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휩쓴 K드라마… 말 안통해도 이야기 통했다
오징어게임, 인도에서도 1위… 넷플릭스 83國 전체서 정상
“자막의 장벽,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월 미국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고 말한 소감이다.
이 1인치 장벽이 드라마에서 마침내 무너졌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지난 2일(현지 시각) 인도 넷플릭스에서 전체 1위에 오르며 작품이 서비스되는 83국 모두에서 정상을 차지한 작품이 됐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기준, 전 세계 드라마 부문 인기 순위는 9일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덴마크와 터키에선 1위를 유지하다 한 계단 내려간 2위를 기록했다. ‘오징어 게임’은 현재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만 더빙을 제공하고, 다른 모든 나라에서는 각국 언어를 자막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드라마는 영화·음악보다 대중적인 장르다. 작품의 가치, 배우 호감도 외에 정서적으로 공감돼야 1위에 오를 수 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는 ‘겨울연가’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로맨스 장르에서 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저변을 넓혀왔다. 이는 수치로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 수출은 2014년 52억7000만달러(약 6조2555억원)에서 2019년 103억9000만달러로 최근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킹덤’ ‘스위트홈’ 등 장르물에 전 세계 시청자들이 열광하면서 이 작품들은 일거에 넷플릭스 글로벌 10위권에 진입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넷플릭스) ‘왕좌의 게임’(HBO) 같은 영어로 만들어진 콘텐츠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흥행 시리즈 대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오징어게임은 역대 넷플릭스 흥행작 1위인 ‘브리저튼’의 기록도 깰 기세다. 영국 BBC는 “‘오징어 게임’은 ‘브리저튼’을 제치고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높은 흥행작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자막을 수용하면 더 넓고 다양한 세계를 즐길 수 있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이 실감 나는 한국 콘텐츠들의 선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