, 즉 자막을 수고롭게 읽어야 한다는 걸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자각이 그것이다. 이런 변화는 최근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글로벌 OTT들이 그 어떤 시장보다 중요한 테스트 마켓으로서 한국시장을 바라보며 본격적으로 그 진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생긴 것이다. 소비자들이 많아지거나 중요해지면 당연히 서비스업체들은 어떻게든 이들을 잡기 위해 더 나은 서비스들을 제공하기 마련이다. 특히 구독자들의 구독료가 이들 거대 OTT들의 메인 매출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런 구독자 유치와 유지를 위한 서비스 경쟁은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이러한 OTT들의 한국어 더빙 서비스는 공짜일까. 앞서 말했듯 이건 공짜가 아니다. 이미 구독자들이 낸 구독료에 포함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이 지점은 과거와 달라진 콘텐츠 소비방식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과거 이른바 지상파 시절(지상파, 케이블, 종편 같은)에는 이상하게도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다. TV를 설치하기만 하면 어디서든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물론 KBS 같은 공영방송은 시청료를 받아가지만)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 시대의 콘텐츠 소비 개념은 그래서 대부분 ‘공짜’에 맞춰져 있었다. 심지어 복제까지 당연한 듯 여기던 시절에 콘텐츠는 당연히 공짜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건 진짜 공짜였을까. 아니다. 사실은 시청자들이 이미 지불하고 있었다. 돈을 내는 건 아니지만, 대신 시간과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광고를 봤고, PPL을 참아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존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당연히 감수했던 광고나 PPL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게 된 건 당연히 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를 경험하게 되면서다. OTT들은 광고나 PPL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따라서 그런 것들이 들어가 있는 콘텐츠들 역시 공짜가 아니라는 걸 그들 콘텐츠들을 통해 보여줬다. 일정한 구독료를 내면 광고도 없고 PPL도 없는 드라마를 내내 즐길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서다. 시청자들의 인식은 바뀌게 됐다. 세상에 공짜 콘텐츠는 없고, 공짜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광고나 PPL을 통해 시청자들이 이미 일정한 콘텐츠료를 지불하고 있었다는 것.

이러한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에 의해 드라마 PPL 문제는 이제 제작사나 방송사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 서비스된 K드라마들은 광고나 PPL 없이 제작되고 방영된 작품들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방영권을 사서 틀어주는 K드라마나 웨이브, 티빙 같은 토종 OTT에 올라가는 드라마들은 기성 방송사의 제작 시스템(광고와 PPL을 근간으로 하는)으로 만들어져 여전히 PPL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콘텐츠들에 대해 이제 OTT 구독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난 돈을 냈는데 왜 PPL도 봐야 되냐고.

구독경제 방식으로 이뤄지는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제 콘텐츠 제작방식 전반에 대한 재고를 요청받게 된 상황이다. 지금껏 드라마를 편성 결정한 방송사가 주는 적은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PPL을 덕지덕지 붙일 수밖에 없었던 게 우리네 제작현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소비자인 시청자들도 알고 있어서 그 불편함을 감수해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가 점점 일상화되면서 구독자들은 더 이상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비합리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콘텐츠 소비는 공짜라는 착각이 깨지면서 생겨나고 있는 만만찮은 파열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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