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이제는 ‘다큐 시대’
현실이 주는 임팩트는 그 어떤 콘텐츠보다 강력하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지만 요즘은 현실 그 자체가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현실에 기반을 둔, 날 것 그대로를 추구하는 장르가 바로 다큐멘터리다.
최근 국내에서 왓챠로 공개된 ‘프레이밍 브리트니’ 라는 다큐멘터리가 큰 관심을 받았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세계적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실제 삶을 조명한 작품. 미디어에 비춰진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그녀가 어떻게 황색 언론에 피폐해지고, 법정 후견인으로 지정된 아버지에게 학대받았는지, 그리고 이 진창 같은 삶에서 어떻게 다시 스스로 일어서려고 하는지 보여줬다. 사람들은 미디어에 비친 수퍼스타가 아닌 진짜 브리트니를 보고 충격받았다.
다큐는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장르에 비해 지루하고 인기 없는 장르로 여겨져왔다. 방송사의 교양 프로그램 의무 편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비인기 시간대를 채우는 콘텐츠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다큐멘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의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가 세계적 화제가 되었고, ‘F1, 본능의 질주’ 같은 블록버스터 다큐멘터리도 등장했다.
이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커진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다른 콘텐츠들과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큐멘터리는 한정된 시간 안에 콘텐츠를 편성해야 하는 방송에선 인기 드라마나 예능 프로에 황금 시간대를 내줘야 했고, 극장에서도 늘 최신 흥행작들에 밀려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했다. 시청 기회가 줄다 보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더욱 찬밥 신세가 되는 악순환에 있었던 것이다.
반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볼 수 있는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선 다큐멘터리든 최신 블록버스터든 동등한 조건에서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받았던 부당한(?) 대우에서 벗어날 기회가 온 것이다. 자연스럽게 많은 다큐멘터리가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더 많은 인기 다큐멘터리가 탄생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다큐멘터리 장르의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