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유무가 스펙이 돼버린 돌싱들의 사랑 이야기 [왓칭]
아시아 이혼율 1위 한국에서 늘어나는 돌싱들
외모·능력·성격에 자녀 유무까지 봐야 한다
현실적인 돌싱 연애기 ‘돌싱글즈’
우리나라에선 매일 부부 300쌍 정도가 이혼도장을 찍고 갈라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6500건에 달한다. 지난해 결혼한 부부가 21만3000쌍인데 같은 해 그 절반에 달하는 부부들이 돌싱(돌아온 싱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이혼률(인구 1000명당 이혼율)은 1990년 1.1명에서 2016년 2.1명으로 15년 새 2배 가량 늘었다. OECD 회원국 중 9위, 아시아만 따졌을 때는 1위다. 이혼이 급증하면서 어느덧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돌싱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래서일까. 한때 방송가에서 이혼이나 돌싱은 꺼리던 주제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핫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것이 리얼리티 연애 예능 ‘하트시그널’의 돌싱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돌싱글즈’다. 돌싱글즈는 최근 시청률이 3%로 최고점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혼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오히려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사회적 변화를 보여준 셈이다.
돌싱글즈는 이혼의 아픔을 겪은 돌싱 남녀 8명이 서로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관찰 예능이다. 이혼 남녀만을 대상으로 한 커플 매칭 예능으로는 사실상 처음이다. 출연자들에게 주어진 룰은 오직 하나. “사랑에 빠지라”는 것. 3박4일 미팅 형식의 데이트를 통해 커플 매칭을 진행하고, 매칭된 커플은 아예 한 집에 살면서 동거에 들어간다. 전 국민 앞에서 동거까지 하는 상황이니, 출연자들은 사랑 찾기에 ‘진심’인 듯 보인다.
하지만 보통의 미혼 남녀를 다룬 연애 예능과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외모, 능력, 성격, 나이 정도가 주요 변수였다면, 여기에 ‘자녀 유무’라는 조건이 붙은 것이다. 자녀가 없는 사람, 자녀가 있긴 하지만 양육하진 않는 사람,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나뉜다. 제작진도 이를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출연자들의 이름 옆에 ‘자녀 없음’, ‘4살 아들/양육’이라는 수식을 붙여 놓는다.
자녀 유무가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자녀 유무를 모를 때는 호감을 표현하던 출연자가,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변심하는 경우도, 자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 뒤늦게 호감을 표현하는 일도 생긴다. 자녀를 둔 참가자는 자녀를 둔 다른 참가자에게 유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점이 미혼 남녀의 연애와는 사뭇 다른 점이었다.
아마 기획 의도는 돌싱이어도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아닐까. 돌싱글즈 연출자 박선혜 PD는 “이혼하길 원하는 사람, 결혼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사람, 나아가 재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며 “이혼은 개인의 선택이며 편견은 편견일 뿐임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처의 흔적들이 엿보이기도 한다. 돌싱 전용 소개팅 앱에서 인연을 찾으려 했는데 미혼인 사람들도 활동하더라. 아마 돌싱을 쉽게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겠느냐던 한 참가자의 말에선 어쩔 수 없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한 출연자는 이혼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볼 뿐만 아니라 일할 기회를 놓쳤다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혼은 전혀 후회하지 않지만,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이혼이라는 결정을 후회한다고도 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돌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방증이었다.
그럼에도 이 방송의 인기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 이혼이라는 소재가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 ‘우리 이혼했어요’도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라는 예능도 나왔다. 돌싱포맨은 예능 ‘미운우리새끼’라는 예능 출연자들 중에서 돌싱 남성 연예인들만 모아놨다. 이혼하고도 남들처럼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아간다는 진솔한 느낌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셈이다.
특히 돌싱글즈를 즐기는 시청자라면 아마 이혼을 겪어봤든, 그렇지 않든 출연자들의 모습에 자신들의 삶을 빗대보는 재미에 빠진 게 아닐까 싶다. 가까이서 보면 저마다 사랑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한발 물러서서 보면 사람 사는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도 있다. 어쨌든 사랑해 보려고 애쓰는 남녀가 서로 맞춰가는 모습에서 “저런 모습은 우리 커플이 더 낫네” “저런 모습은 참고하면 좋겠다” 하면서 우리네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가장 큰 재미 포인트 아닐까.
개요 예능 l 한국 l 2021년 l 9회(진행중)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돌싱도, 미혼도 모두가 사랑을 한다