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써보니] IP 왕국의 품격…서비스 오류는 개선 필요
최종수정 2021.11.14 23:59 기사입력 2021.11.14 23:59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스타워즈' 시리즈
신작·고전 아우르는 오리지널 작품들
韓 콘텐츠는 드라마·예능 합쳐 17편 불과
모바일 성인인증 에러·자막 문제 등은 숙제
IPTV를 이용해 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실행해봤다. 화면 최상단에 최신 인기 콘텐츠 영상이, 바로 아래에 6개 주요 브랜드들이 나란히 배치됐다.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국내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유일한 맞수로 꼽혔던 '디즈니플러스(+)'가 지난 12일 국내 공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날 0시부터 기다렸다는 디즈니 매니아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후기들도 줄을 이었다.
디즈니+는 별도 셋톱박스가 필요 없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이다. 안드로이드·iOS 기반 모바일·태블릿 기기와 스마트 TV, 커넥티드 TV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애플TV의 일종의 미러링 서비스인 '에어플레이'를 통해 TV나 다른 모니터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월 9900원 월정액을 지불했다. 결제 전 미리 둘러보기는 불가능했다. 평소 OTT를 즐기는 방식인 IPTV를 통해 디즈니+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기존에 써 온 LG유플러스의 IPTV 메뉴를 눌러 디즈니+ 앱에 접속했다. 메뉴 화면에서는 최상단에 디즈니+가 '아이들나라', '넷플릭스', '유튜브' 등과 함께 배치돼 있었다. IPTV 이용자라면 U+ TV 셋톱박스에 내장된 크롬캐스트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즈니+ 화면에서 느낀 첫 인상은 기존 OTT들에 비해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었다. 첫 화면에서 자동 재생되는 메인 영상을 극도로 강조하는 전략을 쓰거나 자체적으로 독특한 콘텐츠 배치에 힘을 준 경쟁사들에 비해 다소 무난해 보였다. 화면 최상단에는 디즈니+ 최신 작품과 오리지널 시리즈 등이 강조돼 표시됐고 디즈니가 그간 강조해 홍보했던 '디즈니', '마블', '스타' 등 개별 6개 브랜드들도 바로 아래 배치됐다. 아래에는 여러 콘텐츠들이 분류돼 추천 콘텐츠로 묶였다.
디즈니+의 최대 장점인 오리지널 작품들이 많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특히 올해 극장가에서 높은 관객을 모았던 마블 시리즈 최신작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과 '블랙위도우'를 비롯해 '크루엘라'까지 2021년 작품들이 업로드돼 있었다. 아동에 특화된 키즈 시리즈는 물론 마블 시리즈부터 스타워즈 시리즈까지 추억의 SF·액션 고전을 즐기는 3040 고객을 위한 콘텐츠도 풍부했다.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컬렉션' 시리즈도 눈길을 끌었다. 일례로 '겨울왕국 컬렉션'에 들어가자 '겨울왕국' 1,2는 물론 메이킹 영상과 인기 캐릭터 '올라프'의 번외 버전인 '올라프의 탄생',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 등을 볼 수 있었다. '어벤져스 컬렉션'에서는 '슈퍼히어로 군단의 비밀' 등 마블 스튜디오를 조명한 다큐멘터리와 어벤져스 영화의 애니메이션 버전을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로 오리지널 작품을 즐기고 싶은 마니아들에게 적격일 듯했다.
다만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나 국내 OTT인 웨이브, 티빙, 왓챠 등에 비해 현저히 부족했다. 드라마, 예능을 포함해 한국 콘텐츠는 총 17편에 그쳤다. 디즈니+ 한국 개시와 동시에 공개된 인기 예능 '런닝맨' 스핀오프 버전인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이 유일한 오리지널 작품일 정도로 오리지널 경쟁력도 부족했다. 디즈니+는 앞으로 강풀 웹툰 원작의 히어로물 '무빙' 등을 비롯해 다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국내 콘텐츠를 선호하는 고객이라면 '불호'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디즈니+는 서비스 개시 전부터 개별 국가 맞춤형 UI·UX를 강조했지만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기엔 아직 역부족인 듯했다. 자막과 오디오 설정 등에서도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미세한 커스터마이징(맞춤화)이 필요해 보였다. 자막 크기나 폰트 설정 변경이 불가능했다. 한국어 외에도 다양한 언어로 음성·자막이 지원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세부 디테일 측면에서는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듯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모바일 앱에서 19세 콘텐츠 접속을 위한 성인인증에서 PIN 번호 입력이 불가능한 오류였다. 13일 아침 고객센터에 전화를 통해 문의했지만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 별도 답변은 받지 못했다. 이는 디즈니+ 모바일 앱 리뷰에서도 복수의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한 부분으로 이날까지도 다수의 고객들이 비슷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성인인증을 시도하자 바로 문제가 해결됐다. 디즈니+는 원칙적으로 매년 성인인증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비스 이용 가격은 월정액 9900원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9만9000원이다. 연 기준으로는 15% 할인된 수준이다. 최대 4개 기기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한 만큼 가족들이 함께 써도 괜찮을 듯했다. 프로필도 총 7개까지 세분화해 볼 수 있다. 경쟁사들에 비해 비싼 편은 아니라고 생각되는 만큼 이용할 가치가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