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국내 상륙 5년…K-콘텐츠 세계화 이끌다
윤용섭
- 입력 2021-10-07 | 발행일 2021-10-07 제15면 | 수정 2021-10-07 07:52
세계 무대에서 핵심 플레이어가 된 넷플릭스는 서로 다른 규제 환경에서 동시에 단일한 서비스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족 친화적인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성인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넷플릭스로선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까다롭고 복잡한 나라별 관습·문화·가치관의 차이 역시 넷플릭스가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29일 한국 창작자들과 지난 5년간의 동반 성장 성과를 조명하는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를 개최한 건 그 점에서 주목된다.
5년 동안 7700억 과감한 투자
오징어게임 등 흥행작 만들어
문화한류 확산에도 큰 영향력
콘텐츠산업 하도급 전락 우려
수익 직결된 저작권 개선해야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
한류가 'K-컬처'로 명명되며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문화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넷플릭스의 역할과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킹덤'부터 '인간수업' '스위트홈' 'D.P.' 그리고 '오징어 게임'에 이르기까지 기존 국내 플랫폼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소재와 장르에 대한 과감한 투자 덕에 국내 창작자들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이는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83개국에서 정상을 차지할 만큼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해외 시청자의 한국 콘텐츠 주 시청 채널 중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8천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화와 드라마 장르는 각각 64.3%와 63.2%, 예능과 애니메이션은 모두 5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넷플릭스가 한류의 무대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넷플릭스는 전 세계 회원들이 한국 콘텐츠를 더욱 가깝게 즐길 수 있도록 최대 31개 언어 자막 및 20개 언어 더빙을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 2021년 한 해 동안 한국 콘텐츠에 약 5천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한 한류의 세계화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국내 창작업계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난 5년간 7천700억원을 투자한 결과 국내 콘텐츠 산업을 넘어 연관 분야 전반에서 약 5조6천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약 1만6천개의 일자리도 창출됐다.
파급 효과가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난 곳은 단연 콘텐츠 제작 및 배급업 분야다. 촬영·편집·더빙·특수효과 등 다양한 국내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약 2조7천억원에 달했다. 특수분장 전문 기업 셀의 황효균 대표는 "넷플릭스는 물리적인 지원은 물론 체계적인 스케줄 및 예산 관리로 충분한 사전 제작 기간을 확보해 창작자들이 협업 단계마다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VFX 전문 기업 웨스트월드의 손승현 대표 역시 "웨스트월드의 인력은 2018년 설립 당시 10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170명까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국내 VFX 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약 4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웹툰·음악·문학 등 연계 콘텐츠 산업에 전해지는 '스필오버(spill over)' 현상도 나타났는데, 조사에 의하면 넷플릭스 시청자의 42%가 작품의 원작인 웹툰, 웹 소설 혹은 관련 음악을 찾는 등 파생 콘텐츠를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웹툰은 연재 종료 이후에도 조회 수가 최소 4배에서 최대 20배까지 증가했으며, 결제 전환율 또한 최대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일본에 소개되며 신한류를 선도했던 '이태원 클라쓰'와 '사랑의 불시착'의 음원 역시 일본 오리콘 차트에 진입해 총 6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저작권 보호는 장기적 과제
풀어야 할 과제는 있다. 넷플릭스와의 협업은 최상의 퀄리티를 완성하기 위한 각각의 능력과 전문성을 높인 시너지 관계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자칫 우리 시장이 하도급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자생적인 플랫폼 구축 한편으로 높아진 한국 콘텐츠 위상에 걸맞게 동등한 입장에서 계약조건 등을 합리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역시나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장기적 측면에서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익과 직결된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도 최근 인터뷰에서 "엄청난 흥행에 따른 인센티브나 수익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는 '제작비+α'를 제공하는 대신 흥행에 따른 수익은 모두 가져가는 구조다. 물론 흥행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리스크를 감수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제작비 측면에서 한국 콘텐츠와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와의 확연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제작비로 회당 22억원이 투입된 반면, '브리저튼'은 회당 700만달러(약 83억원), '위쳐' 1천만달러(118억원), '기묘한 이야기' 1천200만달러(142억원), '더 크라운'은 무려 1천300만달러(154억원)에 달했다. 이보다 가성비가 좋을 수 없다. 한국 콘텐츠가 갖고 있는 국제적인 영향력은 이제 전 세계인에게 충분히 인지되었다. 오는 11월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에 상륙하는 만큼 이를 우리에게 유리한 카드로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