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없는 넷플릭스 본다” K드라마 가진 PPL의 한계
국내 드라마의 제품 간접광고(PPL)에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PPL이 없는 ‘넷플릭스’ 드라마에 익숙해지면서 대중은 ‘광고를 안 볼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나올수록 과도한 광고를 포함한 국내 드라마는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상파, 케이블 드라마에서 PPL은 빠지지 않고 나온다. 반면 해외 OTT인 넷플릭스에는 부자연스러운 PPL이 없다. 애플티비 플러스에 이어 디즈니 플러스까지 출시되면 PPL이 없는 콘텐츠에 익숙해지는 시청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PPL의 가장 큰 문제는 극의 흐름을 방해해 몰입도를 해친다는 것이다. 한 회차에 여러 PPL을 버무려 넣거나 드라마 장면과 전혀 상관 없는 상품이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한다. 지난달 종영한 MBC 드라마 ‘검은 태양’에서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인물을 추적하던 국정원 요원이 갑자기 건강식품을 동료에게 주며 “미리미리 챙겨 먹어야 다음 일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SBS 드라마 ‘원 더 우먼’에서는 주인공인 조연주(이하늬)가 안마의자에 앉아 ‘지리산자락 산사 모드’를 설정하고 마사지를 받는 장면이 나왔다. “물소리, 산소리를 들으니 시골에 온 것 같고 좋다”는 어색한 대사까지 이어져 극의 몰입도를 방해했다. tvN 드라마 ‘지리산’도 산 속에서 유명 브랜드 샌드위치를 먹는 PPL 장면이 어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방송 드라마의 과도한 PPL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징어 게임’처럼 한국 드라마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도 PPL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봤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1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시청자들이 PPL을 감수하면서 시청했으나 OTT처럼 서비스 이용료를 내면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될 권리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생기면서 반감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도 “PPL 제품이 클로즈업되면 몰입도가 깨지고 주연 캐릭터의 매력도 반감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드라마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PPL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한다. 정덕현 평론가도 “방송사가 외주사에 주는 제작비가 50%도 채 안 되다 보니 나머지 비용은 PPL로 채우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시청자가 광고 없는 콘텐츠에 익숙해지면 기존 미디어도 변화해야 한다”며 “방송사와 제작사가 PPL로 제작비를 충당하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OTT에 콘텐츠 방영권을 판매하면서 비용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왜곡된 드라마 제작 구조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드라마를 편성 받기 위해 스타급 배우와 유명 작가를 앞세우게 되고, 이들에게 들어가는 막대한 출연료를 감당하려다 보니 PPL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제작비가 전혀 합리적으로 쓰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 시장으로 수출한다면 제작비 책정이 합리적으로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