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맥스, 내년 韓 진출 예상…미디어 시장 재편 속도 낼까
내달 유럽 진출, 국내도 속도전…CJ ENM·하이브 등 국내 기업과 협력
내년 국산·외산 OTT 난타전 예상…지상파·유료방송 시장도 급변할 듯
HBO맥스가 유럽을 시작으로 해외 무대에 손을 뻗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진출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디어 시장 재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더버지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HBO맥스는 다음달 26일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페인, 안도라 등 유럽에서 출시된다. 이어 내년에는 중부 유럽과 동유럽 14개 국가에도 추가 진출할 예정이다.
AT&T의 자회사 워너미디어의 OTT 서비스인 HBO맥스는 워너브라더스와 HBO의 풍부한 IP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작 영화들의 극장 개봉이 어려워지면서 워너브라더스의 영화들이 현재까지도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 공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도 HBO맥스의 국내 진출 시기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초 업계에 따르면 HBO맥스는 현재 한국 진출을 공식 타진 중이다. 그동안 CJ ENM과 제휴 형태로 국내 진출하는 등 여러 방법을 모색했다. 특히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 등 일부 콘텐츠는 VOD 공급 형태로 국내에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이 밖에 HBO의 주요 드라마들은 왓챠, 웨이브 등 국내 OTT와 협업해 시청자들에게 이미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 이후 망 사용료 분쟁과 조세 포탈 의혹 등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디즈니플러스도 국내 진출이 다소 늦어졌다.
디즈니플러스가 주요 갈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11월 12일 국내 진출을 확정 지은 만큼 HBO맥스의 국내 진출도 늦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말 워너브라더스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OTT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진출을 더 늦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아시아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본 만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출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
앞서 HBO맥스의 모기업 워너브라더스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에 5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투자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포섭인 것으로 보고 있다.
HBO맥스가 국내 진출하게 되면 OTT 시장은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 외산 OTT와 웨이브, 티빙, 왓챠 등의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외산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토종 OTT 중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서비스는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또 OTT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만큼 미디어 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 방송은 더 빠르게 유료방송으로 흡수되고 지상파와 종편 등 방송채널에 집중된 콘텐츠는 점차 OTT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콘텐츠 제작사인 CJ ENM과 IPTV 3사의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은 앞으로 티빙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OTT를 보유한 콘텐츠 사업자가 자사 OTT에만 콘텐츠를 독점 공개하면 토종 OTT의 입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지상파 방송 역시 OTT에 밀려 콘텐츠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시청각미디어시대의 소유·겸영규제, 쟁점과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김용희 오픈루트연구소 전문위원은 "초국가적 미디어 기업 출현으로 국내 방송 및 미디어 기업의 확장이 필요해졌다"며 "국내 방송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을 위해 추가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이를 위해 현행 대기업의 기준이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며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석현 서울 YMCA 팀장은 "글로벌 OTT와 지상파는 대체제가 아니라 아직까지 보완재 형태"라며 "현재까지 규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무엇이 미비했는지, 보완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등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