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는 그만, 이젠 ‘순한 맛’이 좋아
‘갯마을 차차차’ ‘슬기로운…’ 등 공감·위로하는 착한 드라마 인기
‘매운맛은 질리도록 먹었다. 이제 순한 맛 드라마를 보며 쉬고 싶다.’
지난 26일 자체 최고 시청률(12.4%·닐슨 유료 수도권)을 기록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슬기로운 의사생활 2′ 등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정겨운 이야기가 호응을 얻고 있다. 인간미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공감과 위로가 주목받고 있다. ‘펜트하우스’(SBS) ‘결혼작사 이혼작곡’(TV조선) ‘오징어 게임’(넷플릭스) 등 강렬한 전개의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착한 드라마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갯마을 차차차’는 2004년 엄정화·김주혁 주연의 영화 ‘홍반장’을 원작으로 한다. 강원도 시골 포구마을에서 얼떨결에 개업한 서울 깍쟁이 치과 의사(신민아)가 마을의 ‘해결사’ 홍반장(김선호)을 만나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그러나 바닷가 마을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조명하면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로 호평받고 있다. ‘힐링 멘트’는 명대사로 공유된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일이 뭔 줄 알아? 아프지 말고 오래 사는 거야.”(김선호) 이 드라마는 28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드라마 TV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2′는 시즌 1에 이어서 다시 한번 착한 드라마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현실에서 환자들이 분개하는 ‘3분 진료’ 의사는 없다. 환자의 몸 건강은 물론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사려 깊은 의사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이건 판타지’라면서도 두 시즌에 걸쳐 몰입했다. 지난 16일 시즌 1보다 높은 시청률 15.7%로 막을 내렸다.
올림픽 기간 방영되며 지난달 종영한 SBS ‘라켓소년단’은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배드민턴 국가대표를 꿈꾸는 10대 소년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 호평받았다. 시골 소년들의 순박한 이야기로 착한 드라마를 넘어 ‘무공해 드라마’라는 평가도 받았다. 방영 당시 넷플릭스 일일 조회 수 국내 1위를 기록하면서 조용한 인기 몰이를 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기존 스릴러와 막장 드라마로 피로감을 느끼던 시청자들이 나영석류 예능을 보는 듯 편안한 느낌을 주는 ‘착한 드라마’를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