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제2의 '오겜' 기대했건만…전지현도 못살린 '지리산' 패착
등록 2021.11.06 06:00:00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배우 전지현이 13일 tvN 새 드라마 '지리산'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사진=tvN 제공) 2021.10.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한류스타 전지현과 스타작가 김은희 만남만으로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때마침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신드롬이 일어 'K-드라마' 열풍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OST에 참여하고, 산을 배경으로 해 위드 코로나 시대 등산 붐 등 경제 선순환 효과 기대감도 커졌다. 개미 투자자들은 제작사 에이스토리와 아웃도어 네파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한 나디아퍼시픽 모회사 태평양물산 주식을 사 모으며 대박을 기대했지만, 방송 첫 주 만에 주가도 폭락했다.
tvN 주말극 '지리산'이다.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 레인저 '서이강'(전지현)과 비밀을 가진 신입 레인저 '강현조'(주지훈)가 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미 제작비 약 300억원은 회수한 상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이치이에 중국을 제외한 해외 방영권을 판매해 방송 전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했지만, 3회 7.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제2의 '오징어게임'이 될 만한 작품으로 꼽혔지만 전지현의 어색한 연기, 엉성한 완성도에 시청자 평가는 냉혹했다.
◆전지현, 변함없는 연기력
전지현의 발전 없는 연기력에 리모콘을 돌린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지리산 1·2회에서 전지현의 발음이 새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고, 어설픈 표정과 불완전한 발성이 몰입도를 깨트렸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4) '푸른 바다의 전설'(2017) 등에서 선보인 연기와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혼자 통통 튀고 발랄한 모습을 어필했고, 다른 연기자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지도 못했다. '전지현이 저렇게 연기를 못 했느냐'며 2회에 나온 '실종자 딸이 더 연기를 잘한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사고로 3년 뒤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부터 안정감을 찾은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김은희 작가 특유의 장르물을 소화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한 관계자는 "전지현은 스타성 만큼은 최고다. 극본도 보지 않고 캐스팅 소식만 듣고 투자를 결정하는 배우는 전지현이 거의 유일하다"면서도 "방송 전 내부 시사에서 이미 '기대이하'라는 평이 나왔다. 2회부터 괜찮을 것이라고 했지만, 생각보다 높아진 시청자 기대를 만족 시키긴 부족했던 것 같다. 5회부터 전개가 흥미로워 진다고 하니 뒷심을 발휘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귀띔했다.
주지훈(왼쪽), 전지현
◆간접광고(PPL) 남발·어색한 CG 혹평
지리산은 높아진 시청자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응복 PD가 제작발표회에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을까. 이 PD가 김은숙 작가와 선보인 '태양의 후예'(2016) '도깨비'(2017) '미스터 션샤인'(2018) 등과 비교해도 완성도가 떨어졌다.
이강과 현조가 등반할 때 판넬을 합성한 것처럼 보였고, 태풍으로 불어난 계곡물, 암벽에서 쏟아지는 암석 등 어색한 CG가 이어졌다. PPL 남발도 시청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제작비 충원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PPL을 센스있게 담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레인저 동기인 '구영'(오정세)가 현조에게 '관리 좀 해야겠다'며 전지현이 모델인 뉴트리원 '비비랩 콜라겐'을 건넸다. 지리산 대피소에서 '다원'(고민시)은 이강에게 에그드랍 샌드위치를 먹으라고 줬다. 특히 에그드랍은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 광고비 분담 관련 갈등으로 갑질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에그드랍 지리산점은 어디에 있느냐"면서 지리산 대피소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이 72㎞ 떨어진 곳이라고 조롱했다. 전지현은 방송 내내 자신이 모델인 네파 등산복을 입고 등장, "70분짜리 광고를 본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신선한 인물 부족
신선한 캐릭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지현과 주지훈 외에 성동일, 오정세, 조한철, 전석호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지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중간중간 오정세와 조한철이 애드리브 등으로 웃음을 주는데 그쳤다. 오징어게임에서 정호연을 비롯해 오영수, 아누팜 트리파티, 김주령, 이유미 등 배우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점과 대조됐다.
병아리 레인저 다원 역의 고민시 활약은 기대해볼만 하다. 사고를 당한 이강을 대신해 산을 오르고, 코마상태에 빠진 현조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령이 되어 지리산을 떠도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관계자는 "이응복 PD가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조연까지 이름있는 배우들을 원했다. 제작비가 큰 작품인 만큼 믿고 쓸만한 배우들을 찾은 것 같다"며 "제작진 입장에서는 매체에 자주 나오는 배우들을 캐스팅,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징어게임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K-콘텐츠 관심이 높아진 만큼, 개성있고 신선한 배우들을 많이 발굴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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